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도곤 기자, 영상 이강유 PD] 2010년 일리야 페트코비치 감독 이후 오랜만에 인천 유나이티드에 외국인 감독이 취임했다. 예상 밖 인물이었다. 몇 달 전까지 가깝고도 먼 북한을 이끌었던 욘 안데르센 감독이 인천의 지휘봉을 잡았다.

인천은 리그 2라운드 전북전 승리 후 승점 3점 추가에 연이어 실패했고, 무승이 계속되자 안데르센 감독을 선임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그 결과 리그 19라운드, 17경기 만에 서울을 2-1로 잡고 리그 두 번째 승리를 챙겼다.

승점 1점이 급한 상황에서 팀 이해도가 부족한 외국인 감독 선임은 자충수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안데르센 감독은 자신의 확실한 색깔을 앞세웠고, 조금은 늦었지만 본인의 K리그 마수걸이 승리를 따내며 인천을 변화시키고 있다.

▲ 욘 안데르센 감독 ⓒ 스포티비뉴스
◆ 북한에서 한국, 그중에서도 인천

안데르센 감독은 경험이 풍부하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 경력은 북한 축구 대표팀이다. 인천 부임 전 2016년부터 2018년까지 2년 간 북한 지휘봉을 잡았다. 2017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 참가해 한국과 맞붙기도 했다.

북한과 2년의 계약 기간이 종료된 후 안데르센 감독은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그리고 고심 끝에 인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다른 팀의 오퍼가 없던 것도 아니다. 많은 제의가 들어왔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인천이었다. 왜 인천을 택했을까? 인천의 적극적인 구애가 안데르센 감독의 마음을 잡았다.

"꽤 많은 제의가 있었다. 그중 인천도 있었다. 제의를 한 팀 중 인천이 가장 적극적으로, 그리고 진심을 다해 다가왔다. 인천이란 팀에서 도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의 조언도 있었다."

북한 감독이 한국에 온다는 사실만으로 화제가 됐다.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특수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 사정을 안데르센 감독도 잘 알고 있었다.

"한국과 북한의 관계를 잘 알고 있다. 대립 관계였다는 것, 하지만 점차 좋아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스포츠 뿐아니라 모든 분야에 걸쳐 한국과 북한이 좋은 관계가 되길 바란다."

북한과 한국을 모두 경험하게 될 흔치 않은 커리어의 주인공이 된 안데르센 감독이다.

◆ 안데르센 감독이 본 K리그

북한 감독 경력이 있지만 이를 제외하면 줄곧 유럽(독일, 그리스,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한 안데르센 감독이다. 아시아에서 리그는 K리그가 처음이다. K리그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을까? 안데르센 감독은 'Strong'이라는 단어로 K리그를 표현했다. 강하고 흥미로운 리그이며, 이 점이 한국에 온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K리그 최고의 팀=아시아 최고의 팀'으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숱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도 새로운 일을 하면 뭐든지 첫 경험이 될 수밖에 없다. 안데르센 감독에게 K리그가 그렇다. 안데르센 감독은 K리그의 생소한 점을 '리그 일정', '일부 규칙'으로 꼽았다.

리그 일정에 대해서는 "월드컵 후 리그가 곧장 재개됐고, 국가 대표 선수들은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일정상 피곤할 수 밖에 없는 점이 아쉽다. 솔직히 이런 일정은 처음 겪어본다"며 빡빡한 일정에 혀를 내둘렀다. 독일과 그리스, 오스트리아 팀을 맡아 리그는 유럽 경험만 있기 때문에 봄에 시작해 초겨울에 끝나는 K리그가 생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으로 인해 리그 일정이 더욱 빡빡해 진 것은 안데르손 감독에게도 큰 부담이다.

규칙에 대해서는 '골키퍼의 킥 6초 룰'과 '스로인 룰'을 꼽았다. K리그는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골키퍼가 킥을 6초 이내에, 스로인도 가급적 빨리 던져야 한다. 다른 리그도 이 규정이 있지만 K리그는 특히 강하게 적용한다. '위반시 1회 주의 후 상대에 간접 프리킥을 준다'는 구체적인 규정이 있다. 안데르센 감독은 K리그는 템포가 빨라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커 스로인 등을 던질 때 숨을 돌려야 하기 때문에 다소 지체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규칙들이 이해는 안 되지만 적응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안데르손 감독의 생각이다.

다소 민감한 질문을 무례를 무릅쓰고 양해를 구한 후 물어봤다. '한국 스포츠는 종목을 막론하고 외국인 감독이 판정 등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인상이 있다'는 질문을 던졌다. 인천 부임 후 종종 심판과 언쟁을 벌인 안데르손 감독을 볼 수 있었다. 직접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불만 없다', 안데르손 감독은 딱 한마디로 부정했다. "심판이란 직업은 양 팀에 공정한 판단을 위해 존재한다. 그들은 그들의 일을 위해 늘 최선을 다하고 있다"…안데르손 감독은 외국인 감독이 겪을 수 있는 불이익은 없으며 심판의 판정을 존중했다.

▲ 서울전 첫 승 후 결승골을 넣은 문선민(오른쪽)과 기쁨을 나누는 안데르센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 라인은 내리는 것이 아니라 올리는 것이다

안데르손 감독의 색깔은 확실하다. '공격이 최선의 수비'다. 안데르손 감독은 부임 후 줄곧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했다. 본인의 색깔을 확실하게 나타냈다.

인천은 안데르손 감독 부임 후 6경기를 치렀는데 그중 3경기(vs 전북 3-3, vs 강원 3-3, vs 포천 2-0)에서 리드를 잡았다. 그 중 1경기만 승리했다. 리드를 잡고 애초부터 잠그는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안데르센 감독은 리드를 잡은 경기 뿐 아니라 지금껏 치른 6경기에서 단 한 번도 잠그는 전술을 시도하지 않았다. 라인도 내리지 않았다. 리드를 준 후 역전에 성공한 서울전(2-1)도 마찬가지였다. 문선민의 역전골이 터진 후에도 인천은 라인을 내리지 않았다.

승점 한 점 한 점이 급한 상황, 라인을 내리고 수비적으로 할 수 있지도 않았을까? 안데르센 감독의 대답은 단호한 'No'였다. 안데르센 감독의 생각은 이렇다. 라인을 내리고 수비적으로 하면 인천 진영에서 볼이 돈다. 그렇다면 상대는 더 많은 공격 기회를 골대와 가까운 지역에서 잡게 된다. 이론적으로 공은 골대에 멀리 있을 때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 때 골이 더 잘 나올 수밖에 없다. 이때문에 안데르손 감독은 애초에 라인을 올려 상대 진영부터 강하게 압박해 상대의 기회 자체를 사전에 잘라 버린다는 생각이다.

김진야는 안데르센 감독이 인천은 라인을 내릴수록 실점이 많다는 분석을 했고 이 때문에 선수들에게 상대 진영에서 강하게 압박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또한 이것이 안데르센 감독의 색깔이라고 설명했다.

"난 공격 축구를 선호한다. 수비적으로 내려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최대한 라인을 높게 유지해 강하고 많은 압박으로 빠르게 공격을 전개한다."

현재까지 이 색깔을 확실하게 내고 있지만 매번 결과가 따라오지는 않았다. 안데르센 감독은 시즌 중반에 팀을 맡았기 때문에 아직 전술이 완적히 녹아들지는 않았으며 손발을 더 맞추면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 안데르센 감독 체제에서 많은 기회를 받고 있는 이정빈 ⓒ 한국프로축구연맹
◆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안데르센 감독은 부임 후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전지훈련으로 자리를 비운 김진야를 일주일 밖에 보지 못했지만 선발로 내세웠고, 출전 기회가 적었던 이정빈, 김보섭도 지속적으로 경기에 내보냈다. 이외에도 김동민, 김정호도 기회를 받고 있고, 김석호는 안데르센 감독 밑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아시아에서는 당연한 나이 문화는 적어도 안데르센 감독이 있는 한 인천에 없을 것이다. 북한에 있을 때도 가장 탐탁지 않은 점이 바로 나이 문화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 프로는 실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에 나이를 따지는 분위기가 있더라. 나이가 축구를 하는데 큰 영향을 주고 있었다. 정말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고치려고 노력했고 나이에 상관없이 선수들을 기용했다. 인천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 실력이 되면 뛸 수 있다. 앞으로도 실력만 보고 판단하겠다."

▲ 강등권에서 싸우는 인천이 아닌 강한 인천을 만들겠다고 밝힌 안데르센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 안데르센 감독이 꿈꾸는 인천 동화

안데르센 감독은 4경기 연속 승리가 없다. 서울전을 시작으로 FA컵 32강 포천전 승리로 2연승을 달렸다. 그렇지만 아직 안데르센 감독이 생각하는 본 궤도에 오른 것은 아니다.

'만족하지 않는다'라고 답한 안데르센 감독이다. 시즌 중반에 부임했고 본인의 색깔을 내고 축구 철학을 녹이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안데르센 감독이 설명이다.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고 했다.

안데르센 감독은 부임 전 "인천에 짧게 있다 갈 생각으로 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인천을 위한 장기적인 비전은 무엇일까?

"팀 자체를 발전시키고 싶다. 인천은 지난 몇 년간 강등권에서 싸웠다. 이 점을 꼭 바꾸고 싶다. 인천을 강등 싸움이 아닌 더 높은 자리에서 순위 경쟁을 하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 인천을 발전시키기 위해 내 모든 것을 쏟아 내겠다."

안데르센 감독의 의지는 확실했다. 잠시 스쳐가는 외국인 감독이 아닌 인천을 강하게 만들, 인천을 바꿀 감독이 되길 꿈꿨다.

안데르센 감독의 동화는 냉정히 말하면 아직 시작됐다고 보기 힘들다. 아직 리그 최하위이다. 하지만 동화의 첫 페이지를 쓸 준비가 된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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