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이 뛰었던 이란전, 성인 대표 팀은 최근 1무 4패로 고전했다.


[스포티비뉴스=아시안게임 특별취재단 한준 기자]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16강 상대 이란(23일 밤 9시 30분 킥오프)은 한국 축구가 얕볼 수 없는 이름이다. 성인 대표 팀은 최근 이란과 5경기에서 1무 4패로 절대열세를 기록하고 있다. 무려 5연속 무득점. 연령별 대표 팀의 전력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이란 축구는 자타공인 아시아 최고의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연령별 대표 팀의 성과도 좋다.

포르투갈 출신 카를루스 케이루스 감독이 장기집권하면 단단해진 이란 대표 팀. 23세 이하 대표 팀은 크로아티아 출신 즐라트코 크란차르 감독이 지난 4월 부임해 지휘 중이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 대비전으로 치르고 있다. 이번 대회에 올키퍼 메흐디 아미니를 제외하면 21세 이하 선수로 구성했다.

3장의 와일드카드를 쓰고, 3명의 월드컵 대표 선수가 합류한, 특히 손흥민이 가세한 한국 아시안게임 대표 팀의 전력이 한 수위라는 평가다. 하지만 21세 이하 선수로 구성됐다고 얕봐선 안된다. 이란축구협회는 젊은 선수 육성에 공을 들여왔고, 이 선수들은 최근 프로리그와 국제대회 경험을 쌓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란은 F조 1위를 차지했지만 성적은 압도적이지 않았다. 4개 팀이 1승 1무 1패로 같아 골 득실차로 순위를 가렸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득점 없이 비긴 뒤 북한에 3-0 승리를 거뒀지만 미얀마에 0-2로 졌다. 하지만 미얀마전의 경우 사실상 16강 진출을 확정한 상태에 한국이 E조 2위가 되자 승리의 동기가 크지 않은 가운데 진행한 로테이션의 결과였다. 이란은 졌지만 1위를 유지했다.

미얀마전에 이란은 4-1-4-1 포메이션으로 경기했는데, 1,2차전에 주전으로 뛴 공격수 레자 아자디, 아민 아사디가 모두 빠졌다. 공격 전형도 달라졌다. 중원에 메흐디 메흐디카니, 수비 라인에 모하메드 아가잔푸르, 알리레자 아르타 등 중심 축이 되는 선수들 없이 치렀다. 이들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한국전에 임한다.

▲ 독일전 4-0 완승의 주역 유네스 델피 ⓒFIFA 홈페이지 갈무리


◆ 2017년 FIFA 청소년 월드컵 멤버가 주축…국제 경험 쌓았다

이번 이란 아시안게임 대표 팀에는 2017년 FIFA U-20 월드컵과 FIFA U-17 월드컵에 참가해 국제 대회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 다수다. 

공격수 아미르 루스타에이, 미드필더 솔타니메르, 메흐디카니, 메흐디 가에디, 풀백 아가잔푸르, 센터백 아레프 아가시 등 6명이 한국서 열린 FIFA U-20 월드컵을 경험했다. 코스타리카전에 메흐디카디가 득점해 1-0 승리를 거둔 이란은 잠비아에 2-4 패배, 포르투갈에 1-2 패배로 탈락했다. 조별리그 3경기 모두 득점한 점은 주목할 만 하다.

FIFA U-17 월드컵에선 경기력과 결과 모두 좋았다. 조별리그 C조에서 기니에 3-1, 독일에 4-0, 코스타리카에 3-0 완승을 거두며 3전전승으로 1위를 차지했다. 독일전에 두 골을 넣은 델피는 생일이 지나지 않아 만 17세의 나이로 이번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이란은 16강에서 멕시코까지 2-1로 꺾어 우승후보로 꼽혔으나 8강에서 스페인에 1-3으로 졌다. 이 대회 역시 전 경기에 득점했다.

등번호 7번을 달고 측면 공격을 펼치는 델피는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선발로 뛰었다. 2016-17시즌에 이미 프로 6경기를 뛰었고, 2017-18시즌 24경기 7골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기며 이란 최고의 유망주로 평가 받고 있다.

4-4-2, 4-2-3-1, 4-1-4-1, 포메이션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이란은 풀백의 오버래핑, 측면 공격수의 커트인, 전방 공격수의 전술적 움직임이 인상적인 규율의 팀이다. 공수 전환이 신속하다. 수비시 두 줄 수비 밀도도 높다. 이란 라이트백 아가잔푸르, 레프트백 모슬레미푸르는 본래 공격수 출신이다. 전진했을 때 돌파력과 크로스가 날카롭다. 

▲ 유럽에서 월드컵, 유럽클럽대항전, 이란 프로 무대 등을 경험한 바 있는 즐라트코 크란차르 이란 U-23 감독


◆ 프로 리그 주력으로 뛰는 선수 다수…경험치 충분하다

이란은 델피 외에도 젊은 선수들이 이미 프로무대의 주축 선수로 자리잡고 경기를 뛰고 있다. 경기 감각과 전술적 판단력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스트라이커 레자 아자디(18, 트락토르사지)는 188cm의 장신 옵션이다. 2017-18시즌 페르시안걸프리그(이란 1부리그)에 무랴 27경기나 출전했다. 172cm의 단신에 기술이 좋은 루스타에이(21, 파이칸))는 2017-18시즌 리그 16경기에 나섰다. 

측면 공격을 이끄는 166cm의 단신 윙어 가에디(19)는 2016-17시즌 2불그 이란자반에서 29경기 10골을 몰아치며 잠재력을 인정 받았고, 2017-18시즌에는 명문 에스테그랄에서 10경기를 뛰었다. 리그 후반기에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뛰지 못해 출전 수가 적었다.

미얀마전에 뛴 후보 공격수 레자 자비레(21, 사나트나프트)도 이미 2011년에 3군, 2014년에 2군 경기를 뛰며 100회 이상의 프로 경험을 쌓은 뒤 2016년부터 1군 선수로 뛰고 있다.

전원 국내파인 이란은 서로를 잘 알고 익숙한 선수들로 호흡을 맞춰왔다. 조직력으로 따지면 한국에 앞선다.

이란은 한국 공세를 저지할 수 있는 수비 조직과 전진한 한국 배후를 공략한 역습 능력을 갖췄다. 이란은 와일드카드 없는 어린 팀이지만, 조별리그에서 한국이 보여준 경기력으로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은 개인 능력 우위로 승부를 봐야 한다. 손흥민을 필두로 황의조, 황희찬, 이승우, 나상호, 황인범 등 전방과 측면, 2선 선수들의 능력은 대회 최고 수준이다. 골키퍼 조현우의 선방도 믿을 구석이다. 바레인전처럼 이른 시간 선제골로 젊은 팀 이란의 정신을 흔들어야 한다. 전반전에 승부를 내지 못하면 말레이시아, 키르기스스탄전보다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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