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민재는 올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데뷔하고 가장 많은 119⅓이닝을 던졌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김성근 한화 감독은 20일 오후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1일 미야자키 교육 리그에 합류해 선수단을 지휘한다. 같은 장소에서 26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예정된 마무리 캠프 역시 함께한다.

김 감독은 2016년 시즌 막바지에 이르러 교육 리그를 시작으로 마무리 캠프를 거쳐 스프링 캠프까지 이어지는 비 시즌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즌에 쓸 무기는 미리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래서 겨울이 시즌보다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10월께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될 무렵 김용주 정재원 등 올 시즌 주로 2군에서 뛰었던 투수들을 자주 1군 마운드에 올려 직접 살폈다.

한화는 2년 동안 FA 투수 5명으로 마운드를 높여 올 시즌 우승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운드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올 시즌 7위에 그쳤다. 김 감독은 올 시즌 "투수가 없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에스밀 로저스 안영명 이태양 등 주축 선발투수들이 부상으로 빠진 탓에 개막부터 선발 로테이션이 완전하지 않았다.

송은범 알렉스 마에스트리 김재영 김민우 등으로 꾸려진 '임시' 선발진은 기형적인 마운드 운용을 불렀다. 5이닝을 채우지 못해 불펜이 일찍 가동됐다. 선발투수들은 짧은 일정으로 고전하고 권혁 송창식 등 불펜 투수들이 잦은 부름에 구위가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다음 시즌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지난 2년 동안 불펜에서만 414이닝을 책임진 오른손 투수 송창식(206⅔이닝)과 왼손 투수 권혁(207⅓이닝)이 지난 11일과 20일 차례로 수술대에 올랐다. 안영명은 지난 7월 어깨 수술을 받았다. 지난 9월 상무에서 제대하고 돌아와 '내년 전력'으로 기대 받았던 오른손 강속구 투수 김혁민마저 어깨와 손목 통증을 겪고 있다. 외국인 투수 두 명은 모두 갈아엎는다.

김 감독은 내부 육성에서 문제를 찾는다. 투수들이 줄부상으로 이탈했던 5월과 6월에 "2군에서 쓸 투수가 없나"는 물음에 "전혀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난달 20일 "2010년 이후 우리가 뽑은 투수 가운데 누가 남았나. 이태양과 장민재 둘 뿐이다. 6년 동안 키운 투수가 두 명"이라고 혀를 찼다.

2009년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22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장민재는 이번 시즌 위태위태하던 팀 마운드를 지탱한 기둥이다. 데뷔하고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맞아 48경기에서 119⅓이닝 6승 6패 평균자책점 4.68을 기록했다. 보직을 가리지 않았다. 짧은 휴식에도 씩씩하게 던졌다. 중간으로 뛰다가 임시 선발은 물론 SK전 표적 선발도 맡았다. 선발로 13경기 등판해 팀에 5승을 안겼다. 김 감독은 "장민재가 크게 성장했다"고 시즌 내내 칭찬했다.

주축 투수들의 다음 시즌 개막전 합류가 낙관적이지 않은 만큼 팀 내에서 새 얼굴을 찾아야 한다. 김 감독은 이번 겨울 제 2의 장민재, 이태양을 발굴할 심산이다. 투수 18명을 지난 3일 시작한 미야자키 교육 리그에 파견했다. 김용주 김재영 김범수 황재규 안승민 등 젊은 투수들이 주축이다. 배영수와 정대훈 정재원 등 서른 줄을 넘어선 베테랑들도 참가했다. 계형철 투수 코치에게 투구 자세 교정 등을 맡겼다. 김 감독이 마무리 캠프에 한 발 앞서 21일 일본으로 떠난 이유도 투수들의 발전 정도를 직접 보고 파악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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