▲ 헹가래 받는 김태룡 두산 베어스 단장(가운데)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왕조는 금방 무너진다. 만들기는 너무 힘들다. 하지만 무너질 때는 모래성처럼 훅 무너진다."

김태룡 두산 베어스 단장은 2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한국시리즈 2연속 우승과 1995년 이후 21년 만에 통합 우승을 확정한 뒤 '왕조가 시작됐다'는 말이 나오자 손사래를 쳤다. 우승의 기쁨에 취해 다음을 보지 못하는 걸 경계했다.

"2연속 우승을 이룬 기쁨은 축하 파티가 열리는 3일까지. 바로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팀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늘 잘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 당장 10일부터 마무리 훈련을 떠난다."

구단 역사를 쓴 김태형 감독과 선수들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단장은 "선수들이 정말 잘한다. 솔직히 긴장을 많이 안 했다. 김 감독은 완벽하게 이기고 싶다는 게 강해 보여서 깜짝 놀랐다. 오재일 번트도 그렇고 김 감독이 정규 시즌에는 안 보여 주다가 숨겨 둔 걸 보여 줬다. 강단이 있다. 지휘자를 잘 데려온 거 같다"고 했다.

▲ 한국시리즈 MVP로 뽑힌 양의지(가운데)를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축하하고 있다. ⓒ 곽혜미 기자
팀워크를 우승 원동력으로 꼽았다. 김 단장은 "선수들이 정말 고생했다. 시즌 중반에 NC가 바짝 추격하고 7~8월 고비가 왔을 때 선수들끼리 풀어 갔다. 끈끈한 팀워크를 느꼈다. 감독이 잡음 없이 끌고 가는 걸 보면서 강팀이라는 걸 느꼈다. 팀이 안 좋으면 잡음이 많은데, 그런 게 없었다. 선수단이 자랑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우승 징크스 부담을 덜었다. 두산은 1982년과 1995년, 그리고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룬 이듬해 성적이 뚝 떨어졌다. 우승한 뒤 맞이한 3차례 시즌 모두 가을 야구조차 하지 못했다. 김태형 감독은 올 시즌 누누이 "징크스를 많이 신경 썼다"고 했다.

김 단장도 징크스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늘 걱정했다. 우승 다음 해에는 꼴찌만 해서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감독도 부담 많이 가졌다. 프런트와 스태프, 선수들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프런트로서 모든 걸 이뤄 행복하다고 했다. 김 단장은 "행복하다. 욕도 2년 동안 많이 들었지만, 매니저부터 시작해서 매니저일 때, 팀장일 때, 그리고 단장으로 2번 우승을 경험했다. 야구단 하면서 소원을 성취했다. 우리 선수들 야구 잘하는 거 보니까 정말 자랑스럽다. 이런 팀의 단장이라서 정말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 정재훈 ⓒ 한희재 기자
우승 순간 함께하지 못한 투수 정재훈(36)을 떠올렸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일본에서 훈련하다 어깨에 이상을 느꼈을 때 김 단장이 옆에 있었다.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선수가 아쉬운 감정을 숨기지 못했을 때 함께 마음 아파했다.

"정재훈이 여기 같이 앉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가장 아쉽다. 일본에서 어깨를 다쳤을 때 물어보니까 '두두둑 소리가 났다'고 해서 '아 끝났구나' 했다. 본인이 정말 아쉬워했다. 이 무대에 정말 서고 싶어 했다. 지난해 롯데에 있다가 돌아와서 우승 반지 그냥 받았던 게 다시 스쳐 지나간 거 같았다. 다친 날은 정말 괴로워했다."

곧바로 다음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FA와 외국인 선수 재계약, 연봉 협상 등 김 단장에게 '머리 아픈' 일들이 남았다. 그는 "머리 한구석에 '끝나면 어떻게 하지'란 생각이 계속 있었다. FA와 외국인 선수뿐만 아니라 박건우, 김재환까지 정말 잘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머리가 아프다"고 털어놨다. 이어 "많이 줘야지"라고 덧붙이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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