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항서 감독과 이영진 수석코치(오른쪽)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상암동, 한준 기자] 2019년 UAE 아시안컵은 24개국이 본선에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확대되어 열렸다. 카타르가 첫 우승을 이뤘고, 베트남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8강까지 진격해 동남아시아 팀으로는 처음으로 토너먼트 첫 경기를 돌파한 팀으로 역사에 남았다. 

이 대회의 또 다른 특이점은 박항서 감독과 이영진 수석코치다. 박항서 감독은 2019년 UAE 아시안컵 지휘봉을 잡은 유일한 한국인 지도자였다. 한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은 활발해지고 있고, 축구의 본 고장으로 불리는 유럽 안에서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에 세계적인 감독들이 오는 일도 흔해지며 교류가 늘어나는 가운데 한국 지도자들의 해외 도전은 여전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본과 중국 등에서 한국 감독들이 성과를 내는 경우는 이전에도 있었다. 박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에서 거둔 성공은, 국가 대표 레벨에서 거둔 첫 인상적인 성취이며, 한국인 지도자들의 가능성을 확장한 사례다. 이영진 수석코치도 국가 대표 지도자에 대한 호기심과 해외 생활에 대한 도전 의식을 갖고 박 감독과 역사적인 도전을 함께 했다. 한국 지도자의 명예를 걸고 나선 이 코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스즈키컵 우승한 뒤에 베트남 선수들이 태극기 두르고 자축하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2019년 UAE 아시안컵에서는 8강에서 일본을 만나면서 한국 팬들의 관심이 더 뜨거웠습니다. 베트남 선수들은 그 의미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나요? 한국 팬들이 보내는 관심도 알고 있었는지요?
알고 있죠. 작년 10월에 한국으로 전지훈련 왔을 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고, 격려도 해주셨고 사랑도 주셨기 때문에 그 부분은 선수들이 알고 있어요. (일본고 경기를 할 때는) 태국하고의 관계를 선수들에게 물어봤죠. 한국과 일본하고 관계, 우리는 역사적 이유가 있다는 것을 베트남 선수들도 인식하고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얘기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 사람들이 일본과 경기에서 지는 것을 싫어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를 베트남 선수들도 알고 있었어요. 

-일본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으로 박항서 감독이 이기고 싶다고 했고, 한국에서도 응원을 많이 했습니다. 굉장히 드라마틱한 경기였는데 아쉽게 졌습니다.
사실 어느 경기든 이기고 싶은 마음은 있죠. 특히나 일본하고 경기는, 저는 대한민국 사람이고, 개인적으로도 일본에 이기고 싶은 마음이 있죠. 하지만 개인적인 것들이 팀에 영향을 줘선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한국을 대표해서 경기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객관적인 상황에서 콘트롤 하려고 했어요. 한국에서는 한일전 비슷하게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저희는 부담스러울 수 있거든요. 감독님께도 그런 생각하지 마시라고 했어요. 이건 베트남과 일본의 경기고 우리는 베트남을 맡고 있는 지도자 입장에서 경기하는 거라는 냉정함을 잃지 말자고 얘기했고. 결과는 아쉽죠. 경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나 감독님이나 내용보다 결과에 아쉬웠죠. 끝나고 생각한 것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더 초반부터 해봤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지고 나니까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해보는데, 그랬을 때 우리가 많은 골을 먹고 질 확률도 있거든요. 우리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어떤 방법이 있고 어떤 운영을 해야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경기 전에 상당히 많은 고민을 했어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 잘 해왔던 걸로 경기를 시작하자. 

사실은 전반전에 이제 0-0으로 마치면서 조금은 자신감을 얻은 게 있거든요. 후반전에는 찬스가 올 것이다. 아무래도 젊은 친구들이 경험이 부족했던 부분이 페널티킥으로 나오면서 시간이 없었죠. 그때 공격적으로 한 부분이 좋은 흐름으로 와서 사실 저는 골을 넣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밀어붙였는데, 우리의 힘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을 해보고. 이 경기를 통해서 베트남 선수들이 준비를 잘 하면, 충분히 아시아의 강국들과 대등하게 좋은 경기를 할 수 있고 원하는 결과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직접 눈으로 몸으로 보여줬다고 선수들에게 얘기해줬어요. 

▲ 이영진 베트남 대표팀 수석코치 ⓒ한희재 기자


-아시안게임도 동메달 결정전을 못 넘었고, 아시안컵과 8강 고비를 못 넘었습니다. 부족했던 마지막 한 부분은 무엇이었을까요?
파워에요. 기술적으로 얘기하면 선수들의 파워가 조금은 부족했죠. 제 생각은 지금 현재 선수들 몸무게에서 2~3kg정도 더 올라가고 힘이 생기면, 지금 할 수 있는 것 보다 훨씬 잘 할 수 있다고 얘기 하는 편이거든요. 선수들한테 제가 그 전에 얘기했던 것들이 아마 잘 이해가 될 수 있는 된 기회였을 거에요. 이번 대회 통해서 선수들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좋은 대회라고 생각해요.



-계속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고, 이제는 2020년 도쿄 올림픽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도전한다는 큰 기대가 나오고 있습니다. 
간접적으로 느끼는 건, 그런 기대들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고. 박 감독님이 하신 인터뷰 보니까 베트남 기자가 다음 목표는 월드컵이냐고 물어봤을 때, 감독님이 반대로 기자에게 베트남은 준비가 됐냐고 답했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사실 쉬운 건 아니거든요. 어느 한쪽만 된다고 되는 게 아니고 양쪽의 수준이 갔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거고. 

앞으로 스케줄에 대한 부담은 분명히 감독님도 저도 가질 수 있을 거 같아요. 그에 대한 답은 일단 준비를 잘하자는 것. 1차 예선, 2차 예선. 상대와 일정이 나오게 되면 그 팀에 대한 분석을 지금부터 하고, 우리 선수들에 대한 파악, 새로운 선수들에 대한 발굴,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고 일을 하면, 개인적으로는 1차 예선은 한번 도전해볼 수 있다.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에 태국이 진출했는데, 베트남도 그러면 최종 예선에 진출하는 것이 아주 높은 목표는 아니지 않겠느냐. 도전해볼 수 있고 가질 수 있는 거 아니야? 월드컵이 48개국으로 출전국을 늘리면, 준비 잘하면 (그런 목표를) 못 가질게 뭐 있을까? 전 긍정적으로 모든 걸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앞만 본 한국 축구가 이제는 동남아시아 축구의 추격도 경계해야 하는 시점 같습니다. 몇 년 뒤에는 동남아시아 축구가 한국 축구와 대등한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요?
전 개인적으로 그럴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고 있어요. 동남아 축구가 지금 많은 좋은 평가를 받고, 저도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과연 10년 뒤에 지금보다 좋아질 부분이 있을까. 그들이 좋아지는 것과 다른 나라가 좋아지는 것의 속도가 어떻게 될지 봐야죠. 10년 뒤에 똑 같은 상황에서 경기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 미흡한 적이 많다고 느끼거든요. 가능성은 있지만 준비를 잘 못하면 그건 이뤄지기 쉽지 않을 것이다. 감독님과 베트남축구협회가 미팅을 할 때면 유소년 시스템에 대해, 10년 후, 20년 후를 준비하지 않으면 꿈꾸고 있는 월드컵 출전은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준비가 필요하다고 많이 얘기하고 있어요.

▲ 베트남과 한국의 응원을 함께 받은 박항서호 ⓒ한희재 기자


-베트남 대표팀에서 1년 간 새로 배우거나 느낀 것이 있을까요?
크게 느낀 건 없고. 대표팀 스케줄에 대한 것을 경험했죠. 대표팀은 이런 점에서 준비하는 게 힘들고 어렵다는 것. 예를 들면 3주의 시간이 있으면 훈련 스케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시합날에 맞춰 어느 시기에 피지컬 훈련, 팀 훈련, 전술 훈련을 해야 하는지, 이런 게 조금 머리 속에 있는 거 같고. 요즘은 또 다른 걸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선수 개개인의 발전 없이 팀의 발전은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훈련 시간에 선수 개개인에 대해서, 한 선수에게 한 가지만이라도 조금이라도 향상할 수 있는 게 있으면 하자는 것, 어느 시기에 어느 훈련 시간에 넣어서 하는 게 훈련 효과도 높이고 개인 성장도 하고 팀의 결과로 나올지에 대한 고민은 개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도자 개인으로 앞으로 목표는 어떤 것인가요?
일단 지금은 박 선생님하고 같이 일하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고. 다음 목표가 있다면 지도자 생활을 계속 한다는 것? 그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겠고. 다음이 있다면 새롭게 접근하는 방법, 선수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일단 팀이 좋아지는 것 보다 개인의 기량이 조금 더 좋아질 수 있게 어떻게 접근할 건지. 예를 들어 선수들에게 개인의 영상을 만들어서 보여주고 그래서 개인적으로 뭔가 느끼고 자기가 부족한 것을 자기 스스로 할 수 있게, 그랬을 때 팀은 자연스럽게 좋아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내가 선수들한테 그 부분에서 소통하고 본인이 느끼게 만들까. 생각해보고 있어요. (만약 다른 팀을) 하게 되면, 실패할 수도 성공할 수도 있지만 전 실패라고 생각을 안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우승은 한 팀인데, 한 사람만 성공했다는 얘기를 듣고, 나머지 13~14개팀 지도자가 실패했다고 얘기하는 것은 냉혹하잖아요. 지도자에 대한 평가도 다르게 평가할 수 있는 분위기, 그런 축구 문화를 만드는 게 우리 축구계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한국 지도자의 해외 진출에 대한 좋은 선례가 되셨습니다. 다른 한국 지도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아시안컵에서 한국인 지도자로 박감독하고 제가 유일하게 참가했더라고요. 인터넷을 통해서 접했는데, 사실은 스스로 자부심을 조금 가졌죠. 베트남에도 새로 두 분의 한국 지도자(정해성, 이흥실)들이 올해 팀을 맡아서 도전하고. 한번쯤은 그런 생각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도 안되고. 일단은 외국에 나와서 지도자 생활을 하려면 그쪽의 문화나 상황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데, 그런 걸 조금 사전에 알고 준비하고 가면 아마도 한번 도전해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인들이 갖는 성실함은 어느 나라에서도 어필할거라고 생각해요. 저희도 감독님과 도전하러 갈 때 우리의 부지런함과 성실함이 아마 좋은 결과로 나올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어요. 능력은 결과가 나지 않으면 비춰지는 게 없잖아요. 성실하고 부지런한 것은 사람의 행동으로 보여질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그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서 한국 지도자에 대한 인식, 이미지를 좋은 것으로 가질 수 있게 시작하자. 정말 작년 한해 베트남 리그 안가 본 곳이 없어요 그게 너무 힘들었지만,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선수를 뽑는 게 가장 안전하거든요. 내 선택을 내 눈으로 확인해야 하니까, 몸은 힘들지만 즐겁게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베트남 도전을 응원해준 한국 팬들에게 한마디
지난 1년 동안 박항서 감독님과 함께 가서 열심히 일했고,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 뒤에 베트남 축구 팬들도 있었지만 베트남 팬도 있었지만 한국 팬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그런 것들이 큰 힘이 됐습니다. 스즈키컵을 앞두고 국내에서 전지훈련할 때도 팬들도 많이 와서 응원해주셔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앞으로도 베트남 축구를 위해서 열심히 일해야 하는 입장이거든요. 계약이 남았기 때문에. (웃음) 열심히 일 할거고, 국내 계시는 팬들에게도 다시 기회가 되면, 돌아오게 되면 어디서든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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