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리했지만 신은 나지 않았던 키르기스스탄전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자카르타(인도네시아), 유현태 기자] 이란과 격돌하는 16강전은 꽤 부담스러울 전망이다.

한국은 20일 인도네시아 반둥 잘락하루팟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E조 리그 3차전에서 키르기스스탄을 1-0으로 꺾고 16강에 올랐다. 23일에는 치카랑 위바와무크티스타디움에서 이란을 만나 8강 진출을 다툰다. 

A 대표 팀부터 유난히 이란에 약했던 터라 결과를 두고 우려의 시선이 크다. 이란은 이번 대회에 21세 이하 선수들로 팀을 꾸려 참가했다. 하지만 쉬운 상대는 아니다. 신체 조건이 좋고 억센 선수들이 많아 분명 까다로운 상대다. 여기에 여러 가지 악재가 겹쳤다.

일단 이란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다. 키르기스스탄을 꺾고 16강 진출이 확정된 뒤 김학범 감독은 "이란에 대한 분석을 하지 않았다. 사실 그 쪽으로 가지 못했다. 스쳐지나가듯 봤는데 파워가 좋은 팀이더라. 세부적으로 보고 어떻게 할지 보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당초 조 1위로 16강에 오를 것을 목표로 했다. 당연히 F조 1위 이란과 만나는 분석은 충분하지 않다. 20일 키르기스스탄전 이후 이란전 경기 영상을 보면서 선수들이 분석을 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경기장에 대한 적응도 새롭게 해야 한다. 황인범은 20일 키르기스스탄을 꺾은 뒤 "어차피 다음 경기 잔디는 더 안 좋다고 들었다. 그런 점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서 '다음 경기'는 치카랑 위바와무크티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이미 이란은 조별 리그 동안 2경기를 바로 같은 경기장에서 치렀다. 잔디 상태는 모든 팀에 같지만, 적응에 유리한 이란이 한결 유리하게 경기를 이끌 수 있다. 한국은 인도네시아에 넘어온 뒤 길고 촘촘한 잔디에 부담감을 느껴왔다.

팀 내부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수비진의 중심 김민재도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다. 말레이시아전에서 경고를 받았고 키르기스스탄전에서 전반 18분 만에 두 번째 경고를 받았다. 김민재는 제공권과 빠른 발을 모두 갖추고 있다. 2017년 K리그1에서 가장 빛난 신인이자, 가장 든든한 전북의 중앙 수비수였다. 빌드업에서도 침착한 편.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하는 김학범호에 잘 어울리는 중앙 수비수다. 김민재가 빠진 구멍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조별 리그 3경기에 모두 출전한 김민재가 1경기를 쉴 수 있는 기회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려면 8강 진출에 성공해야 한다.

심리적 부담감도 빼놓을 수 없다. 말레이시아전 충격적인 패배 이후 한국은 경기력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을 1-0으로 이겼다는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팬들이 많다. 16강에 오르고도 좋은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이제 1경기마다 승리가 아니면 곧 탈락을 의미하는 녹아웃스테이지에 돌입해서도 실리적 운영보다, 골을 넣고 승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하면 이란전은 분명히 고비다. 최고의 상태에서 붙어도 부담스러운 상대인데 여러모로 한국이 짊어지고 있는 것이 많다. 전력도 완벽하지 않고, 팀 내 분위기도 좋다고 할 수 없다.

그래도 이번 고비만 넘기면 좋은 점이 많다. 조 2위로 16강에 오르면서 조 1위로 16강에 올랐을 경우보다 하루 덜 쉬고 16강전을 치른다. 회복하고 하루 훈련을 하면 당장 다시 경기를 치러야 한다. 대신 8강을 두고는 하루의 여유를 더 얻는다. 손흥민 등 새로 합류한 공격수들과 발을 맞출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란전만 넘으면 조금 더 좋은 경기력을 기대해도 좋을 상황이다. 여러모로 이란전이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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