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시 혼자 힘을 써봤지만 살리지 못한 아르헨티나 승리의 불씨
▲ 고군분투 메시.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아르헨티나가 조별 리그 첫 경기에서 '돌풍의 팀' 아이슬란드에 무승부를 거두면서 불안한 시작을 알렸다. 스타플레이어가 즐비한 아르헨티나에서도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16일 밤 10시(한국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옷크리티예아레나에서 열린 2018년 러시아 월드컵 D조 리그 1차전 아이슬란드와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전반 19분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멋진 터닝 슛으로 선제골을 기록했지만, 4분 만에 알프레드 핀보가손에게 동점 골을 허용했다. 

◆ PK 실축해도 최고 평점, 메시는 바빴다

예상치 못한 무승부를 거두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일단 메시 본인에게 있다. 그는 후반 18분 막시밀리아노 메사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골문 구석을 찌르지도 못했고 높이도 허리 정도로 골키퍼가 몸을 날리면 막기 좋은 정도였다. 방향까지 읽혔으니 심리전에서 완패했다.

메시는 페널티킥을 실축하고도 '후스코어드닷컴'에서 7.8점 높은 평점을 받았다. 팀이 시도한 27번 가운데 혼자 11번의 슛을 기록했다. 아이슬란드는 팀 전체가 8번 슛을 시도했다. 9번의 드리블 돌파를 성공했는데 성공률이 무려 75%다. 아르헨티나 팀 전체의 드리블 성공 횟수가 17번이니 메시의 몫이 절반을 넘는다. 패스 정확도는 8%고 키패스도 3번이나 기록했다. 메시는 그야말로 혼자 경기했다.

▲ PK 실축은 메시 본인의 잘못이다. 날카롭지 않은 킥이 나왔다.

◆ 무승부보다 뼈아픈, 여전했던 메시 의존도

아르헨티나는 공격적으로 뚜렷한 한계를 보였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부터도 '메시 원맨 팀'이라는 시선을 줄곧 받아왔다. 스타플레이어가 즐비하지만 아르헨티나에서 메시가 짊어진 임무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메시는 남미 지역 예선에서 팀이 기록한 19골 가운데 7골을 직접 집어넣었다. 팀 내 최다 득점이다. 여기에 전체 골 과정에 메시가 관여한 것이 득점의 61%나 된다.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체스터시티), 파울로 디발라(유벤투스)는 아예 골이 없었고, 곤살로 이과인(유벤투스)은 1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메시는 본선 진출이 걸렸던 에콰도르와 최종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면서 3-0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아르헨티나가 가진 과제는 첫 경기에서 풀렸을까? 아이슬란드전만 따지자면 '메시 의존증'은 여전했다. 

▲ 아구에로(오른쪽)가 메시의 부담을 나눠지나 했지만, 득점 이후 그이 활약은 부족했다.

메시는 4-2-3-1 포메이션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됐다. 중원에서 루카스 비글리아(AC밀란)과 하비에르 마스체라노(허베이 화샤싱푸)가 후방을 지키는 데 더 집중했다. 모두 활동량과 수비력을 갖췄고 기본적인 패스 전개는 잘한다. 하지만 전진 패스에 능력이 있는 선수들은 아니다. 메시는 중원과 공격을 연결하고 또 공격을 이끄는 유일한 선수였다.

메시의 공격 형태는 단순했다. 일단 단독 돌파를 시도한 뒤 패스나 슛을 시도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수비를 등지는 아구에로의 능력을 활용해 침투패스를 넣고 리턴패스를 내는 형태도 자주 시도했다. 이외의 공격 패턴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공격수들은 메시에게 공간을 주기 위해 확실하게 공격적으로 뒤를 노려야 했다. 하지만 애매한 위치에 서서 확실한 움직임을 하지 못했다. 뒤로 빠지는 것도 아니고,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었다. 메시가 드리블을 시작할 때까지 움직임이 없었다. 당연히 공간을 만들기 어려웠다.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도 "메시가 아주 불편했다. 아이슬란드 선수들이 매우 수비적인 경기를 했다"면서 "메시는 필요한 공간을 찾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아르헨티나는 메시를 제외하면 측면 공격수와 풀백의 연계 플레이로 측면 공략에 힘을 쏟았다. 문제는 최전방에 장신 공격수가 없었다는 것. 대체로 컷백 패스를 시도했는데 아이슬란드도 그 패턴을 알고 있었다.

4-4-1-1 또는 4-4-2 형태로 경기를 나선 아이슬란드가 수준 높은 수비 조직을 갖췄다는 것은 또 하나의 문제였다. 수비 간격을 좁게 유지하면서 아르헨티나를 뒤로 밀어냈다. 최종 수비 라인을 유기적으로 컨트롤해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더욱 어렵게 했다. 아이슬란드 수비진은 메시가 공을 잡으면 왼발 앞에 서서 각도를 주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메시를 완전히 봉쇄할 순 없지만 최대한 불편하게 했고 결국 실점하지 않았으니 성공을 거뒀다.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려면 메시 의존도를 낮춰야 했다. 메시를 활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메시가 더 좋은 활약을 하기 위해선 부담을 나눠져야 한다. 메시처럼 독보적인 선수라도 집중 마크 사이에서 힘을 발휘할 순 없다.

▲ 아르헨티나의 메시는 파랑+빨강 유니폼을 입었을 때와 다르다.

◆ FC바르셀로나의 메시와 아르헨티나의 메시가 다른 이유

언제 메시가 가장 강할까. 자유롭게 움직일 때 위협적이다. 드리블 돌파와 왼발 슛이 장기지만, 동료 여러 명과 '티키티카'식으로 짧은 원터치패스로 밀집 수비를 흔들기도 하고, '오프 더 볼'에서 동료의 패스에 맞춰 침투하는 것도 잘한다. 동료들을 보는 시야도 좋아 공간을 활용하는 동료에게 날카로운 스루패스도 뛰어나다. 헤딩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공격에서 장점이 있지만, 아르헨티나는 메시의 몇 가지 장점만 활용하고 있다. 

메시는 분명 소속 팀 FC바르셀로나와 비교했을 때 경기력이 부진하다. 분명 하는 일은 훨씬 많은데 그 효과가 FC바르셀로나에서 활약에 미치지 못한다.  루이스 수아레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르히오 부스케츠, 조르디 알바 등 발이 잘 맞는 동료가 없기 때문이다. 밀집수비를 만났을 때 바르사는 메시가 활동할 공간을 열기 위해 측면 수비수들이 넓게 벌려서고, 수비 뒤 공간으로 침투 움직임을 한다. 동시에 이 선수들을 직접 패스도 슛도 나눠하며 메시의 부담을 덜어준다.

메시를 살리는 법에서 분명히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아르헨티나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준우승의 아픔을 안고 있다. 이어진 2015년 코파아메리카, 2016년 코파아메리카 센테나리오에서도 연이어 결승에서 고배를 마셨다. 메시가 고군분투했지만 동료들의 활약이 미비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 지난 3번의 실패에도 아르헨티나가 당장 나아진 것은 없어 보인다. 메시 의존도를 줄이지 않는다면, 아르헨티나도 그리고 메시 본인도 러시아에서 '대관식'을 열긴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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