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르기스스탄전 득점의 기쁨을 나누는 선수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자카르타(인도네시아), 유현태 기자] 우승을 위해서라면 승리가 중요하다. 경기력에 대한 논란은 아예 잊고 결과를 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한국은 23일 인도네시아 치카랑 위바와무크티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16강전에서 이란과 8강 진출을 다툰다.

1차전 바레인을 6-0으로 이길 때까진 '우승 1순위'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 1-2로 패하고, 키르기스스탄을 1-0으로 이기면서 시각이 달라졌다. 밀집 수비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역습에 불안 장면을 노출하기도 했다. 악화된 여론에 선수들 역시 위축된 듯 불안불안한 경기력을 보였다. 따지고 보면 경기력 부진이 현 상황을 만들었다.

다음 상대는 이란이다. 개인 기량이 뛰어나고 신체 조건이 좋다. 21세 이하 팀이라지만 한국 선수들을 애를 먹일 수 있는 선수들이다. 

이번 대회의 목표는 '멋진 경기력'이 아니라 '금메달'에 있다. 수준이 떨어지는 대회라지만 아시아 전체가 겨루는 대회다. 금메달은 당연히 의미가 있다. 선수들로서도 예술체육요원으로서 병역의 의무를 다할 수 있다는 보상이 있다. 이기고 또 이기면 충분하다.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보았듯, 선 수비 후 역습은 강팀을 무너뜨리는 아주 좋은 방식이다. 한국 역시 공격을 주도했지만, 주로 역습을 펼친 말레이시아에서 혼쭐이 났다.

그래서 키르기스스탄전도 조심스러웠다. 한국이 혹여라도 패한다면 조별 리그에서 탈락할 수도 있었다. 한국은 조심스럽게 경기를 운영하면서 역습에 주의했다. 후반 18분에서야 코너킥에서 손흥민이 골을 터뜨렸다. 그리고 1-0 승리를 거뒀다.

계산된 전략이었다. 미드필더 황인범은 "이번 경기를 준비하면서는 90분 내내 들어가지 않아도 좋으니까 수비부터 탄탄하게 하자고 했다. 골은 90분 동안 나오지 않다가도 10초, 5초 만에 나올 수도 있다"면서 수비에 무게를 두고 경기를 치렀다고 밝혔다. 왼쪽 수비수로 나선 김진야도 "수비가 안정 되야지 플레이가 잘 나온다. 제가 지시 받은 건 키르기스스탄 11번 선수가 발이 빨라서 많이 나가지 말고 그 선수를 체크하라고 듣고 경기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손흥민 역시 "계속 선수들에게 선제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제골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버티다 보면 언젠가 찬스는 온다"면서 서두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력에서 솔직히 말해 '위기'를 느낀 상황이다. 무리한 공격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결과를 내기 위해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키르기스스탄전은 그래서 의미가 있었다. '꾸역꾸역' 승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조별 리그 3경기를 치르면서 서로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한국은 지난달 소집된 뒤 본선 전까지 평가전을 단 1차례도 치르지 못했다. 조 추첨이 변경되는 혼란이 있었던 탓이다. 여기에 공격진에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 이승우가 합류해 사실상 완전히 새로운 팀이 됐다. 위기에 빠진 조별 리그였지만 한국으로선 '실전 연습'을 겸한 상황이었다.

이제 녹아웃스테이지에 돌입한다. 더이상 뒤는 없다. 1경기 패배는 곧 짐을 싼다는 뜻이다. 김학범 감독도 "벼랑 끝 승부다. 뒤에는 낭떠러지 뿐"이라고 말했다. 

경기 내용이 어떻게 됐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것은 승리다. 당연히 조심스럽게 경기에 접근해야 하고, 때론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할 수도 있다. 세트피스에서 오는 1번의 기회를 잘 살려야 하고, 기회가 왔을 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집중력도 날카롭게 닦아야 한다. 승부차기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으니 침착하게 평정심을 유지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간 경기력이 생각대로 나오지 않아 스스로 부담을 느꼈다. 이제 그 부담을 버리고 결과에만 집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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