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범 코치가 수비 훈련을 시키는 장면 ⓒ곽혜미 기자
▲ 정근우가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지난주 KBO 리그에서 화제가 됐던 뉴스들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한화 정근우의 좌익수 변신이었다.

국가 대표 2루수 출신인 정근우가 좌익수로 나간다는 것에는 많은 속 이야기 들이 담겨 있었다. 어찌 됐든 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좌익수 글러브를 끼어야 했던 정근우. 김태균의 부상으로 단기 아르바이트에 그쳤지만 김태균이 돌아오면 다시 좌익수로 나가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근우에게 좌익수란 낯선 자리다. 외야 경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중견수와 우익수를 맡았다. 좌익수는 이번이 처음이다. 굳이 처음을 강조하지 않아도 외야수는 정근우에게 편한 자리일 수는 없다.

그래서 정근우와 똑같은 길을 걸은 바 있는 이종범 국가 대표 팀 코치에게 물었다. 이 코치는 한국 최고 유격수 출신이지만 일본 진출 이후 외야수로 보직을 바꿨고 한국에 돌아와 제2의 전성기를 연 경험을 갖고 있다. 그래서 물었다. "내야수가 외야수로 가게 되면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정근우 선수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요."

이 코치는 우선 외야수가 결코 쉬운 수비 위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코치는 "많은 사람들이 외야수가 상대적으로 쉬운 위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야수는 결코 쉬운 자리가 아니다. 해야 할 일들도 많고 견뎌 내야 할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내야수는 공 하나하나에 집중해야 하지만 외야수는 관중들의 소리도 들리고  투수와 거리도 멀어 공에 집중하는 것이 어렵다. 순간적으로 정신을 놓기 좋은 장소다.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고 강조한 뒤 "내야에 비해 타구의 높이도 매우 높다. 80m 이상 높이 뜬 타구의 낙구 지점을 잡는 것이 처음 하는 외야수에겐 결고 쉽지 않다. 외야수를 많이 했던 선수들도 높이 뜬 타구의 낙구 지점을 간혹 착각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근우가 겪게 될 어려움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이 코치는 "워낙 빠르고 센스가 있는 선수기 때문에 좌우로 날아오는 타구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대처가 잘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머리 위로 날아가는 타구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펑고 훈련을 할 때도 자꾸 머리 위로 공을 보내며 따라가는 훈련을 해 보는 것이 좋다. 그건 경험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머리 위로 날아가는 공과 아주 높이 뜬 공 처리는 정근우에게 짐이 될 수 있다. 또 외야수로 전향하는 시기가 너무 늦었다. 좀 더 젊었을 때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난 주니치 시절 한참 몸이 잘 움직이던 시절에 외야수로 전향해 시행착오가 적었다. 하지만 정근우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엔 나이가 좀 많다"고 풀이했다.

그렇다면 정근우는 어떤 정신 자세를 가져야 하는 것일까. 자칫 수비에서 불안이 타격 불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코치는 "당당하게 외야수를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팀에서도 정근우에게 좋은 플레이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정도 실수는 고려하며 내보내는 것이다. 낯선 자리가 많이 힘들겠지만 실수를 하더라도 당당하게 부딪히다 보면 적응하는 시기도 올 것이다. 실수를 두려워해선 안된다. 팀을 위한 중요한 선택이기 때문에 베테랑답게 유연하고 당당하게 해 준다면 팀도 개인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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