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선민의 득점에 환호하는 인천 팬.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K리그 기자회견장에서 심심치 않게 듣는 말이 하나 있다. "팬들의 목소리를 들으니 힘이 났습니다." 팬들이 정말 뜨거운 응원을 보내면 선수들이 한 발씩 더 뛰고 더 열심히 하게 될까?

지난 22일 '숭의아레나'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와 FC서울이 맞대결을 펼쳤다. '인경전'이라고도 '경인더비'라고도 불리는 '수도권 라이벌'의 경기였다.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인데도 경기장엔 유료 관중만 6000명이 넘게 모였다. 

날이 워낙에 더워서 땀 흘리기가 두렵지 않았던 것일까. 경기 시작 전부터 질 수 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서포터가 많이 찾아온 덕분에 경기장은 이미 킥오프 전부터 '전시 상황'이었다. 홈팀 인천 선수가 등장하면 인천 응원석에선 환호가, 서울 응원석에선 야유가 쏟아진다. 서울 선수들이 등장하면 그 반대가 됐다.

▲ 인천vs서울 맞대결은 장외에서도 벌어졌다.
▲ 인천vs서울 맞대결은 장외에서도 벌어졌다.

결과는 인천의 2-1 승리. 관중석에 앉아도 땀이 뻘뻘 나는데 그 속을 전력으로 뛰어다니는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다. 지칠 만도 했지만 경기 내용은 결코 시시하지 않았다. 일진일퇴의 공방이었다. 더위 속에 선수들은 한 발도 물러나지 않고 싸웠다. 

아무리 신체적으로 단련된 축구 선수들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뛸 수 있었을까?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만난 인천 김진야에게 질문을 던졌다. "팬 목소리를 들으면 힘이 난다고 하잖아요. 솔직히, 예의상 하는 말이에요? 아니면 진짜에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진짜 힘이 난단다. '더비'라서 더 뜨거웠고 경기 전부터 선수들도 달아올랐다. 김진야는 "다른 날처럼 평범하게 워밍업하러 나왔다가 양팀 서포터가 응원하는 걸 봤다. '더 집중해야겠다, 우리 팬들한테 기쁨을 안겨야겠다, 이 싸움을 이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밖에 없었다"면서 전의가 불타올랐다고 밝혔다.

'직구' 질문에 또한 솔직하게 대답했다. 팀 응원도 좋지만 자신의 플레이에 팬들이 열광할 때 힘이 난다고. 그는 "저는 제 개인 응원을 해주실 때 정말 힘이 난다. 공격할 때 좋은 슛을 했을 때, 수비할 때 좋은 태클을 하면 팬들이 환호해주실 때" 힘이 난다고 설명했다. 

김진야는 "그때 힘든 걸 모두 잊게 됐다가 다시 힘들어지긴 하더라"며 웃었다. 축구 선수들도 90분을 뛰면 힘들다.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팬들의 목소리 때문에 생생한 상태가 될 순 없다. 그래도 한 발 더 뛰게 되고 한계치까지 뛰게 하는 것은 팬들의 목소리다.

'축구장의 매력'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축구의 매력'이라면 텔레비전 속 화면에서 즐길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선수들과 함께 뛰고 호흡하는 즐거움은 직접 현장에 있어야 느낄 수 있다. 

믹스트존에서 김진야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경기장 출구 쪽에선 16경기 무승을 끝낸 즐거움에 인천 팬들이 응원가를 부르며 '퇴근'하는 선수들의 다리를 가볍게 만들고 있었다.

▲ 드리블하는 김진야. 자기 플레이에 팬들이 환호할 때 힘이 난다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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