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영동, 박대현 기자 / 송승민 영상 기자] "경남 아지매들 잘치네!" "냅도불고 해." "언니 깨딱 읍써."

온 사투리가 필드에 퍼졌다. 게이트볼 열정이 구수한 사투리에 담겼다. 절묘했다. 전혀 다른 풍경이 빚어졌다.

용광로였다. 동료를 향한 칭찬과 책망, 승패가 갈릴 때 감각이 지역 언어 안에 용해돼 보는 이를 푸근하게 했다. 

사투리를 붓으로, 게이트볼을 물감 삼은 잘 익은 풍속화가 눈에 들어왔다.

2019 전국생활체육대축전 게이트볼 대회가 25일 충북 영동군민운동장에서 열렸다.

대한체육회가 주최한 이번 대회에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97개 팀 약 600명이 참가해 자리를 빛냈다. 최연소는 1978년생, 최고령은 1929년생이었다. 다양한 연령대 참가자가 그간 갈고닦은 실력을 뽐냈다.

▲ 2019 전국생활체육대축전 게이트볼 대회가 25일 충북 영동군민운동장에서 열렸다. ⓒ 영동, 한희재 기자

부산혼성B 팀으로 출전한 대회 최고령 김철규(90) 어르신 말씀이 걸작이었다. 20년 구력을 증명했다. 게이트볼을 꿰뚫었다. 

"(게이트볼은) 단순한 운동이 아이다. 수싸움 단디 해야 한다. (주장) 말을 듣고 쌔리 때려야 한다. 나가 포병으로 전쟁 참여해가 귀가 먹었어도 그래도 (말) 잘 들으려 안하나. 이 나이에도(웃음)."

포병으로 6·25 전쟁에 발 담갔던 그는 조준하고 쏘기만큼은 늘 1등이었다. 특등 사수를 도맡았다. 그럼에도 게이트볼 통달은 쉽지 않았다. 재고 치고 걷는 운동이면서 '듣는 운동'인 탓이다. 그걸 나이 여든에 깨쳤다고.

5시간을 지켜본 게이트볼은 당구와 골프, 바둑이 섞인 듯보였다. 각을 재서 스틱으로 공을 치는 게 당구를, 손바닥 1개 반 넓이 게이트와 붉은 띠를 꼭지에 두른 골 포스트를 조준하는 게 골프를 닮았다.

"얇게 치라, 마" "일단 (상대 공) 맞추고 가자"란 말을 당구대 밖에서 들으니 신선했다.

여기에 땅따먹기 개념이 녹아 있었다. 파울 라인 밖으로 적(適) 공을 쳐내 사장시키는 게 바둑과 흡사했다.

공 하나를 두고 두뇌 싸움이 치열했다. 방향과 세기를 어찌 잡고 치느냐에 승패가 갈렸다. 한자로 주장(主將) 완장을 찬 선수가 부지런히 자리를 옮기며 지시를 내렸다. 대부분 환갑을 넘긴 선수들이 고분고분 따랐다. 군소리 없었다. 팀워크를 숨통처럼 받들었다.

주장 아닌 이가 훈수 둘라치면 즉각 볼멘소리가 터졌다. '거 참' '좀 봐유' '알코주면(알려주다란 뜻의 강원도 사투리) 안돼' 날카로운 팔도 사투리가 코트에 번졌다.

코트당 3인씩 배정된 심판도 눈길과 언질로 주의를 줬다. 역시 듣는 운동이었다. 들어야 오래 낄 수 있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이, 게이트볼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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