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란의 중심에 있는 수비 리더 장현수 ⓒ연합뉴스
▲ 장현수도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카잔(러시아), 한준 기자] 신태용 감독의 월드컵 라인업은 좀처럼 예상하기 어렵다. 1,2차전에 실책을 범해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된 수비수 장현수(27, FC도쿄)의 선발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다. 러시아 현장에서 취재하고 있는 기자들도 미디어센터에서 만나는 이영표, 박지성 등 월드컵 대표 출신 해설위원들에게 “멘털이 흔들렸으나 바꿔주는 게 좋은가, 아니면 수비 조직력 유지를 위해 신임하는 게 좋은가”를 묻고 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멘털 문제는 사실 대표 팀 내부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봐야 안다. 밖에서 보이는 것으로 얘기하기 어렵다”며 판단이 어렵다고 했다. 결정은 결국 신태용 감독의 몫. 신 감독도 경기 하루 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기자가 러시아 대표 팀에 대한 견해를 묻자, 본인이 언론에 하고 싶은 말을 녹여 답변했다.

“우리 팀 자체도 내부 사정이 있는 것을 모르는데 언론에서는 드러난 것만 보이고 얘기한다. 나도 그 팀 내부 사정 모르는 데 얘기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 말하기 쉽지 않다.” (신태용)

신 감독은 주장 기성용이 빠진 가운데 누가 주장 완장을 찰지가 관심인 것도 잘 안다. 신 감독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진 회복 훈련 당시 취재진을 만나 “우리 팀 부주장은 장현수인데…”라며 말 끝을 흐렸다. 온두라스와 지난 5월 28일 국내 평가전 당시 손흥민이 완장을 찼던 일이 독일전에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 보도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대표 팀은 기성용이 허리 통증, 장현수가 다리 부상 중이라 손흥민이 완장을 찼다. 기성용만 빠진 현 상황에 다음 차례는 장현수다. 문제는 장현수가 1,2차전 부진으로 비판 받고 있는 점. 경기 하루 전에도 신 감독은 “선발로 뛸 11명 중 한 명이 완장을 찬다”고만 말했다. 장현수의 선발 출전, 그리고 장현수의 주장 완장 착용 여부는 경기 전 명단 발표 때 확인할 수 있다.

▲ 김영권의 위로를 받는 장현수(왼쪽) ⓒ연합뉴스


신 감독은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다. 완장은 상징적인 부분이지만 선수 개인과 팀 정신에 영향을 미친다. 장현수를 기용하는 문제도 그렇다.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장현수는 그냥 수비수 한 명이 아니다. 대표 팀은 스리백 가동을 계획하고 김영권, 장현수 외에 오반석, 정승현, 윤영선 등 5명의 중앙 수비수를 뽑았다. 현재까지 세 명의 중앙 수비수가 잉여 자원이 됐다.

장현수를 빼고 셋 중 한 명을 투입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 장현수가 센터백 라인에서 라인 콘트롤과 수비 리딩을 주도해온 선수이기 때문이다. 지난 4년 간 장현수가 대표 팀의 붙박이 수비수로 뛰었던 이유도 그래서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출전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대회에 한층 안정적이고 원숙한 기량을 보여주는 김영권도 이 부분에서 장현수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수비할때 전술적으로 어떻게 움직이고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수비할지, 이런 부분 하나하나 많이 맞는 거 같다. 되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파트너랑 잘 맞는 게 좋으니까. 현수의 장점은 아무래도 리딩이다. 수비수들과 포백 라인, 스리백 라인 리딩 타이밍이 되게 생각을 잘 갖고 있다. 그래서 내가 그게 많이 부족했는 데 현수가 그걸 끌어주고, 내가 배우고 따라가면 수비 조직력 올라가고 잘 맞을 것이다." (김영권)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스웨덴전 당시 장현수가 페널티킥을 내준 플레이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은 미디어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장현수 개인을 비판한 게 아닌데 기사로 나가면서 잘못 전해졌다”고 아쉬워했다. 

“1차전에 김민우, 2차전에 장현수가 밖으로 몰아주면 되는 상황에 무리한 태클로 페널티킥을 내줬다.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이라고 했는데, 각기 다른 두 선수의 실수를 팀의 실수로 보고, 팀의 실력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장현수를 짚어서 얘기한 것이 아니었다.” (이영표)

물론 이 위원은 장현수의 플레이를 해설 중 지적한 바 있으니 팀 차원에서 준비해야했던 것이라는 게 큰 틀에서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1,2차전 모두 수비 상황에서 비슷한 실수가 나왔는데, 이건 준비를 제대로 안 한 것이다. 선수들에게 그 점을 짚어줘야 했다.” 

1,2차전의 교훈은 팀도 알고 선수도 안다. 신 감독이 장현수를 재신임할지, 아예 새로운 카드를 꺼낼지 미지수다. 장현수를 기성용 자리로 올리고 새로운 수비수를 함께 쓰는 전망도 있다. 만약 장현수가 뛴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된다. 대표 팀에도, 본인에게도 반전을 위한 마지막 기회. 과연 대표 팀이 새로운 수비 리더를 찾을지, 장현수가 명예회복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 일어나라, 장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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