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일본전=좌완 에이스'라는 공식이 깨졌다. 이선희 구대성 김광현 등으로 이어져 온 일본 킬러 좌완 계보가 끊어진 상태다.
선동열 대표팀 감독은 일찌감치 과감한 투수 교체 타이밍을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함덕주, 장필준, 최충연, 정우람, 박치국까지 5명으로 경기 후반 3이닝은 충분히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불펜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 보다는 기존 불펜 투입에 익숙한 선수들을 풀가동 하겠다는 뜻이다.
듣기에 따라선 여러 해석이 가능한 플랜이다. 좋은 불펜 투수들이 많다는 건 경기를 풀어가는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반면 한 경기를 확실하게 책임질 수 있는 투수가 없다는 건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과 같다.
일본전은 대부분 왼손 좌완 에이스들의 경연장이었다. 아마추어 시절 이선희가 그 몫을 해냈고 이후 구대성 김광현 등이 계보를 이어갔다. 도중엔 봉중근 같은 또 다른 카드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엔 그럴만한 선수를 찾기 힘들다. 왼손 에이스급 투수는 양현종이 유일하다. 그와 비슷한 급의 투수도 찾기 힘든 탓에 가장 중요한 대만전을 맡길 수 밖에 없다.
한국 야구로선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일본 대표팀이 사회인 야구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고는 하지만 전통적으로 좌투수에 약했던 대표팀이기에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특히 일본은 짧게 치고 빠르게 뛰는 야구에 강점을 보여왔다. 이번 대표팀에서도 비슷한 색깔을 낸다고 선동열 감독은 보고 있다. 우리 팀 점수를 5점 이내로 묶으면 일본에 승산이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우리가 5점 이하로 묶였을 때 그 이하의 실점으로 이길 수 있는 확률을 높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됐다.
그러나 그 부분을 장담할 수 있는 투수가 현실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현 대표팀의 문제다.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이후 이렇다 할 좌완 선발 투수를 키워내지 못한 것이 결국 부담이 되고 있다.
이번 대회의 메달 색깔과 관계 없이 "왜 투수 성장이 더딘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됐다. 아니 어쩌면 벌써 시작되고 있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국제대회는 팬들의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는 최고의 무대다. 그 중에서도 한.일전은 최고의 흥행 카드다. 하지만 우린 이제 일본을 잡을 카운터 펀치가 없어졌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투수 육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