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한수가 지난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 레슬링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7kg급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고 감격해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아시안게임 특별취재단 신명철 기자] 다음 달 2일 막을 내리는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레슬링 종목이 가장 먼저 일정을 끝냈다.

레슬링 마지막 날인 22일 조효철이 자카르타 컨벤션센터 어셈블리 홀에서 열린 그레코로만형 97㎏급 결승에서 중국의 디샤오를 5-4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해 한국은 이번 대회를 금메달 2개와 동메달 6개로 마무리했다.

하락세인 자유형에서 노골드를 기록한 한국은 조효철에 앞서 그레코로만형 67㎏급 류한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직전 대회인 2014년 인천 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과 은메달 각각 3개, 동메달 6개로 이란(금6 은1 동5)과 일본(금4 은3 동4)에 이어 종목 순위 3위에 올랐는데 이번 대회에서 6위로 밀렸다.

인천 대회 2위인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6개로 8위로 미끄러졌다. 세계적인 경기력을 자랑하던 여자부에서 금메달 없이 은메달 2개와 동메달 3개에 그친 게 부진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일본 여자 레슬링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보였지만 요시다 사오리(올림픽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아시안게임 금메달 4개)와 이초 가오리(올림픽 금메달 4개 아시안게임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같은 특출한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이들이 매트를 떠나자 일본 여자 레슬링은 하루아침에 종이호랑이가 됐고 일본의 왕좌를 호시탐탐 노리던 중국(금 2 은 1)이 냉큼 그 자리를 차지했다. 북한(금 2 동 2)도 그 자리에 끼어들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부에서 아시아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이란은 이번 대회에서도 남자부에서만 금메달 5개와 동메달 3개로 아시아 레슬링 신흥 강국의 위상을 자랑했다.

레슬링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전통의 메달밭이었다.

한국(금11 은11 동14)은 역대 올림픽 레슬링 종목 순위에서 여전히 11위 이란(금 9 은 14 동 20)에 앞선 10위다. 여자부를 포함해 전통의 레슬링 강국인 일본(금 32 은 20 동 17)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국은 2000년대 들어서도 강자의 면모를 잃지 않고 있지만 하강 기미를 보이고 있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 48kg급 금메달리스트인 심권호는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한 체급 올린 54kg급으로 출전해 한국 레슬링 선수로는 올림픽에서 첫 2연속 우승이자 두 체급 금메달의 대기록을 수립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그레코로만형 60kg급 정지현이 퉁퉁 부어오른 눈으로 투혼의 금메달을 차지해 온 국민에게 감동을 안겼다.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그레코로만형 55kg급 박은철이 유일한 메달리스트(동)가 된 한국은 2012년 런던 대회에서 김현우가 그레코로만형 66kg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다시 올림픽 금맥을 이었다.

그리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김현우가 체급을 올려 75kg급에서 동메달을 차지했지만 한국 레슬링 전성기를 떠올리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었다.

올림픽 레슬링에서 최경량급인 그레코로만형 라이트플라이급은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경량급인 플라이급은 2004년 아테네 대회부터 열리지 않고 있다. 자유형도 그레코로만형과 같은 상황이다.

심권호가 금메달을 딴 체급 두 개가 졸지에 사라진 것이다.

이번 대회 부진은 이런 국제 레슬링계 변화가 하나의 요인일 수 있고 내부적인 요인도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레슬링은 삼성 그룹의 든든한 지원을 받았다. 서울사대부고 시절 레슬링을 했던 이건희 회장의 관심으로 그룹 계열사에 레슬링 팀을 뒀고 올림픽 때 “이 회장이 경기장에 다녀가면 금메달 한두 개는 나온다”는 전설 같은 얘기도 있었다.

이번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류한수와 조효철 나이가 30대인 것은 흔들리는 한국 레슬링을 상징한다. 그러나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도 베테랑의 분전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레슬링(1964년 도쿄 대회 장창선)은 복싱(1956년 멜버른 대회 송순천)에 이은 한국 올림픽 사상 두 번째 은메달에 빛나는 전통의 종목이다.

"한국 레슬링의 부흥을 위해 기업과 정부가 많은 관심을 보여 주셨으면 한다"는 1988년 서울 올림픽 자유형 68kg급 은메달리스트, 1992년 바르셀로나 74kg급 금메달리스트인 박장순 국가 대표 팀 감독의 말이 이번 대회 이후 현실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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