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인범이 빌드업 미드필더를 맡아야 중원이 안정될 수 있다 ⓒ연합뉴스
▲ 이란전 예상 전략 ⓒ김종래 디자이너


[스포티비뉴스=아시안게임 특별취재단 한준 기자]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E조 2위로 16강에 오르면서 결승까지 숨돌릴 틈이 없어졌다. 이란과 16강, 우즈베키스탄과 8강(예상), 베트남(예상)과 4강 등 대회 최고 전력의 팀을 차례로 만나는 일정을 받게 됐다.  일단 당면한 상대를 잡아야 한다. 첫 미션은 이란이다.

바레인전 6-0 대승 이후 한국 아시안게임 대표 팀은 말레이시아에 1-2 패배, 키르기스스탄에 1-0 신승을 거뒀다. 두 경기 모두 상대 밀집 수비에 고전했고, 역습 공격에 흔들렸다. 중심 수비수 김민재가 경고 누적으로 빠지는 악재가 겹친 가운데 이란과 16강전에는 아예 새로운 선발 명단이 나올 것이다.

말레이시아전과 키르기스스탄전 모두 상대가 뒤로 내려섰을 때 중원 통제력과 안정적인 볼 소유에 문제가 있었다. 상대 역습을 중원에서 걸러 주지 못한 문제도 나왔다. 센터백이 달려 나오며 수비해야 했고, 센터백과 중원의 연계도 매끄럽지 못했다. 김학범호에 빌드업 미드필더로 뽑힌 이승모(20)와 김정민(19)은 어린 선수들로 침착성을 유지하지 못했다.

◆ 가능한 모험수: 황인범을 빌드업 미드필더로, 이진현을 왼쪽 윙백으로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전술적 대안은 황인범을 중앙 미드필더 영역에서 뛰게 하는 것이다. 등 번호 10번을 달고 있는 황인범은 그동안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돼 공격진에 키 패스를 보내거나 슈팅하는 플레이를 했다. 황인범은 어려서부터 대전 시티즌에서 볼 소유와 배급을 담당하며 차비 에르난데스처럼 뛸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 

황인범은 공격 지역에서 파괴력도 있지만, 안정적으로 공을 지키고, 적절히 기점 패스를 보낼 수 있는 시야를 갖췄다. 이란과 경기에선 이전 경기보다 뒤에서 공을 받아 이란의 전방 압박을 견디며 전진할 수 있는 빌드업 미드필더의 임무를 할 수 있다.

김민재가 빠진 수비 라인도 숙제다. 포백 라인을 내세우기엔 전문 풀백 요원이 부족하다. 가용한 전문 센터백도 황현수, 조유민, 정태욱 등 세 명이다. 교체 카드 등 유연성을 생각하면 한 명을 벤치에 남겨 둘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란이 투톱과 스리톱을 넘나드는 전술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세 명의 수비수를 모두 내세우는 과감한 선택도 생각해야 한다. 먼저 실점하면 몹시 어려운 경기가 된다. 바레인전에서 실수한 황현수, 키르기스스탄전에 흔들린 정태욱 모두 두 명의 센터백과 전문 풀백 없는 포백으로 함께 세우면 위험성이 있다.

황현수, 조유민, 정태욱을 동시에 세우고, 수비형 미드필더 영역을 커버할 수 있는 조유민을 평소처럼 오른쪽이 아닌 중앙에 세워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 그동안 오른쪽 센터백으로 측면 수비까지 담당하던 조유민이 황인범의 옆으로 올라가 중원 수비 저지선 구실을 해 줄 수 있다. 

이 경우 문제는 이란의 강점인 측면 수비를 견디는 게 쉽지 않다. 이란은 좌우 날개가 강한데 특히 왼쪽 공격이 강점이다. 그동안 라이트백 자리에는 김문환이 뛰었다. 돌파력이 좋은 윙어 출신이다. 조유민이 오른쪽 센터백으로 그 뒤를 적절히 커버해 수비 불안을 최소화했다. 

▲ 손흥민(왼쪽)과 황의조가 이란 수비에 부담을 줘야 한다 ⓒ연합뉴스


◆ 전문 풀백 부재, 조유민 스리백과 손흥민-황의조-나상호 스리톱

키가 크지만 발이 느린 정태욱과 짝을 이룬다면 허점이 될 수 있다. 전문 풀백 이시영이 오른쪽에 설 수 있다. 혹은 미드필더인 김건웅을 오른쪽 센터백으로 기용하는 변수가 있을 수 있다. 왼쪽 풀백 포지션은 김진야가 주전으로 뛰어 왔다. 오른발잡이라 측면 오버래핑 후 크로스 타이밍에 문제가 있었다. 

황인범을 보다 중앙으로 내려서 기용한다면 김학범 감독이 명단 발표 당시 공언한 대로 왼발을 잘 쓰는 이진현이 왼쪽 윙백 자리로 배치될 수 있다. 라이트백 이시영이 상대적으로 수비에 신경 쓰고, 공격 상황에는 이진현이 조금 더 전진해 왼쪽 측면 미드필더와 인사이드하프의 왼쪽 영역까지 커버할 수 있다. 손흥민이 왼쪽 공격수로 배치되면 이란의 라이트백도 쉽게 전진하기 어려울 것이다. 

황인범의 미드필더 파트너로는 세트피스 상황에 강점이 있고, 23세 이하 대표 팀에서 비교적 노련한 플레이를 펼치는 장윤호가 안정적이다. 공격진은 초반 강공을 위해 와일드카드로 뽑은 손흥민과 황의조가 모두 나와야 한다. 스리톱 파트너로는 연계 플레이와 공이 없을 때 움직임이 좋았던 나상호가 적합하다. 저돌적인 황희찬, 돌파가 강점인 이승우는 후반전 조커 카드로 고려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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