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U-20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기니전 3-0 완승 이후 포옹하고 있는 정태욱과 이상민(왼쪽부터) ⓒ정태욱

▲ 대표 팀 소집 때도 늘 붙어 다니는 이상민과 정태욱(가운데). 사진은 지난 U-23 파주 소집 당시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이종현 기자] "(아시안게임에) 같이 갔으면 좋았을 텐데…(이)상민아 잘하고 올께."(제주 유나이티드 정태욱)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발탁된 정태욱(21, 제주 유나이티드)은 아시안게임 참가가 기쁘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의 '목숨의 은인' 이상민(21, 울산 현대)과 희비가 엇갈린 까닭이다. 

'U-20 월드컵 센터백 콤비' 정태욱과 이상민은 지난 6월 인도네시아 현지 훈련까지 최종 엔트리 발탁을 놓고 경쟁했지만, 이상민은 최종 명단엔 포함되지 못했다. 

이상민은 정태욱에게 '목숨의 은인'이다. 그는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앞서 치른 2017 아디다스컵 U-20 4개국 국제 축구대회 잠비아와 대회 2차전에서 크게 다쳤다. 

당시 정태욱은 후반 34분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공중볼을 경쟁하다가 상대 선수와 충돌 후 정신을 잃었다. 그대로 그라운드에 떨어지면서 혀가 말리는 등 자칫하면 목숨이 위험할 뻔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상민이 재빨리 자신의 손가락을 넣고 응급처치해 사고는 피했다. 

정태욱은 경추 5번 전방 미세골절 판정을 받았지만 다행히 빠르게 회복해 5월에 열린 월드컵엔 이상 없이 출전했다. 정태욱과 이상민은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전까지 4경기 모두 선발 풀타임을 뛰며 찰떡 호흡을 과시했다. 

아시안게임 발탁 이야기를 하던 중 유독 정태욱의 메신저 개인 프로필이 눈에 들었다. U-20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기니와 경기 후 정태욱과 이상민이 포옹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정태욱에게 메신저 프로필 이유를 물어보니 2017년 5월에 열린 기니전 이후 두 사람의 포옹 사진을 1년이 넘게 프로필로 쓰고 있다고 했다. 

▲ 1년이 넘도록 바뀌지 않은 정태욱의 개인 프로필 사진 ⓒ정태욱


▲ U-20 월드컵 내내 주전 수비수로 호흡을 맞춘 정태욱(4번)과 이상민(5번) ⓒ대한축구협회

"기니전 끝나고 상민이와 포옹했어요. 기니전을 준비하면서 생각을 많이 하고 힘들었죠. 상민이랑 저랑 무실점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첫 경기 승리가 감동적이고 와 닿는 게 컸어요. 대회 중 제일 감격이 컸던 때였던 거 같아요."   

그 '사건' 이후 두 사람은 각별해졌다. 정태욱은 "별일 없어도 전화하고, 영상통화하고 할 말 없어도 전화하고. 아마 가족 다음으로 가장 많이 전화하는 사람일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아시안게임에선 함께하지 못한다. 정태욱은 "훈련하고 오니, 명단이 떴더라고요. 상민이가 먼저 '축하한다'고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상민이가 열심히 준비한 걸 알아서 같이 갔으면 좋았을 텐데. 이번에 가서 잘하고 오겠다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정태욱은 지난해까지 아주대학교에서 뛰다 2018년 제주에 입단했다. 194cm의 우월한 신장에, 상대 공격수 움직임을 미리 차단하는 예측력이 좋은 수비수로 평가받고 있다. 

K리그 최고의 수비수 김원일, 조용형, 권한진, 오반석 등 밑에서 자양분을 쏙쏙 받아들이고 있는 정태욱은 아시안게임 출전에 다부진 각오도 밝혔다.

"일단은 아시안게임 준비한다는 걸로만 충분히 좋지만, 그 안에서 경쟁에서 뛰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점프 훈련, 턴 동작 훈련으로 단점을 극복하려 노력 중입니다." 

[영상] [U-20 WC] 정태욱.이상민 동반인터뷰, " 얘랑 그만좀 엮어주세요." ⓒ스포티비뉴스 영상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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