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명색이 개막전인데 관중석이 텅텅 비었다. 다른 경기장과는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다. 공식 기록은 분명 1만 3522명. 구단이 '뻥튀기' 발표라도 한 것일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연고지 이전을 반대하는 팬들이 티켓을 구매하고도 입장하지 않은 것이다. 이들은 주차장에서 구단주를 향해 팀을 매각하고 연고 이전 계획을 철회하라며 시위에 나섰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오클랜드콜리세움에서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2024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치렀다. 이날 공식적으로 집계된 관중 수는 1만 3522명.
오클랜드는 지난해 평균 관중 수 1만 275명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꼴찌였다. 시장 규모가 훨씬 작은 KBO리그에서도 LG 트윈스(1만 6939명) SSG 랜더스(1만 4633명) 두산 베어스(1만 3282명) 롯데 자이언츠(1만 2216명) 삼성 라이온즈(1만 1912명) 5개 구단이 지난해 오클랜드보다 경기당 평균 관중 수가 많았다.
올해는 오클랜드콜리세움을 홈으로 쓰는 마지막 시즌이지만 팬들의 반응은 무섭도록 차가웠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1만 3522명이 입장했다는데 이렇게 빈자리가 많을 수 있을까. AP통신이 그 배경을 소개했다. 연고 이전에 반대하는 팬들이 티켓은 구매하되 입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위에 나섰다.
AP통신은 "(선발투수인)알렉스 우드가 클리블랜드를 상대로 초구를 던지는 순간 많은 팬들은 여전히 주차장에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경기장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2028년 라스베이거스 연고 이전 계획에 반대하는 팬들이 경기장 밖 주차장에서 시위에 나섰다. 경기 시작 30분 전 시위를 조직한 이들은 '매각하라'라는 메시지가 적힌 티셔츠와 응원 깃발을 늘어놓고, 또 존 피셔 구단주와 데이브 카발 사장 등 구단 고위 관계자의 캐리커처에 콩주머니를 던졌다.
애슬레틱스 구단은 2028년부터 라스베이거스로 연고지를 옮길 예정이다. 그전에 홈구장도 옮긴다. 오클랜드콜리세움의 임대 기간이 올해까지이기 때문인데, 당장 내년에 어디를 홈으로 쓰게 될지 아직도 불분명하다. 새크라멘토와 솔트레이크시티가 선택지에 있는 가운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오라클파크를 나눠 쓰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이번 시위는 지난해 6월 14일 '만원관중 시위'에 이어 두 번째 단체행동이다. 이날 관중 수는 2만 7759명으로 집계됐다. 2018년 8월 8일 LA 다저스전 3만 3654명 이후 최다 관중. 시위에 참가한 팬들은 경기 내내 "매각해"라고 외쳤고, 오클랜드는 탬파베이 레이스를 2-1로 꺾고 7연승을 달렸다.
한 차례 시위를 경험한 오클랜드는 29일 홈 개막전에 앞서 경기 개시 2시간 전에야 주차장을 개방했다. 시위를 주최한 이들은 팬들의 움직임을 제한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한편 오클랜드는 개막전에서 클리블랜드에 0-8로 완패했다. 선발 우드가 3⅓이닝 만에 6실점하면서 분위기를 내줬다. 3회까지는 0-1로 접전이었는데, 4회 한 이닝 동안 5점을 내주면서 클리블랜드가 승기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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