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9년 국내에서 처음 열린 여자 축구 경기에서 우승한 무학여중 선수들. 당시에는 중·고등학교 통합 교육 과정이었기 때문에 이 사진 주인공들은 요즘의 고등학생 나이로 추정된다. ⓒ한국 축구 100년사

▲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바링 스포츠시티 겔로라 스리위자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조별 예선 A조 3차전에서 인도네시아를 12-0으로 크게 이기고 조 1위로 8강에 오른 한국 선수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아시안게임 특별취재단 신명철 기자한국은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바링 스포츠시티 겔로라 스리위자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조별 예선 A조 3차전에서 인도네시아를 12-0으로 크게 이겼다.

 

한국은 3전 전승으로 조별 예선을 마무리했다.

 

한국은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대만에 2-1로 이긴데 이어 2차전 몰디브와 경기에서 8-0으로 승리해 3경기 22득점 1실점의 국제 대회에서 쉽게 나오지 않는 기록을 남겼다대만을 빼고 걸음마는커녕 제대로 기지도 못하는 나라와 겨뤄 올린 성적이지만 28년 전인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을 떠올리면 한국 여자 축구는 뽕밭이 푸른 바다로 바뀌는’ 놀라운 일을 이룬 것이다.

 

한국 여자 축구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 때 개최국 중국이 여자 축구를 정식 종목으로 만들기 위해 협조 요청을 하자 이를 받아들여 핸드볼 등 다른 종목 선수들로 대표 팀을 급조해 출전한 게 효시로 알려져 있다.

 

급히 꾸린 한국 여자 축구 대표 팀은 북한과 대만에 0-7, 일본에 1-8, 중국에 0-8로 졌고 홍콩에만 1-0으로 이겨 출전 6개 나라 가운데 5위를 했다. 1득점 30실점이었다.

 

한국이 이번 대회 8강전에서 홍콩과 겨룰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 경기까지 하면 30여년 사이에 득실 숫자가 뒤집어지는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 아시안게임 사례 때문에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사실과 달리 한국 여자 축구 역사는 꽤 오래됐다. 1949년 6월 28일과 29일 이틀 동안 이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서울운동장(동대문운동장)에서 체육신문사 주최 제2회 전국여자체육대회가 열렸는데 이때 벌어진 종목이 육상 배구 농구 핸드볼 그리고 놀랍게도 축구였다.

 

축구 종목 출전 팀은 무학여중 중앙여중 명성여중이었다이때는 학제가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통합돼 있었기 때문에 요즘으로 치면 대체로 고교 1, 2학년들이 팀 주축을 이뤘을 것으로 추정되고 서울 왕십리에 있는 무학여중이 우승을 차지했다가슴으로 날아오는 공을 손으로 막아도 핸드볼로 간주하지 않는 등 특별한 규칙이 적용된 경기였지만 한국 여자 축구 역사의 분명한 시발점이다.

 

3회 대회는 한국전쟁으로 열리지 못했고 이후 여자 축구는 40여년 동안 이 땅에서 자취를 감췄다이 기간 TV로 유럽 여자 축구가 이따금 소개되긴 했다유럽에서는 1984년에 대륙선수권대회가 열렸을 정도로 여자 축구가 성행하고 있었다.

 

60여 년 전 시아버지 밥상을 걷어찰 일이 있냐는 핀잔을 듣고 사라졌던 여자 축구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 출전 이후 20년 만인 2010, 20세 이하 월드컵(독일) 3위와 17세 이하 월드컵(트리니다드토바고우승에 이어 2015년 캐나다 월드컵에서 사상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하는 등 눈부신 발전을 이어 가고 있다그사이 대한체육회는 2000년 제29회 인천 전국소년체육대회 때 여자 축구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해 발전에 가속도를 붙였다.

 

한국이 이번 대회 8강전을 통과하면 준결승에서 일본-B조 2위(북한 또는 중국) 경기 승자와 겨룬다이 경기가 한국이 여자 축구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로 가는 최대 승부처다.

 

일본은 2011년 독일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했다이웃 나라와 비교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국도 아시아를 넘어 언제인가 세계 정상에 서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일본 여자 축구는 1960년대부터 보급되기 시작했고 1980년 제1회 일왕배전일본여자축구선수권대회를 개최됐다2회 대회까지는 정규 규격보다 작은 54m×76m 구장에서 8인제로 전·후반 25분 경기를 했다한마디로 걸음마를 시작한 것이다.

 

1983년 제3회 대회 때 11인제가 됐고 1984년 제4회 대회 때는 경기 시간이 전·후반 30분씩 60분이 됐다이후 라운드별로 경기 시간을 달리하다 2010년 제32회 대회부터 모든 경기가 전·후반 45분으로 진행되고 있다. 30여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꾸준히 발전해 왔다는 사실을 대략적이나마 알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여자 축구 역사와 겹치는 내용이 있다앞서 나온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 여자 축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일이다이 대회에서 일본은 한국을 8-1로 눌렀으나 북한과 1-1로 비기고 중국에 0-5로 지는 등 311패로 중국(5)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중국은 이 무렵 여자 축구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었다자국에서 연 1991년 제1회 여자 월드컵에선 8강에 만족했지만 1995년 제2회 대회(스웨덴) 4위에 이어 1999년 제3회 대회(미국)에서 준우승했다결승에서 미국과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5로 졌다미국의 미아 햄과 중국의 쑨원은 1990년대 후반 세계 여자 축구 최고의 스타였다.

 

한국은 여자 축구 출발 역사에서만큼은 중국이나 일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다만 사회적 인식 때문에 본격적인 출발이 늦었을 뿐이다.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이 한국 여자 축구 발전사에 한 페이지로 크게 장식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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