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니메이션 '언더독'. 제공|NEW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언더독'(underdog)은 개싸움에서 밑에 깔린 개를 뜻한다. 경쟁에서 이기거나 성공할 가능성이 적은 약자란 소리다. 주인 없는 개 이야기, 애니메이션 '언더독'(감독 오성윤 이춘백, 제작 오돌또기)은 이들을 약자로 명명했다. 주인에게 버려지거나 혹은 스스로 주인을 버린, 이 땅의 언더독들이 펼치는 로드무비. 그들의 목적지는 인간 없는 유토피아다. 

강아지 뭉치의 삶은 하루아침에 바뀐다. 인적 없는 야산에 주인이 던져준 테니스공 하나와 함께 남겨진 것이다. 미안한 기색으로 떠나버린 그 사람이 돌아올 리 없건만, 뭉치는 온종일 기다린다. 뭉치를 거둬준 건 그 사람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먼저 알아버린 다른 개들이다. 그들의 철거촌 아지트에서 고달프지만 알콩달콩 새 삶을 꾸려가던 뭉치는 산에서 사냥을 하며 살아가는 들개 밤이 가족들을 만나 강렬한 끌림을 느낀다. 인간을 기웃거리던 개들도 인간을 떠나살던 개들도 더이상 불안한 둥지를 지킬 수 없게 된 어느 날, 두 무리는 함께 새로운 터전을 향해 떠난다. 

'언더독'은 반려동물 인구 1000만의 그늘에 사는 개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네 발로 당당히 서서 서로를 보듬는,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짐승들을 향해 따스한 애정과 응원을 듬뿍 담아냈다. 2011년 암탉 잎싹이와 청둥오리 초록이 모자(母子)의 성장기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한국 애니메이션 최다인 220만 관객을 뭉클하게 한 감독과 제작진의 솜씨다.

그 온기는 여전하지만 눈에 띄게 날이 섰다. 어린 관객이 주 타깃인 애니메이션 장르임에도 '언더독'은 유기견, 강아지 공장, 로드킬, 들개, 동물학대 같은 개들의 딱한 현실을 놀랍도록 구체적으로 그렸다. 한국 사회의 단상도 묻어난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지만 사람은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으로 여지없이 나뉘는 캐릭터 구획 또한 이야기만큼 단순하고 주제만큼 선명하다. 개들은 인간의 무책임, 인간의 탐욕, 인간의 잔혹성으로 고통받는다. 그들이 선택한 자유의 유토피아가 인간이 닿을 수 없는 '그 곳'이라는 건 당연한 귀결이면서도 꽤 도발적으로 다가온다.

소소한 유머와 알콩달콩한 분위기가 날카로운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데, 유기견 시추 짱아가 제대로 몫을 한다. 그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박철민은 베테랑다운 리듬, 특유의 능청맞은 만담형 개그로 더빙의 맛을 한껏 살렸다. 비주얼도 뭉치를 닮은 도경수, 중성적 매력의 밤이 박소담 등의 목소리 연기도 담백한 맛이 있다.

빼어난 비주얼은 두 말 할 것 없는 '언더독'의 매력이다. 컬러풀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고운 색감, 부드럽지만 힘있게 뽑아낸 선 등 할리우드나 일본의 여느 애니메이션과 다른 질감과 매력을 뽐내는 작화가 눈을 행복하게 한다. 

1월 16일 개봉. 전체관람가지만 아이만을 위한 애니가 아니다. 러닝타임 102분. 

roky@spotvnews.co.kr
▲ 애니메이션 '언더독'. 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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