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유영준 전 감독 대행. ⓒ 연합뉴스
▲ NC 유영준 감독 대행. ⓒ NC 다이노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NC가 이동욱 감독을 선임하고 김종문 단장 대행을 정식 단장으로 승격하면서 새 틀을 잡았다. 유영준 감독 대행은 "선수단 안정이 최우선"이라는 자신의 말처럼 그 임무를 마치고 조용히 퇴장했다. 감독 성적은 85경기 38승 1무 46패 승률 0.452. 

유영준 전 감독은 야구계 중심에 있던 인물이 아니다. 단장에서 갑자기 감독 대행을 맡게 되면서 한편에서는 '배후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상당 부분은 메이저리그식 프런트 야구에 대한 환상에서 오는 착시다. 유영준 전 감독은 단장 시절에도 행정적인 업무의 비중이 크지 않았다. 

그는 정규 시즌 중에도 "욕심이 없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성적을 내기 위해 선수들을 몰아세우지 않겠다는 뜻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배후설'에 대한 소극적인 반박이기도 했다. 선수 시절, 고교 감독 시절에도 그는 정말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다음은 그동안 유영준 전 감독과 나눈 이야기를 재구성한 내용이다. 

"프로 팀에서 입단 제안을 받기는 했다. 그런데 내 몸을 내가 잘 알아서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깨를 다쳐 송구를 할 수 없는 상태였다. 2개 구단에서 '왜 포수 수비를 하지 않고 있느냐, 타율은 꽤 좋은데'라고 입단 제안을 했는데 내 몸 상태를 설명하고 지명하지 말라고 전했다."

그는 프로 지도자는 물론이고 선수 경력조차 없는 인물로는 처음 감독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배경에는 현실적인 판단이 있었다. 욕심을 냈다면 결과를 떠나 이력서에 프로 경력 한 줄 정도는 넣을 수 있었지만 그보다 실업 팀에서 직장을 구하는 실리를 택했다. 

"혹사를 막기 위해서 그랬다기 보다는 선수들과 약속을 지킨 거다. 누구는 언제, 또 누구는 언제 나간다는 식으로 미리 얘기를 해뒀고 약속은 지켰다. 프로 선수들도 그렇지만 고등학교 선수들은 그런 점에 더 민감하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선수들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

"한 번 대회에서 우승하고 나면 나머지 대회에는 저학년 선수들을 내보냈다. 장충고 이사장님이 야구를 참 좋아하셨다. 그러면서도 성적에 대한 부담은 주지 않으셨다. 덕분에 무리하지 않을 수 있었다"

장충고는 지금도 투수 혹사가 없는 학교로 잘 알려져 있다. 그 틀을 잡은 인물이 바로 유영준 전 감독이다. 그는 "저보다 먼저 감독을 했던 분들이 어떻게 했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그때는 혹사를 시키고 싶어서라기 보다 던질 선수가 없어서 그랬던 것 아니겠나"라며 자신을 낮췄다. 

"프로 지도자의 꿈을 꾼 적은 없었다. 사실 장충고 감독을 그만 둘 때 주변에서 만류가 심했다. 직업 안정성도 그렇고 경제적인 면에서도 많은 걸 내려두고 NC에 왔다. NC가 신생 팀이 아니었다면 장충고에 남았겠지만 새로운 팀에서 프로 야구가 무엇인지 함께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야구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간다."

그는 감독 대행을 맡은 뒤 살이 많이 빠졌다면서 "다이어트했다"고 웃어넘겼지만 가족들은 마냥 웃지 못했다. 댓글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NC에 스카우트로 간 것부터 주변의 반대를 무릅쓴 결정이었다. 심지어 감독 대행까지 맡으면서 받지 않아도 될 비난을 듣게 됐으니 가족들이 걱정하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유영준 전 감독의 마음은 한결 같았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책임감만 안고 화살을 받아냈다. 이동욱 감독의 선임과 함께 자신은 조용히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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