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UFC에서 여성 경기를 절대 볼 수 없을 겁니다."

2011년 1월, 한 인터뷰에서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때는 론다 로우지(30, 미국)가 종합격투기 데뷔전을 갖기 전.

로우지가 2개월 뒤 중소 단체 KOTC에서 첫 암바 승을 거두고 2011년 8월부터 스트라이크포스에서 4연승 돌풍을 일으키자 화이트 대표의 마음이 바뀌었다. 그는 흥행이 된다면 자신의 말을 쉽게 뒤집을 수 있는 프로모터다.

UFC 모회사 주파(Zuffa,LLC)는 2011년 3월 스트라이크포스를 매입했고, UFC와 별도로 스트라이크포스 대회를 열고 있었다.

로우지의 흥행성을 확인한 화이트 대표는 2013년 1월 UFC가 스트라이크포스를 완전히 흡수한 뒤, UFC 여성 밴텀급을 신설하고 로우지를 초대 챔피언에 앉혔다.

2013년 2월 24일(이하 한국 시간) 로우지와 도전자 리즈 카무시(32, 미국)의 타이틀전을 UFC 193 메인이벤트로 올렸다. 파격적이었다. 료토 마치다와 댄 헨더슨의 라이트헤비급 경기가 코메인이벤트로 밀렸다.

로우지의 낙승이 그려졌지만, 카무시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로우지를 위기에 빠뜨렸다. 로우지의 등 뒤에 매달려 리어 네이키드 초크를 걸었다. 숨통을 조이면서 턱을 비틀어 당겼다.

▲ 론다 로우지는 UFC에 여성 종합격투기가 자리 잡는 데 공을 세운 파이터다.

로우지는 슈퍼스타의 강심장을 보여 줬다. 당황하지 않았다. 고통을 참고 카무시의 다리 훅을 풀었다. 그리고 매미처럼 붙어 있던 카무시를 떼어 냈다.

특기인 암바로 1라운드 4분 49초에 경기를 끝냈다. 카무시는 "아무리 꼼꼼하게 방어를 준비해도 어렸을 때부터 훈련해 온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막긴 힘들었다"고 훗날 웃으며 말했다.

미국 애너하임 혼다 센터에 모인 1만 3,000여 명 관중을 들끓게 만든 이 경기는 여성 종합격투기 역사를 새로 쓰는 중요한 명승부로 남았다.

이후 로우지는 타이틀 6차 방어까지 성공했고 도전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화이트 대표가 옥타곤에서 절대 볼 수 없을 거라던 여성 경기는 매 대회에서 한 경기 이상 펼쳐지고 있다. 밴텀급에 이어 2014년 스트로급이 생겼고 내년 2월 페더급이 신설된다.

여성 파이터들은 로우지에게 감사한다. 오는 31일 UFC 207 메인이벤트에서 로우지와 맞붙는 아만다 누네스(28, 브라질)도 "로우지가 여성 종합격투기에 빛을 밝혀 줘서 너무 고맙다"고 경의를 표한다.

남성 선수도 로우지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라이트급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는 "UFC 193 당시, 전 라이트헤비급 챔피언과 전 프라이드 웰터급 미들급 챔피언이 밀리고 로우지가 메인이벤트에 나서는 게 수긍이 안 됐다. 그러나 지금은 로우지가 메인이벤트 자격이 충분히 있었다는 것을 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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