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민재는 올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82이닝을 책임졌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김성근 한화 감독은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크게 강조한다. 김 감독의 경기 운용 핵심은 불펜이다. 2009년 SK 감독 시절 '벌떼 야구'로 왕조를 일궜다. 그해 경기당 3.9명의 투수를 투입했다. 2002년 LG를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었을 때도 불펜이 주축이었다. 장문석과 이동현은 마무리 투수 이상훈 앞에 나서 나란히 100이닝을 넘겼다.

한화 감독으로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은 올해엔 불펜 의존도가 더 높다. 5선발 로테이션을 가용할 수 없을 만큼 선발투수가 부족해서다. 에스밀 로저스를 비롯한 선발투수들이 시즌 초반부터 부상으로 연이어 이탈했다. 30일 현재 불펜이 책임진 이닝이 5761/3이닝으로 리그 평균인 437⅓이닝 보다 월등히 많다. 

오른손 투수 송창식과 왼손 투수 권혁이 불펜 주축을 맡았다. 두 투수는 지난해부터 신임을 쌓았다. 다만 필승조에 제한되지 않고 추격조는 물론, 큰 점수 차이에 등판하는 경기가 매우 잦았다. 30일 현재 송창식은 97⅔이닝, 권혁은 95⅓이닝을 책임졌다. 선발투수 송은범(93이닝)을 넘어 팀 내에서 가장 많을 뿐더러 리그 불펜 투수들 가운데서도 1, 2위다.

그런데 두 투수가 나란히 빠졌다. 지난 24일 권혁이 팔꿈치 통증을 느껴 1군 엔트리에서 빠지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송창식이 팔꿈치 통증을 느껴 정밀 검진을 받기 위해 29일 트레이너와 함께 일본 요코하마 미나미공제병원으로 갔다. 한화 구단은 검진 결과에 따라 송창식의 1군 말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한화로서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두 핵심 투수가 빠진 점이 쓰리다. 한화는 정규 시즌 30경기를 남겨 둔 30일 현재 52승 3무 61패로 7위다. 3연승으로 상승세이긴 하다. 플레이오프 가능권인 5위 LG와 승차가 3경기라 매 경기가 중요하다. 게다가 선발투수 에릭 서캠프가 부진 때문에 1군에 없어 선발 로테이션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기도 하다. 송창식과 권혁이 이상 없이 돌아온다 해도 최소 몇 경기는 남은 투수들로 마운드를 운용해야 하는 처지다.

한화로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2군에 있는 서캠프가 이른 시일 안에 1군에 돌아와 마운드 부담을 덜어 주는 것이지만 가능성이 크지 않다. 김 감독은 서캠프에 대해 "장점이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게다가 서캠프는 지난 24일 상무와 퓨처스리그 첫 실전 등판에서 2회 헤드샷을 던져 1⅔이닝만 투구하고 경기를 마쳤다.

▲ 박정진은 8월 WHIP가 0.98로 상승세다. ⓒ한희재 기자
 남아 있는 투수들의 경험과 연투 능력이 권혁과 송창식보다 비교적 떨어지는 사실을 고려하면 김 감독이 과거와 같이 상황에 따라 짧게 끊어 가는 방식으로 경기를 펼칠 공산이 있다. SK 시절 김 감독은 "상황마다 타자의 성향을 고려해 어떤 구종이 유리한지 생각한 다음, 어떤 투수가 그 구종을 잘 쓰는지 본다"는 계산 아래 기용 가능한 모든 투수들을 한 경기에 투입하는 일이 잦았다. 현재로서는 박정진 심수창 장민재 정대훈 등 기존 투수들에다가 언더핸드스로 정재원과 권혁을 대신해 1군에 올라온 김용주 등이 벌떼 야구 카드다.

이 가운데 장민재의 어깨가 특히 무거워질 전망이다. 올 시즌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전천후로 활약했다. 39경기 가운데 선발로 8차례 나서 82이닝 5승 4패 평균자책점 4.25를 기록했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장민재의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는 2.41로 한화 투수 가운데 권혁과 정우람에 이어 3위일 정도로 올 시즌 큰 공을 세웠다. 왼손 타자 상대 타율이 0.267로 오른손 타자 상대 타율 0.275보다 낮아 송창식처럼 타자 유형 및 경기 초반, 중반, 후반 등 상황을 가리지 않고 불펜에 대기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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