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첫 3경기에서 대활약하며 KIA의 개막 3연승을 이끈 베테랑 최형우 ⓒ연합뉴스
▲ 시즌 첫 3경기에서 대활약하며 KIA의 개막 3연승을 이끈 베테랑 최형우 ⓒ연합뉴스
▲ 최형우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최고 수준의 타격 클래스를 선보이며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 최형우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최고 수준의 타격 클래스를 선보이며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지난해 부상으로 고전했던 KIA는 올해도 시작부터 나성범과 황대인이 나란히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하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나성범은 팀의 핵심 타자이자, 이제는 간판 타자라고 해도 무방하다. 황대인은 시범경기에서 가장 타격 컨디션이 좋았던 선수였다.

하지만 KIA에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항상 그 자리에 소나무처럼 서 묵묵하게 타선을 이끌어가는 선수가 있다. 바로 베테랑 최형우(41)다. 팀이 부상으로 위기라고 했을 때, 최형우는 성실하게 뛰며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여전한 타격 능력으로 자존심을 살리고 있다. 최형우의 진짜 가치다.

최형우는 시즌 초반 KIA의 개막 3연승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23일 키움과 개막전에서 2루타 두 방을 때리며 3타수 2안타 2볼넷 2타점의 대활약으로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주중 롯데와 두 경기에서는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 몫을 했다. 26일 경기에서는 0-1로 뒤진 6회 호투하던 상대 선발 찰리 반즈를 상대로 동점 솔로포를 때리며 어두웠던 더그아웃 분위기를 밝혔다. 27일 롯데전에서는 1회 기선을 제압하는 투런포를 때려 팀 승리를 이끌었다.

아직 세 경기이기는 하지만 타율 0.400에 2홈런, 그리고 OPS(출루율+장타율) 1.738의 대활약이다. 장타 감각이 시즌 초반부터 제대로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것은 반갑다. 나성범의 장타력을 누군가는 메워야 하는 상황에서 최형우의 건재를 확인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최형우 스스로도 시즌 초반 이렇게 감이 좋은 적이 언제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겸손하지만, 철저한 준비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최형우는 지난 시즌 막판 주루 플레이를 하다 1루에서 넘어져 쇄골을 크게 다쳤다. 시즌이 그대로 끝난 부상이었다. 이 여파는 꽤 오래 갔다. 호주 캠프 당시에도 스윙을 하면 묵직하고 뻐근한 감각이 있었다고 말하는 최형우다. 불안감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하지만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의료진의 말을 믿었고, 오키나와 캠프부터는 한결 가볍게 스윙을 돌리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좋은 성적을 거두며 ‘타격 장인’의 진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마흔을 훌쩍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낡지도, 늙지도, 그리고 사라지지도 않는 최형우의 타격이다. 그렇다면 많은 나이에도 ‘클래스’를 유지하는 비결이 있을까. 역시 만 38세까지 현역 생활을 했던 이범호 KIA 감독도 어떻게 딱 부러지게 정의할 수는 없다고 했다. 대신 하나의 문장으로 이를 정의했다. 이 감독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최형우니까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요? 최고이기 때문에”라며 빙그레 웃었다. 다른 사람은 못해도 최형우니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과정에 대한 신뢰가 녹아 있는 최고의 찬사다.

▲ 최형우는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팀 타선을 지키는 기둥으로서의 몫을 다시 한번 해내고 있다 ⓒ연합뉴스
▲ 최형우는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팀 타선을 지키는 기둥으로서의 몫을 다시 한번 해내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감독은 “나도 30대 후반에 야구를 했지만 최형우 같은 케이스는 참 드물다. 본인이 관리를 상당히 잘하고,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고 경기에 나간다. 차분한 모습도 있다”면서 “어떤 것 때문에 계속 (기량을) 유지한다고 말씀을 못 드리겠는데, 아무튼 최고이기 때문에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게 좋은 답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치켜세웠다.

사실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2021년과 2022년 성적이 좋지 않았다. 평범한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최형우의 경력에 걸맞은 성적은 분명 아니었다. 최형우도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를 실험하며 발버둥쳤다. 그 결과 지난해 121경기에서 타율 0.302, 17홈런, 81타점으로 반등했고 올해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불꽃이, 오히려 더 활활 타오르고 있다. 기둥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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