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라이드를 할 때 상체가 너무 열리면서 힘 손실이 불가피했던 정해영은 이 문제를 해결하며 뚜렷한 구위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연합뉴스
▲ 스트라이드를 할 때 상체가 너무 열리면서 힘 손실이 불가피했던 정해영은 이 문제를 해결하며 뚜렷한 구위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연합뉴스
▲ 드라이브라인 프로그램의 우등생으로 불리며 꾸준히 그 노력을 이어 가고 있는 정해영 ⓒKIA타이거즈
▲ 드라이브라인 프로그램의 우등생으로 불리며 꾸준히 그 노력을 이어 가고 있는 정해영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KIA는 지난 오프시즌 당시 소속 투수 5명과 투수 코치 2명, 그리고 프런트까지 포함된 꽤 대규모 인원을 미 시애틀에 위치한 유명 야구 아카데미 ‘드라이브라인’에 보냈다. 이곳에서 장기간 체류하며 몸을 만들고 문제점을 파악한 뒤 보완하라는 의도였다.

당시 KIA 관계자들은 “드라이브라인에 간 선수 중 정해영(23)이 가장 잘 맞는다”면서 정해영이 이 특급 과외의 우등생이라고 뽑았다. 그리고 그 정해영은 기대대로 시즌 초반부터 강력한 구위를 선보이며 팀의 뒷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원래 구위가 나빴던 선수는 아니지만, 확실히 지난해 초반과 비교하면 구속도 올라오고 육안으로 보이는 구위 자체도 묵직해졌다. 정해영은 “일단 경기력이 좋게 나와서 기분은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웃어보였다.

지난 시즌 종료, 그리고 올 시즌 개막 사이에는 ‘드라이브라인’이라는 중요한 키워드가 있다. 이 때문에 ‘드라이브라인’이 마법의 단어로 불리는 경향도 있다. 실제 많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비시즌 훈련을 하며 구속도 끌어올리고, 피치디자인도 바꾸는 유명 아카데미다. 이 시스템을 메이저리그 각 구단들도 다 도입해 보유하고 있다. 이를 전담하는 직원들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마법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가장 근본적으로 철저한 분석이 있었고, 선수 자신의 치열한 노력도 있었다.

이범호 KIA 감독은 “드라이브라인에 가서 거기 있는 분들과 미팅이 상당히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세를 어떻게 하면 더 힘을 쓰고, 구속이 빨라지는지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여러 사람들이 브리핑을 해줬다고 하더라”면서 “그렇게 본인한테 2시간, 3시간씩 이야기를 해주니까 그것에 대한 믿음도 엄청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확실히 잘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더라. 힘을 쓰는 방법을 알고, ‘네가 가지고 있는 구위는 상당히 좋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게 지금 훨씬 더 좋은 초반으로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짚었다.

사실 드라이브라인에 다녀오는 것 자체로 선수의 기량이 확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드라이브라인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측정이다. 병원으로 따지면 어디가 아픈지 진단을 내려준다는 것이다. 고가의 측정 장비들을 보유했고, 이 측정 장비를 통해 나온 데이터를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인력들이 있다. 정해영의 부활도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정해영은 상체의 각도에서 이 실마리를 찾았다.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고, 드라이브라인에서도 그 문제를 짚었다.

정해영은 “스트라이드를 할 때 상체가 많이 열려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많이 열려 있으니 아무래도 회전력을 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상체를 최대한 안 열리게끔 하는 것을 중점에 두고 훈련을 했다”면서 “사실 한국에서도 이 문제를 알고는 있었다. 알고 있기는 했는데 접근을 어떻게 해야 할지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가서 무엇을 고쳐야 하고,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확신을 가지고 하니까 더 빨리 진행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드라이브라인의 측정에서는 문제가 명쾌하게 나오고 있었다. 정해영도 놀랄 정도였다. 정해영은 “초고속 카메라로 찍었다. 내가 듣기로는 90마일(145㎞) 이상을 던지는 선수들은 0도에서 5도 사이로 상체가 열리는데, 당시 나는 30도까지 열려 있었다”면서 “지금 측정하면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닫는 것보다는 최대한 0~5도 범위에 가까워지기 위해 운동 프로그램도 소화하고 지금도 계속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도 꾸준하게 하고 있다. 드라이브라인은 휴식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루 힘을 쓰면 그 다음 날은 쉬었다. 지금은 정규시즌에 들어간 상황이라 그렇게는 하지 못한다. 어떻게 관리를 하느냐가 내가 풀어가야 할 숙제가 아닌가 싶다”고 명쾌하게 현재 상황을 짚었다.

▲ 정해영은 상체 문제를 해결하면서 구위가 좋아졌고, 구위가 좋아지니 자신감이 생기는 선순환의 구조에 올라 탔다 ⓒKIA타이거즈
▲ 정해영은 상체 문제를 해결하면서 구위가 좋아졌고, 구위가 좋아지니 자신감이 생기는 선순환의 구조에 올라 탔다 ⓒKIA타이거즈
▲ 뛰어난 구위에 피치 디자인까지 손을 본 정해영은 시즌 초반 가장 강력한 마무리 투수로 호평을 받고 있다 ⓒKIA타이거즈
▲ 뛰어난 구위에 피치 디자인까지 손을 본 정해영은 시즌 초반 가장 강력한 마무리 투수로 호평을 받고 있다 ⓒKIA타이거즈

구위는 확실히 좋아졌다. 시속 150㎞의 강력한 공들이 미트에 펑펑 꽂힌다. 느낌이 다는 아니지만, 그 느낌이 너무 좋아졌다. 정해영도 “구위가 올라오다보니 자신감 있게 들어갈 수 있는 것 같다”고 만족했다. 피치 디자인도 조금 손을 봤다. 패스트볼 구속은 훈련의 성과대로 지난해 이맘때 대비 3~5㎞ 정도 올랐는데, 반대로 포크볼 구속은 떨어졌다. 의도된 것이었다. 구속 차이를 둬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기 위한 노력이다.

정해영은 “구속 차이를 조금 두고 싶었다. 항상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던 게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는 10~15㎞ 정도 차이가 나야 하고, 포크볼이나 체인지업은 20㎞ 가까이 차이가 나야 타자 시야가 흔들린다고 조언해 주셨다. 또 마침 이번에 드라이브라인에 가서 그립을 계속 바꿔 가면서 연습을 했다. 캠프 때도 그랬고, 잘 준비를 했던 것 같다”고 했다. 변신에 왕도는 없다. 정확한 자기 상태를 알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정해영이다. 한 번 몸으로 배운 교훈은 잘 잊히지 않는다. 정해영의 올 시즌을 기대할 수 있는 진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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