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승전이 끝난 이후 오상욱(왼쪽)을 찾은 구본길 ⓒ연합뉴스
▲ 구본길은 믹스트존에서 오상욱에게 미안한 감정을 표현하며 펑펑 울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자카르타(인도네시아), 정형근 기자] 후배에게 ‘병역 혜택’을 주기 위한 꼼수는 없었다. 구본길과 오상욱은 정정당당한 경기로 '명승부'를 연출했다. 

구본길과 오상욱은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맞붙었다. 

한국은 금메달과 은메달을 확보했지만 ‘민감한 문제’가 있었다. 아직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한 오상욱(22)과 이미 혜택을 받은 구본길(28)의 맞대결이었기 때문. 

구본길과 오상욱은 경기 직전 따로 몸을 풀었다. 펜싱 남자 대표팀 유상주 감독은 스트레칭을 하는 오상욱에게 다가가 “(구)본길이도 열심히 할 것이니 너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승전은 치열하게 전개됐다. 오상욱은 초반 흐름을 타며 계속 앞섰다. 구본길은 끈질기게 추격하며 9-9를 만들었다. 이후 10-10, 11-11, 12-12까지 동점이 펼쳐졌다. 

과감한 공격을 펼친 구본길은 끝내 역전에 성공하며 14-12를 만들었다. 그러자 오상욱은 다시 14-14로 추격했다. 승패를 가릴 수 있는 마지막 순간. 행운의 여신은 구본길에게 향했다. 

오상욱은 아쉬운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망연자실한 듯 자리에 멈춰 섰다. 구본길이 다가가 위로했지만 움직이지 못했다. 두 선수는 서로를 토닥이며 경기장에서 내려왔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등장한 구본길은 갑작스럽게 펑펑 울기 시작했다. 후배의 '병역 혜택'을 자신이 가로막았다는 생각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구본길은 "후배(오상욱)에게 좋은 혜택이 걸려 있었는데, 마음이 복잡하다“며 울먹였다. 이어 그는 ”단체전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서 후배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오상욱은 최선을 다한 구본길을 존중했다. 오상욱은 “결승전을 시작하기 전에 승패를 따지지 말고 각자 열심히 하자고 말했다. 경기를 마친 뒤에 형이 정말 미안해했다. 단체전에서는 금색 메달을 목에 걸자고 형이 얘기했다”고 밝혔다. 

구본길과 오상욱의 머릿속에 병역 혜택을 위한 '꼼수'는 없었다. 두 선수가 남은 단체전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며 '뜨거운 포옹'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