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루의 러시아 월드컵 마무리는 신이 났다. 득점한 게레로와 환호하는 페루 팬들.
▲ 페루의 러시아 월드컵 마무리는 신이 났다. 득점한 게레로와 환호하는 페루 팬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페루는 36년 만에 나선 월드컵서 조별 리그를 넘진 못 했지만 멋진 축구를 선보였다.

페루는 26일 밤 11시(한국 시간) 러시아 소치 올림피스키스타디온 피쉬트에서 열린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C조 조별 리그 3차전에서 호주를 2-0으로 꺾었다. 이미 2패로 탈락이 확정된 상황이었지만 호주를 꺾고 유종의 미를 거뒀다. 1승 2패 C조 3위로 조별 리그를 마쳤다.

월드컵 무대에 참으로 오랜만에 돌아왔다. 테오필로 쿠비야스라는 불세출의 공격수가 나타나면서 1970년, 1978년, 1982년 월드컵에 출전했지만 이후 추전 기록은 전무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콜롬비아, 칠레, 파라과이 등 축구 강국이 즐비한 남미 예선은 늘 높은 벽이었다.

리카르도 가레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페루는 남미에서 무시할 수 없는 다크호스가 됐다. 2015년 코파아메리카에서 3위를 기록했고, 2016년 코파아메리카 센테나리오에서도 8강까지 오르면서 저력을 발휘했다. 페루는 이번 러시아 월드컵 남미 예선에선 알렉시스 산체스가 버틴 칠레를 밀어내고 5위에 올랐고 오세아니아와 플레이오프 끝에 월드컵까지 왔다. 집념이 만든 결과였다.

매혹적인 공격 축구였다. 본선에 오랜만에 나섰지만 '잉카의 전사'는 적극적으로 싸웠다. 최전방부터 강하게 압박했고 공격에 공격을 거듭했다. 에디손 플로레스, 안드레 카리요, 크리스티안 쿠에바가 버틴 공격 2선은 빠르고 기술적이었다. 파올로 게레로는 도핑 문제를 딛고 본선 무대에 나서 끈끈한 움직임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이 승리는 페루인들 그리고 제페르손 파르판을 위한 것이다. 내년 우리는 브라질에서 열리는 코파아메리카에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 페루가 어떤 팀하고도 동등하게 싸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 파울로 게레로, 호주전 승리 뒤

페루는 덴마크와 1차전에서 공격을 주도하면서 경기를 압도했다. 18개 슛을 기록했고 6개를 골문으로 보냈다. 전반 막판 VAR 끝에 얻었던 페널티킥을 놓친 쿠에바의 실수가 잊고 싶어도 잊히지 않을 것이다. 경기를 잘 주도하고도 후반 14분 유수프 풀센에게 1골을 주고 0-1로 패했다.

2차전도 페루의 경기 운영은 바뀌지 않았다. 상대가 '톱시드'이자 우승 후보인 프랑스임에도 불구하고. 슈팅 수는 10대12로 근소하게 뒤졌지만 페루는 오히려 56% 점유율을 기록했다. 경기 주도권은 페루 쪽에 있었다. 공격을 주도하고 프랑스가 역습하려고 할 땐 전방 압박을 했다. 문제는 골 결정력이었다. 득점하려는 페루의 노력은 무위로 돌아간 반면, 전반 34분 올리비에 지루와 킬리안 음바페가 합작한 한 골에 무너지고 말았다.

마지막 경기에서 페루는 드디어 '유종의 미'를 거뒀다. 호주와 경기력 차이가 뚜렷했다. 호주는 16강 진출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탈락이 확정된 페루를 이기지 못했다. 페루의 저력을 보여주는 장면. 공격적인 경기 운영은 접어두고 실리적인 경기 운영을 했다. 호주의 공세를 잘 막아내면서 2번의 기회를 잘 살렸다. 전반 18분 게레로가 올린 크로스를 카리요가 멋진 발리 슛으로 연결해 호주의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5분엔 게레로가 직접 1골을 터뜨리면서 36년 만에 나선 본선에서 거둔 40년 만의 승리를 자축했다.

"승리를 축하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 아름다웠다. 우리는 월드컵에 다시 와야만 한다." - 레나토 타피아, 호주전 승리 뒤

"페루 팬들에게 그리고 여기까지 오는 불가능한 여정을 해낸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승리로 보답할 수 있어 기쁘다. 정말 그들이 자랑스럽다." - 안드레 카리요, 호주전 승리 뒤

남미 예선도 치열했으나 월드컵 본선은 더 어려웠다. 페루 역시 오랜만에 나선 본선이 쉽지는 않았을 터. 월드컵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더 어려웠겠지만 페루는 페루답게 본선에 도전했다. 그리고 멋진 경기력으로 저력을 입증했다. 이제 월드컵 출전의 기쁨을 맛봤으니, 이젠 다음 대회에서 더 높은 기회를 노려볼 차례다. 러시아에선 기회를 더 확실하게 살려야 하고, 수비 때도 집중력을 높여야 한다는 교훈을 얻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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