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호(아래)의 덕을 본 메시.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리오넬 메시가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역시 축구는 11명이 하는 스포츠다.

아르헨티나는 었27일 새벽 3시(한국 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D조 조별 리그 3차전에서 나이지리아에 2-1로 승리했다. 아르헨티나는 1승 1무 1패 승점 4점으로 극적으로 16강에 합류했다.

지난 2경기 '에이스' 리오넬 메시 활용법에 문제가 있었다. 아이슬란드전에서 메시의 어깨는 지나치게 무거웠다. 4-3-3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메시는 공격 전개, 드리블 돌파, 슛까지 모두 맡아야 했다. 메시가 맡는 임무가 지나치게 많았다. 메시만 견제하면 아르헨티나 전체적인 경기력이 뚝 떨어졌다.

반대로 크로아티아전에선 메시가 무력했다. 아르헨티나는 크로아티아전에서 3-4-2-1 포메이션으로 나서고 중원 조합을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엔소 페레스로 꾸렸다. 두 선수 모두 수비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공격적인 패스를 넣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다. 중원 조합의 문제는 곧 메시에게 영향을 미쳤다. 메시가 공을 단 49번 터치했다. 2017-18시즌 경기당 77.4번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크게 떨어졌다. 메시는 '고립'됐다.

'절체절명'의 순간 아르헨티나는 바네가를 선발로 빼들었다.  바네가는 드리블 능력도 갖췄지만 공격 전개를 맡아줄 수 있는 선수다. 공격적인 패스를 넣어줄 수 있다. 아이슬란드전에서 교체로 출전했지만 조직적인 수비에 고전했고, 크로아티아전에는 벤치에 앉아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바네가는 영리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전방과 후방을 오가면서 공격 전개를 주도했다. 공을 다루는 기술이 좋으니 나이지리아 수비의 압박 사이에서도 공을 지킬 수 있었다. 전진 패스가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바네가가 중원에서 '전개'를 맡아주면서 드디어 메시는 공격적인 움직임을 시도할 수 있었다. 소속 팀 FC바르셀로나처럼 유기적인 패스는 기대할 수 없었지만 메시가 움직일 여지가 점점 늘었다. 수비 뒤를 노리거나, 직접 드리블 돌파로 나이지리아 수비를 괴롭혔다. 나이지리아의 수비력이 앞선 두 팀에 떨어진 것도 메시의 움직임을 더욱 살아나게 했다.

선제골 역시 바네가가 만들고 메시가 넣었다. 전반 14분 곤살로 이과인이 뒤로 내려오면서 수비진을 끌고 움직이자, 메시가 수비 뒤로 침투했고 바네가의 절묘한 패스가 연결됐다. 메시는 허벅지로 공을 잡아둔 뒤 오른발로 골을 터뜨렸다. 앞선 두 경기에서 메시가 수비 뒤를 파고드는 장면은 찾기 어려웠다. '도우미'가 있으니 공격적인 움직임도 가능했다.

전반전은 완벽했을 터. 하지만 경기는 후반전 급격하게 변화했다. 후반 킥오프를 하고 5분도 채 되지 않아 VAR 끝에 페널티킥을 주면서 좋은 경기 흐름은 망가졌다. 코너킥 상황에서 마스체라노가 발로군을 안고 넘어진 것이 문제가 됐다.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이 왔지만 그대로 아르헨티나는 무너지지 않았다. 주인공은 메시가 아니었다. 이번엔 수비수들이 골을 합작하면서 메시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후반 41분 오른쪽 측면에서 메르카도가 올려준 크로스를 로호가 쇄도하면서 마무리했다. 로호는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장했다가 아르헨티나가 탈락 위기에 몰리면서 측면 수비수로 위치를 옮긴 선수였다. 로호는 자신이 주로 쓰는 발도 아닌 오른발로 득점을 터뜨렸다. 아르헨티나를 16강으로 이끄는 골이 터졌다.

세계 최고 공격수라는 메시도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적절한 도우미 바네가가 핵심이었다. 위기의 순간에 메시가 아니라 수비수들이 해결사로 떠올랐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스포츠. 모두가 힘을 보탤 때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아르헨티나가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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