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영상 장아라 기자 글 이교덕 기자] 복기(復棋). 바둑 용어다. 지난 바둑을 평가하기 위해 두었던 대로 다시 처음부터 둬 보는 걸 말한다.

종합격투기에서 바둑처럼 지난 경기를 똑같이 재연할 수 없다. 그러나 모든 선수들은 경기 내용을 떠올리거나 영상을 보면서 무엇이 잘 먹혔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돌아본다. 그것까지가 선수와 코치에겐 한 경기의 진정한 마무리고, 그 과정은 백스테이지에서 바로 시작되기도 한다.

16일(이하 한국 시간) UFC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사이트 UFC 파이트 패스(www.ufcfightpass.com)에서 9분 15초 영상 'UFC 206 전율과 고통(UFC 206 The Thrill and The Agony)'을 공개했다. 전율과 고통 시리즈는 UFC 대회의 백스테이지를 스케치한 영상이다.

여기엔 지난 11일 컵 스완슨과 난타전을 펼친 끝에 0-3으로 판정패하고 백스테이지로 돌아오는 '코리안 슈퍼 보이' 최두호(25, 부산 팀 매드/사랑모아 통증의학과)도 담겨 있다.

최두호는 라커 룸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면서 "펀치가 다 보였는데 왜 자꾸 맞았지? 다 보였는데…"라며 자책했다.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다. 양성훈 팀 매드 감독은 인터뷰에서 "난타전이 나올 줄 알고 있었는데 스완슨이 받아치는 걸 더 잘했다"며 "최두호는 천재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챔피언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 지난 11일 UFC 206에서 컵 스완슨에게 판정패하고 백스테이지로 들어오는 최두호는 "다 보였는데 왜 맞았지?"라며 자책했다.

부상을 검사하러 병원으로 가기 전, 최두호와 양성훈 감독의 대화도 들을 수 있다. 양성훈 감독은 "2라운드에 거의 끝낼 수 있었는데. 거기서 끝냈으면 좋았을 텐데"라면서도 "잘했다. 경험이 좀 쌓이면 넌 진짜 챔피언 될 수 있다"고 기운을 북돋아 줬다.

몇 차례 정타를 맞고 휘청거렸던 최두호는 양성훈 감독에게 "맞아도 정신은 멀쩡했다. 그런데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더라"고 말했다.

스완슨 진영에선 경기 도중 전략을 수정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복싱 코치 조엘 디아즈는 "우리는 최두호가 매우 힘든 상대라는 걸 알았다. 그의 스피드와 힘을 봤고 난 그에게 다른 전략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최두호는 이 경기 후 좌절하지 않았다. 금세 털고 일어났다.

지난 13일 인스타그램에 "여태 제가 부족한 부분을 알고 있어도 마음에 확 와 닿는 경험이 없었는데 이번 경기에서 깨달았습니다. 처음엔 스스로에게 실망했는데 지금은 훨씬 더 강해질 수 있겠다는 기대감과 자신감이 가득 차 있습니다. 이제 정말 안 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의 걱정 격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UFC 206 전율과 고통' 영상에서 또 다른 인상적인 장면은 도널드 세로니와 맷 브라운이 연출했다.

경기 전까지 으르렁대던 적(敵)이 경기 후 백스테이지에선 친구가 된다. 미디어 데이와 계체에서 세로니의 악수를 받지 않고 노려보기만 했던 브라운은 승패가 갈린 뒤 세로니와 흔쾌히 악수를 나눴다.

세로니가 "우리 친구 맞지?"라고 묻자, 브라운은 "맞아"라고 답하고 하하하 웃더니 "네가 이겼어"라면서 패배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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