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찬양의 크로스는 서울 자책골로 이어졌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조형애 기자] 왼쪽은 강상우, 오른쪽은 권완규. 포항스틸러스의 좌우 풀백은 한동안 '붙박이'와 같았다. 큰 이변이 없으면 무조건, 무조건이었다.

구태여 바꿀 이유가 없었던 콤비가 헤어진 건 권완규 입대 탓. 그리고 그 자리는 의외의 인물이 꿰찼다. 바로 우찬양(21)이다.

권완규 입대로 불안해진 측면 수비를 위해 영입한 떼이세이라가 1경기 만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깊어질 뻔한 포항의 고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우찬양이 안정감있는 플레이를 연이어 보여주며 비교적 이른 시간 안에 주전급으로 도약했다.

포항 관계자도 "지금으로선 강상우-우찬양 풀백 조합이 정예"라고 할 정도. 사실상 승점 6점이 걸린 FC서울과 경기서도 왼쪽 측면 수비는 우찬양이 선택을 받았다. 결과는 전반 13분 크로스에 이은 상대 자책골 유도로 팀의 1-0 승리.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시즌 KEB하나은행 K리그 25라운드 뒤 우찬양은 "이제 남은 경기를 전부 뛰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 '잘하고 있어!' 조언과 격려, 우찬양을 성장시키다

전반기까지 우찬양은 대부분을 R리그에서 활약했다. 이따금 전해들은 건 우찬양의 공격포인트 소식. 포항 관계자는 "경기 때마다 포인트를 올리려고 한다. 한 번은 친구 이래준의 해트트릭 기회에 본인이 차서 골을 넣었다"면서 껄껄 웃었다. 그리곤 "아무래도 '나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어필하고자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정작 우찬양은 "(어필) 그런 건 아니다. PK 아니면 언제 골 넣어 보나 싶어 그랬다"고 펄쩍 뛰었지만, 어느정도 인상을 남긴 건 분명해 보인다. 후반기 접어 기회가 주어졌고 우찬양은 그걸 용케 또 잡았다.

"전반기 때 R리그 뛰면서 '난 언제 K리그 뛰어보나' 생각 많이 했어요. 후반 시작하면서 연습 경기에서 잘하면서 기회가 주어졌고, 잘 살려서 이때 까지 온 것 같아요. … 감독님께서는 '자신감 있게만 하라'고 하셨어요. '다른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너 자신을 믿고, 자신감을 가져라'라고 주문하셨어요."

최순호 감독은 '신예' 우찬양에게 자신감 있는 플레이만을 요구했고 선배·동료들은 따뜻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우찬양은 결승골로 이어진 크로스에 대해 묻자 "혼자 잘해서 된게 아니다"면서 조언과 격려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결과적으론 원포인트 레슨이 된 한마디도 있었다.

"선배·동료들이 다 조언도 해주고 '잘하고 있다'고 격려 해주셔서 잘 된 것 같아요. 선배 한 분이 크로스를 강하게 올리려고만 하지 말고 수비 뒤로만 올린다고 생각하고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누구예요?) 이후권 선수!"

▲ 이후권의 조언은 통했다. ⓒ연합뉴스

◆ 잔여 경기 ALL 출전 외친 우찬양의 주문 '스스로를 믿자'

지난 시즌 서울을 상대로 뼈아픈 패배를 경험한 우찬양은 서울전 남다른 각오로 임했다. 경기전 이을용 FC서울 감독 대행이 포항의 약점으로 꼽은 건 공교롭게도 '측면'. 하지만 그가 간과한 게 있었다. 우찬양의 성장과 마음 가짐이다.

"지난해 서울 원정와서 경기를 졌었어요. (다시 뛰게 되니) 긴장도 됐는데 그럴 때마다 '자신을 믿자'고 혼자 생각했어요. 오늘은 이기자고. 마음 가짐 자체가 달랐던 것 같아요."

귀중한 기회를 잡은 우찬양은 목표를 잔여 경기 모두 출전으로 재조정했다. 크로스는 보다 날카롭게 연마하는 중이다. "오전에 쉴 때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크로스 연습하러 나가라'"고 한다고. 우찬양은 "연습하면서 점점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포항이 자랑한 감정 표현에 솔직한 캐릭터. '엽사(엽기적인 사진)'아닌 '엽사'를 SNS에 올린 구단 계정을 잠시 '언팔'했다는 '솔직왕' 사연의 주인공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엔트리 탈락 심경도, 향후 목표도 거침없이 답했다. 이제 막 K리그에서 눈도장을 찍고 있는 우찬양은 보다 밝은 내일을 꿈꾸고 있었다.

"지금 현재 목표는 남아있는 경기 전부다 나가는 거예요. 2년 뒤에는 올림픽 대표팀 승선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아시안게임 못가서 아쉽긴 하지만, 오히려 못가서 이렇게 기회 주어졌다 생각해요. 팀에서 보여질 수 있다는 걸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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