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롯데 7회초 1사 1루 9번 박승욱의 안타 때 1루 대주자 황성빈이 3루까지 진루한 뒤 볼이 빠진 틈을 타 홈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 2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롯데 7회초 1사 1루 9번 박승욱의 안타 때 1루 대주자 황성빈이 3루까지 진루한 뒤 볼이 빠진 틈을 타 홈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태형 감독은 황성빈의 플레이가 상대를 자극할 수 있다면서 자제령을 내렸다. ⓒ롯데자이언츠
▲ 김태형 감독은 황성빈의 플레이가 상대를 자극할 수 있다면서 자제령을 내렸다. ⓒ롯데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선수단을 이끄는 수장인 감독은 보통 선수들의 ‘바람막이’를 자처하는 경우가 많다. 부진할 때, 혹은 어떤 잘못을 했을 때 감독이 책임을 지고 미디어와 팬들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한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명장인 김태형 롯데 감독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소신이 있다. 황성빈(27‧롯데)의 26일 플레이가 그랬다.

2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롯데의 경기 5회에는 팬들의 눈길을 끌 만한 상황이 있었다. 황성빈은 1사 후 상대 선발 양현종을 상대로 중전 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황성빈은 롯데에서 가장 활발하고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하는 선수다. 이날도 다르지 않았다. 호시탐탐 2루로 갈 타이밍을 노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논란이 된 장면이 있었다. 2루로 가려는 듯 몇 차례 모션을 하길 반복한 것이다.

뛸 의사가 있었다기보다는 심리전에 가까워보였다. 주자는 스타트를 한 번에, 강하게 끊어야 한다. 그런 반복적인 동작은 사실 크게 도움이 안 된다. 이를 모르지 않는 양현종도 한참이나 황성빈을 지켜보더니 발을 풀었다.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동작이었고, 기분도 썩 좋지는 않은 듯했다.

경기에서 이긴 양현종이나 이범호 KIA 감독도 특별한 언급 없이 넘어간 가운데, 정작 이를 질책한 이는 김태형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2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를 앞두고 해당 상황에 대한 질문에 “하지 말라고 그랬다. 내가 좀 민망하더라. 상대를 자극할 수 있다”면서 “안 해도 되는 것인데 과하게 한 것 같다. 하지 말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상대 입장에서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게 맞지만, 이렇게까지 불필요하게 하면 상대를 자극하는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물론 황성빈이 주전으로 나가는 선수는 아니고, 제한된 기회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하니 오버액션이 나오는 부분은 김 감독도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상대에 자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누차 강조했다. 김 감독은 코치들을 통해 황성빈에게 이런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했다.

황성빈으로서는 김 감독이 야속하다고 느낄 수도 있었겠지만, 사실 논란이 많아지면 선수에게도 좋을 것은 없다. 황성빈은 이미 몇몇 동작에서 오해를 사고 있다. 콘택트에 너무 집중하다가 배트를 던져버린다든지, 이번 플레이와 같이 주루에서 상대의 신경을 건드리는 플레이가 제법 있었다. 절실함, 간절함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상대가 기분 나빠 한다면 다시 생각해 볼 필요는 있었다. 

실제 상대 팀에서는 황성빈의 플레이에 대해 썩 유쾌한 평가가 나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한 번 걸려라’는 식의 분위기가 형성된 팀도 있다. 배트가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오는데 이를 좋아할 팀은 없다.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2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롯데 7회초 1사 1루 9번 박승욱의 안타 때 1루주자 황성빈이 3루까지 진루한 뒤 상대의 실책으로 득점까지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 2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롯데 7회초 1사 1루 9번 박승욱의 안타 때 1루주자 황성빈이 3루까지 진루한 뒤 상대의 실책으로 득점까지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게 이미지가 굳어지면 정말 오해에서 비롯된 일도 커지기 마련이다. 그런 의도로 한 게 아닌데, 지금까지 쌓은 얄미운 이미지가 있으니 한 번에 폭발할 수도 있다. 보복구가 날아올 수도 있다. 김 감독은 황성빈이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팀에 공헌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이번의 공개 질책으로 이어진 셈이다.

충분히 할 수 있다. 27일 증명했다. 1-6으로 뒤진 7회 황성빈은 1사 1루 상황에서 볼넷으로 출루한 유강남 대신 주자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상대를 자극하는 어떤 행위도 없었다. 차분하게 리드를 했고, 박승욱의 타구가 우측으로 빠지자 맹렬하게 스피드를 올려 2루를 돌아 3루까지 미끄러져 들어갔다. 공이 3루로 가는 과정에서 뒤로 빠졌고, 황성빈은 다시 일어나 홈까지 들어갔다. 황성빈의 뛰어난 주력이 1점을 만든 것과 다름 없었다. 굳이 오해살 행동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자신의 능력으로 팀에 공헌할 수 있는 선수다. 김 감독이 주고 싶었던 메시지는 어쩌면 그것이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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