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시작 전부터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는 야구 대표 팀 선동열 감독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아시안게임 특별취재단 맹봉주 기자] 야구와 농구에 이어 축구까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 중인 구기 종목 감독들이 비판 여론과 싸우고 있다.

먼저 야구 대표 팀 선동열 감독은 선수 발탁부터 논란이 일었다. 중심이 되는 선수는 오지환과 박해민. 문제는 이 두 선수의 성적이 특별하지 않는데 있다.

오지환은 이번 시즌 116경기를 소화하는 동안 타율 0.277 9홈런 61타점 76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758에 머물렀다. 수비에서는 실책 17개로 리그 최다 공동 1위다. 박해민도 116경기 타율 0.284 4홈런 45타점 88득점 OPS 0.735 27도루에 그쳤다.

둘 다 대표 팀에 뽑히기엔 아쉬운 성적이다. 두 선수가 대표 팀에 합류하자 '포지션별 최고 선수를 뽑는다'는 국가 대표 선발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선동열 감독은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뽑고 싶었으나 현 시점에서 그런 선수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포지션에서 잘 하는 선수를 뽑자고 했다"고 항변했지만 팬들은 공감하지 못했다.

또 두 선수에게 "여론은 신경 쓰지 말고 항상 하던 대로 하라고 했다. 할 수 있는 건 좋은 성적으로 금메달을 따는 것뿐"이라며 여론과는 괴리감이 있는 발언으로 팬들의 질타는 더욱 거세졌다.

특히 많은 팬들은 오지환과 박해민에게 "아시안게임 국가 대표를 병역 면제의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나란히 1990년생으로 병역 미필인 오지환과 박해민이 상무 야구단과 경찰 야구단 입단을 미루다 결국 대표 팀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 농구 대표 팀 허재 감독과 그의 아들 허웅(오른쪽부터) ⓒ 연합뉴스
▲ 김학범 축구 대표 팀 감독. 한 경기 방심으로 축구 대표 팀의 남은 일정은 더욱 험난해졌다 ⓒ 한희재 기자

농구 대표 팀 허재 감독도 선수 선발부터 뒷 얘기가 많았다. 특히 허재 감독이 자신의 두 아들 허웅과 허훈을 나란히 대표 팀에 뽑으며 비난 여론을 더 키웠다.

이 두 선수와 같은 포지션인 지난 시즌 프로농구 최우수선수(MVP) 두경민은 대표 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두경민을 비롯해 김시래, 이재도 등을 제치고 허훈이 대표 팀에 선정될만한 실력이 있는가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가 남아있다. 

지난 시즌 프로에 데뷔한 허훈은 평균 10.59득점 4.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잠재력은 인정 받았지만 공수에서 부족한 경기력을 노출했다. 대표 팀에 들지 못한 두경민(16.45득점 3.8어시스트)과 김시래(12.24득점 6.5어시스트), 이재도(9.3득점 4.8어시스트)에 비해 확실한 비교 우위를 점하지 못했지만 허재 감독은 허훈을 선택했다. 

심지어 186cm의 허웅은 자신의 주 포지션인 슈팅 가드가 아닌 포워드로 이번 대표 팀에 뽑혔다. 때문에 "아들을 대표 팀에 데려가기 위해 포워드에 억지로 끼워 넣은 것 아니냐"는 비난 목소리가 거셌다.

축구 대표 팀 김학범 감독도 선수 선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와일드카드로 애제자인 황의조를 선발했을 때부터 논란이 일었고 이후 17일 열린 조별 예선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에 1-2로 패하자 비난 여론은 더 커졌다.

김학범 감독은 아직 16강 진출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전 6명을 바꾸며 무리한 로테이션 운영을 돌린 끝에 졸전을 펼쳤다. 조별 예선 1차전이었던 바레인과 경기에서 6-0 대승을 거둔 게 오히려 독이 됐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동남아시아 팀에게 패한 건 무려 20년 만이었다. 한국은 조 1위를 말레이시아에 내주며 어렵게 16강에 올랐다. 이제 한국은 16강전에서 강호 이란을 만난다. 8강전에선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 꼽히는 우즈베키스탄과 상대할 가능성이 크다. 말레이시아전 패배 하나가 금메달로 가는 여정을 험난하게 만든 것이다.

야구, 농구, 축구는 국내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구기 종목들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이들 종목은 많은 팬들의 응원을 받기는커녕 이제는 유행어처럼 번진 “은메달을 기원합니다”라는 조롱 속에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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