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태릉, 취재 조영준 기자 제작 영상뉴스팀]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다. 차준환(18, 휘문고)과 임은수(16, 신현고 입학 예정) 유영(15, 과천중) 김예림(16, 수리고 입학 예정) 등 2000년 이후에 태어난 선수들이 한국 피겨스케이팅을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맏언니' 박소연(22, 단국대)은 꾸준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22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실내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동계체육대회 피겨스케이팅 여대부에서 총점 157.75점으로 우승했다.

이날 여대부 경기의 스포트라이트는 최다빈(19, 고려대)에게 집중됐다. 지난해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7위를 차지한 그는 김연아(29) 이후 올림픽에서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1년 만에 빙판에 복귀한 최다빈은 134.45점으로 박소연에 이어 2위에 올랐다.

▲ 제100회 동계체육대회 피겨스케이팅 여대부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펼치고 있는 박소연 ⓒ 연합뉴스 제공

돌아온 최다빈의 경기도 반가웠지만 늘 묵묵하게 자기 소임을 다해내는 박소연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박소연은 2009년 당시 만 11살이었을 때 처음 태극 마크를 달았다. 그리고 이후 10년간 국가 대표를 유지했다.

박소연은 남자 싱글의 '맏형' 이준형(23, 단국대)과 가장 오랫동안 태극 마크를 지키고 있다. 김연아가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 뒤 국제 대회에서 가장 선전한 이는 박소연이었다.

그는 2014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10위권 안에 진입했다. 2016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는 4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박소연은 김연아와 동갑내기 동료 김해진(22, 이화여대)과 소치 올림픽 무대에 섰다. 올림픽 경험이 있는 그는 평창 올림픽 출전도 유력해 보였다. 그러나 올림픽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뜻하지 않은 발목 골절 부상을 입었다. 세 번이나 수술대에 올랐고 결국 2회 연속 올림픽 출전의 꿈을 접어야 했다.

어린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박소연의 전성기는 끝나는 듯 여겨졌다. 그러나 박소연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지난달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2019(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종합선수권대회)에서는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며 4위를 차지했다. 이 대회에서 선전한 그는 올해도 태극마크를 달았다. 무려 10년간 국가 대표를 지키고 있다.

"(오랫동안 국가 대표를 유지한 점은) 제 선수 생활에 큰 의미가 됐어요. 대학생이 되면 은퇴할 거라는 말이 나오는데 저는 이런 고정관념을 뛰어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버티면서 여기까지 온거 같아요."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선수 생명이 짧다는 점이다. 종목 특성상 피겨스케이팅의 선수 생명은 길지 않지만 유독 한국 선수들은 대학에 진학하면 은반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동계체전 여대부 여자 싱글 출전자는 총 5명이었다. 남자 대학부는 이준형과 변세종(20, 경희대) 단 2명만 출전했다.

▲ 박소연 ⓒ 연합뉴스 제공

전성기가 다시 돌아온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박소연은 "주변에서는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저는 아직 못 느끼겠다"며 "점프 감각이 있다보니 이를 보완하면서 연습하니까 점점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소연은 이준형과 더불어 후배들을 이끌어주는 좋은 버팀목이 되고 있다. 2022년 베이징 올림픽 얘기를 살짝 꺼냈다. 미소를 지으며 한참 생각한 그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은퇴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우승자인 케이틀린 오스먼드(캐나다)는 박소연보다 두 살 많다. 4위에 오른 캐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는 서른을 훌쩍 넘었다. 유럽과 북미 그리고 일본의 경우 나이가 많아도 국제 대회에 꾸준하게 출전하는 선수들이 많다.

반면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있는 국내 선수들은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박소연의 선전은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박소연의 올 시즌 마지막 대회는 다음 달 2일부터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열리는 2019년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다.

"종합선수권대회와는 다르게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경기에 임하겠습니다. 정말 즐겁게 스케이트를 타면서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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