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조별 리그 첫 경기에서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세계적인 축구 강국 아르헨티나와 1-1로 비긴 아이슬란드 선수들.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축구 동화’를 써 내려가고 있는 아이슬란드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초반 다시 한번 더 세계 축구 팬들을 놀라게 했다.

아이슬란드는 16일 늦은 밤(이하 한국 시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D조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와 1-1로 비겨 귀중한 승점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월드컵 2차례 우승(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 1986년 멕시코 대회)과 3차례 준우승(1930년 우루과이 대회 1990년 이탈리아 대회 2014년 브라질 대회)에 빛나는 나라, 이번 대회까지 본선에 17번 출전해 이날 경기 전까지 42승 14무 21패의 어느 나라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성적을 쌓은 나라, 마리오 켐페스, 디에고 마라도나, 호르헤 부르차가, 가브리엘 바티스투타, 카를로스 테베스, 곤살로 이과인, 앙헬 디 마리아 등 세대를 아우르는 축구 팬들 귀에 익숙한 우수 선수들을 배출한 나라.

아이슬란드가 축구 팬이라면 곧바로 떠올릴 수 있는 남미 축구의 양대 산맥 가운데 하나인 아르헨티나와 비긴 것이다.

아이슬란드는 요즘 몇몇 여행 프로그램으로 한국과 부쩍 가까워진 느낌이지만 아직 국적기 직항편이 없어 핀란드나 덴마크, 영국 등을 경유해야 갈 수 있는 여전히 먼 나라다. 축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북유럽의 섬나라 정도로 인식돼 있을 뿐이다.

2018년 상반기 현재 28만 명인 춘천시보다 인구가 약간 많은 아이슬란드(2016년 추정치 33만 명)가 자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에 나선데 이어 ‘신계’ 선수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와 무승부를 기록하며 ‘축구 동화’ 2장을 작성했다. ‘축구 동화’ 1장은 첫 출전한 유럽축구선수권대회(2016년 프랑스 대회, 통칭 유로 2016) 8강에 오르면서 펼쳐졌다.

작은 나라이긴 하지만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축구 애호국인 아이슬란드는 1부 리그 가 12개 클럽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클럽에는 가까운 나라(?)인 덴마크를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선수들이 속해 있다. 추운 날씨 때문에 서유럽과 달리 봄~가을에 시즌을 치르는데 2018년 시즌은 지난 4월 18일 막을 올렸다. 하부 리그 어떤 클럽은 체육관을 홈구장으로 쓰기도 한다.

이런 환경 때문에 아이슬란드 상당수 우수 선수들은 외국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에 나선 대표 선수 23명 가운데 수비수 비르키르 새바르손만 자국 리그에서 뛰고 있고 나머지 22명이 덴마크 노르웨이 네덜란드 러시아 벨기에 스웨덴 이탈리아 독일 터키 불가리아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등 유럽 여러 리그 클럽에서 뽑혔다.

여러 나라 또는 협회 클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모인 아이슬란드지만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 I조에서 7승1무2패, 승점 22로 조 1위를 차지해 러시아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I조에는 크로아티아와 우크라이나, 터키 등 강호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3위인 크로아티아(6승2무2패, 승점 20)는 아이슬란드에 조 1위를 내주고 플레이오프에서 그리스를 1, 2차전 합계 4-1로 누르고 러시아행 막차를 탔다.

아이슬란드는 공교롭게도 크로아티아와 다시 만난다. 22일 나이지리아와 2차전에 이어 27일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를 크로아티아와 치른다. 아이슬란드는 유럽 지역 예선에서 크로아티아와 1승1패(1-0 0-2)를 기록했다.

아르헨티나와 성공적인 경기를 했지만 아이슬란드는 당장 아프리카 전통의 강자 나이지리아(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1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3위)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나이지리아는 1차전에서 크로아티아에 0-2로 졌기 때문에 이 경기에 조별 리그 통과의 명운을 겅어야 한다. 전 세계 축구 팬들 눈과 귀가 이 경기에 다시 모일 것으로 보인다.

이 경기 결과에 따라 아이슬란드의 ‘축구 동화’는 ‘축구 강소국 이야기’로 바뀔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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