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이 있지만 이란전이 불안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아시안게임 특별취재단 한준 기자] 한국 축구는 이란을 만날 때마다 고전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16강 대결(23일 밤 9시 30분 킥오프)도 부담스럽다. 이번에 만나는 이란은 골키퍼를 빼면 21세 이하 선수로 구성됐다. 손흥민이 참가하며 와일드카드 3장을 모두 사용한 한국이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결에 한국이 걱정해야할 요인이 적지 않다. 환경적, 조직력, 심리적 그리고 선수단 내부 불안요소까지 ‘아차’하면 한국의 여정이 끝날 수 있다. 김학범 감독은 "최악의 상황까지 다 준비했다"고 했다. 어느 때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경기다. 키르기스스탄전처럼 손흥민의 골이 터져야 한다. 이번 경기에는 더 빠른 시점에, 더 많은 골이 필요하다.

#1 김민재 없는 수비진의 불안 vs 전력 누수 없는 이란

가장 우려되는 점은 전력누수다. 한국은 수비 라인의 중심 선수 김민재가 조별리그에서 경고를 두 차례 받아 이란전에 뛸 수 없다. 이란은 미얀마과 조별리그 3차전에 주전 골키퍼, 주전 라이트백과 주전 센터백, 주전 미드필더, 주전 공격수 두 명 등 6명의 핵심 자원을 쉬게 했다.

이란은 전력 누수 없이 최상의 전력, 최고의 컨디션으로 한국전에 임한다. 한국도 조별리그 2차전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로테이션을 가동했지만 온전히 후보 선수를 낸 것이 아니며, 결과적으로 1-2로 패배해 심리적으로 위축됐다. 이어진 키르기스스탄과 3차잔도 1-0 진땀승을 거둬 정신적으로 벼랑에 내몰린 상태다.

말레이시아전과 키르기스스탄전 모두 역습 상황에서 수비 안정감이 문제였다. 국가 대표급 수비수 김민재가 빠지면서 조유민, 황현수, 정태욱 등이 수비라인을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란은 조별리그 3경기에 만난 팀보다 공격력이 강하다. 

▲ 김민재가 빠진 수비진이 이란의 역습을 막을 수 있을까? ⓒ연합뉴스


#2 경기장 적응 못한 한국 vs 조별리그 치카랑서 치른 이란

한국이 고전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잔디 사정이다. 수비하다 역습하는 팀 보다, 공을 오래 소유하며 세밀한 플레이로 상대를 공략해야 하는 한국 쪽에 논두렁 잔디는 더 불리하게 작용한다.

한국은 16강전이 열리는 인도네시아 치카랑 위브와묵티 스타디움이 처음이다. 경기 하루 전 훈련도 잔디 보호를 이유로 조직위가 경험할 수 없게 했다. 이란도 현장 훈련을 못했다. 하지만 F조 1위로 16강에 오른 이란은 조별리그를 치른 무대에서 경기하는 특권을 챙겼다.

이란은 F조 1,2차전을 치카랑에서 했다. 경기장 환경에 이미 적응이 됐다. 한국 보다 익숙한 곳에서 편하게 경기할 가능성이 높다. 환경 적응 측면에서 이란이 유리하다.

#3 와일드카드-기존 선수 괴리 있는 한국 vs 전원 국내파 조직력 다듬은 이란

조직력 측면에서도 이란이 한국에 앞선다. 한국은 김학범 감독이 대회 5개월 여 전 부임했다. 와일드 카드 3명은 첫 경기를 일주일 여 앞둔 시점에 차례로 합류해 거의 발을 맞춰보지 못했다.  외 국가 대표급 선수들도 기존 23세 이하 대표 팀 전지훈련을 해온 선수들과 괴리감이 있다.

이란은 지난 해 한국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멤버가 6명 합류했다. 전원이 국내파다. 소집 훈련 시간도 한국 보다 길었다. 조별리그에서 보인 조직력도 한국 보다 견고했다. 

▲ 병역에 대한 심리적 압박은 한국이 더 크다 ⓒ연합뉴스


#4 병역 기회 심리적 압박 한국 vs 다음 기회 있는 이란

심리적 측면에서도 이란이 여유롭다. 이란 역시 징병제 국가다. 이란 선수들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란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목표로 구성된 팀이다. 다음 대회까지 여유가 있다. 한국처럼 만 27세, 만 28세에는 군경팀을 택해야 하는 구조도 아니다. 프로 경력을 충분히 보내고 입대할 수 있다.

한국은 지면 끝이라는 심리적 압박에 몰렸다. 젊은 이란은 밑져야 본전이다. 내려서서 역습하며 기회를 도모하는 전략을 펼 가능성이 크다. 정신적으로 조급한 경기를 하는 쪽은 한국이 될 수 있다. 이란은 젊은 팀이지만 한국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이란 언론도 “한국이 강한 우즈베키스탄보다는 아니”라는 반응이다. 성인 대표 팀이 한국에 강했던 모습을 보며 자란 선수들이다. 한국전에 심리적으로 위축된 채 경기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예견된 위험요소를 통제해야 한다. 경기장 환경에 관계 없이 공격 패턴을 다듬고, 수비 조직도 갖춰야 한다. 전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여 선제골로 상대를 끌어내야 한다. 선제골은 한국에 많은 이점을 가져다 줄 것이다. 빠르게 습격해야 한다. 치명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미션은 명확하다. 손흥민의 존재감이 드러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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