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중국에 골을 내준 이운재 골키퍼
[스포티비뉴스=정형근 기자] 2010년 2월 10일. 일본 도쿄에는 비가 내렸다. 4만 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아지노모토경기장은 궂은 날씨 때문에 관중이 1만 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관중 가운데 대부분은 오성홍기를 든 중국인이었다. 수천 명의 중국 응원단은 연신 ‘짜요’를 외치며 열렬히 응원했다. 수백 명의 한국 관중들이 외친 ‘대한민국’은 중국 응원단의 목소리에 묻혔다. 

허정무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 대표 팀은 아지노모토경기장에서 열린 2010년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중국과 맞붙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4개월 앞둔 가운데 펼쳐진 경기였다. 허정무 감독은 월드컵 최종 명단에 포함할 국내파와 J리거의 옥석을 가리고자 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박주영(AS 모나코), 이청용(볼턴) 등 유럽파는 출전하지 않았다. 

한국은 전반 5분 만에 중국에 첫 골을 내줬다. 중국 취보는 오른쪽 측면 돌파를 시도해 크로스를 올렸고 위하이가 헤딩슛으로 선제 골을 성공했다. 두 번째 골은 수비수 곽태휘의 실수에서 비롯됐다. 전반 27분 곽태휘가 수비 진영에서 걷어 낸 공이 중국 선수에게 향했고 가오린이 득점을 기록했다. 중국은 후반 15분 역습 상황에서 덩줘샹이 쐐기 골을 터뜨리며 한국에 3-0 완승을 거뒀다.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부터 32년 동안 중국을 상대로 27경기 연속 무패(16승 11무) 행진을 벌인 한국의 첫 패배였다. 한국은 이동국과 이근호가 투톱으로 나서고 구자철이 중원에 나섰지만 중국의 수비를 뚫지 못했다. 중국 포백 라인의 평균 키는 183cm이었다. 중국 수비진은 한국의 로빙 패스와 측면 크로스를 효율적으로 차단하며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가오홍보 중국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중국 팬들의 열렬한 응원이 승리의 요인이다. 12번째 선수인 중국 응원단이 승리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32년 동안 앓았던 중국의 공한증(恐韓症)을 깬 가오홍보 감독은 1만 5,000명 이상의 중국 응원단과 함께 다음 달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는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1차전 중국과 경기를 펼치는 슈틸리케호는 손흥민, 기성용 등 유럽파를 모두 포함한 최정예 멤버가 나선다. 중국은 슈퍼리그 경기를 치르지 않고 합숙을 하며 한국전에서 최소 비긴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은 중국과 상대 전적에서 17승 12무 1패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의 두 번째 공한증 탈출은 없다는 각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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