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킥이 아쉬워
(반둥=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0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3차전 한국과 키르기스스탄의 경기. 프리킥 찬스에서 손흥민, 황의조가 대화하고 있다. 2018.8.20
seephoto@yna.co.kr/2018-08-20 22: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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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반둥(인도네시아), 유현태 기자] 한국은 과연 밀집 수비를 공략할 수 있을까. 금메달로 향하는 길에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

한국은 20일 인도네시아 반둥 잘락하루팟스타디움에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E조 리그 3차전에서 키르기스스탄을 1-0으로 꺾었다.

경기 결과에선 웃었다. 말레이시아전에서 1-2로 패하면서 16강 진출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 말레이시아전을 지켜본 키르기스스탄도 비슷한 전략을 들고나왔다. 5-4-1로 수비에만 집중한 채 한 번의 역습 그리고 한국 수비진의 실수를 기다렸다. 

한국 역시 이른 선제골과 다득점 경기를 바랐겠지만 첫 골이자 결승 골은 후반 18분 코너킥에서 나왔다. 손흥민의 환상적인 마무리가 더해졌다. 승리는 거뒀으나 과제를 더욱 많이 발견한 경기였다. 우승을 목표로한 한국에 밀집 수비를 깨는 것은 대회 전부터 과제로 꼽혔다. 오픈플레이에서 공격 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다. 키르기스스탄전 직후 김학범 감독 역시 "시작부터 상대가 내려서서 공격 전개가 어려웠다"며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가 잘 섞여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왜 밀집 수비에 고전하고 또 넘지 못했을까. 해결하려면 대체 어떤 점이 좋아져야 할까. 현장에서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그 방법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

◆ 키르기스스탄 파이브백, 좌우 간격 좁다

"사실 밀집수비 공략이라는 것이 어렵다. 오늘은 특히 상대가 공격은 아예 안하고 수비만 하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공간이 나오지 않았다." - 손흥민

솔직히 인정할 점도 있다. 고전은 불가피했다. 두 줄 수비는 약팀이 강팀과 격차를 최소로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전술이다.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점유율을 높이는 축구보단, 수비에서 역습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팀이 좋은 성과를 얻었다. 스페인도 러시아를 넘지 못해 무너졌다. 러시아가 키르기스스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팀이지만, 한국 역시 스페인에 비하면 전력이 훨씬 떨어지는 팀이다. 전술적 측면에선 비교가 충분히 가능하다.

키르기스스탄의 수비 조직이 촘촘했다. 지난 2경기와 달리 파이브백을 들고 나왔다. 윙백들의 공격 가담도 거의 없었다. 골이 나오는 지역에 지나치게 많은 수비수가 있었다. 5명이나 수비수가 배치돼 공간을 노린 스루패스를 할 각도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5명의 수비수 앞엔 4명의 미드필더가 있다.

▲ 황인범은 여러 차례 중거리 슛을 놓쳤다. ⓒ연합뉴스

◆ 세밀성 떨어진 중거리슛

"공간이 나오면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는데 그런 것이 들어가면 편해진다. 골 넣고 나니 경기가 편해졌다." - 손흥민

잔뜩 웅크린 상대를 무너뜨리는 쉬운 방법은 중거리 슛으로 원거리에서 타격하는 것이다. 중거리 슛엔 전술적 포석도 있다. 중거리슛을 시도하면 수비도 마냥 물러설 수 없다. 수비가 밀고 나오면 그땐 수비 뒤를 노릴 수 있다. 한국은 전반전 과감한 슛을 시도하면서 골을 노렸다.

문제는 세밀성이었다. 번번이 슛이 허공으로 솟구치면서 경기가 답답해졌다. 황인범은 "(잔디 때문에) 슈팅이 원래보단 잘 맞지 않는다. 스스로도 답답하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밀집 수비를 깨려면 슛을 과감하게 시도해야 한다. 슛이 골대를 향하거나, 조금 빗나가 라인 바깥으로 빗나가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다. 우리 역시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역습만 당하지 않는 범위에선 과감하게 시도해야 한다. 그 가운데 하나라도 골망을 흔들면 경기는 편해질 수 있다.

◆ 공간 확보 대책, 측면에서 벌리고 중앙을 노려야

"이번 대회에서는 (수비를 극단적으로 해서) 가운데에서 뚫기가 정말 쉽지 않다. 감독님도 사이드로 열었다가 해야지, 가운데서 한 번에 가면 안된다고 하신다. 사이드를 이용하긴 했지만 더 많이 이용해야 할 것 같다." - 황인범

언급한 대로 스리백을 세우면 중앙에 수비가 집중된다. 틈을 찾기 어렵다. 대책은 무엇일까. 바로 측면을 활용하면서 수비진의 좌우 간격을 벌려야 한다. 측면을 공략해 수비가 딸려나가면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이 좌우로 방향 전환을 크게 하면서 흔드는 이유다.

하지만 좌우로 흔드는 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공간이 생겼을 때 어떻게 찔러넣을지 확실한 계획이 필요하다. 틈이 생기면 직접 돌파를 하든, 키패스를 넣든 효과적으로 공격해야 한다. 좌우로 흔든 이후 계획이 부족해 키르기스스탄전에서 좌우로 흔들고도 실제로는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후반 15분 황인범의 횡패스를 이승모가 원터치로 돌려 스루패스를 넣고 나상호가 쇄도하는 장면은 하나의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횡으로 크게 돌리며 빈틈을 만든 뒤 빠른 템포로 공간을 노렸다. 김학범호가 공격적인 축구를 지향한다면 기억해야 할 장면이다.

▲ 아직 공격진끼리 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연합뉴스

◆ 새로 합류한 공격진, 발 언제 맞추나

"공격진들이 발을 맞춰본 지 얼마 안 됐다. 경기를 하면 할수록 좀 더 준비한대로 나올 것 같다. 상대가 워낙 내려 와서 너무 힘들다. 우리만의 패턴을 가지고 경기를 반복하면 할수록 좋은 장면이 나올 것 같다. 급하게 생각 안했으면 좋겠다." - 김은중 코치

상대가 수비적으로 많은 숫자를 둘수록 간결하고 빠른 전개가 필요하다. 전제 조건은 서로의 움직임을 읽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갖춰지지 않은 조직력은 더욱 공격 전개를 어렵게 만든다.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 나상호, 이승우까지 공격진 5명 가운데 기존에 23세 이하 대표 팀을 오간 선수는 나상호 한 명 뿐이다.

미드필더, 윙백들과 서로 움직임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공격 선수들끼리도 어떻게 공간을 만들고, 누가 그 공간을 활용할지 정해야 한다. 김학범호는 조별 리그 단계에서 계속 공격 조합을 바꿔가면서 서로를 익히는 시간을 가졌다. 아직 완벽하지 않다. 이란 역시 전통적으로 수비가 강한 팀이다. 16강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싶다면 이제 공격진은 물론 이들에게 패스를 넣을 선수들까지 서로를 확실히 읽어야 한다. 황인범도 "다음 경기 3일 뒤인데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알아가고 있다. 갈수록 경기력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조직력을 빨리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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