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선 고개를 갸웃거렸다. 박용택도 하향 곡선을 그릴 때가 됐다는 섣부른 평가까지 나왔다.
하지만 박용택은 당시 "찬스가 오면 더 집중력이 생긴다. 해결했을 때 쾌감이 크다. 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타석이기에 더 좋다. 반면 시즌 초반엔 너무 결과를 내려다 보니 늘 출발은 안 좋았던 것 같다. 혹시라도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한 달만 더 지켜봐 주십사 부탁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약속을 지켰다.
박용택은 지난 한 주 동안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주간 타율 4할3푼8리의 맹타를 기록했다.
득점권에서 강점 또한 살아났다. 주자가 있었을 때 5할3푼8리(주자 없을 때 4할), 득점권에선 6할6푼7리(6타수4안타)의 매우 타율을 기록했다.
6월 들어 확실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6월 득점권 타율은 5할5푼6리(9타수5안타)다. "득점권에선 자신 있다"던 그의 장담이 현실로 나타났다.
쉬운 변화는 아니었다. 침묵의 시간, 박용택도 괴로움의 시간을 보냈다. 박용택은 슬럼프를 겪을 당시 "내게 오지 않을 일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더라. 이젠 많은 것을 내려놓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은 박용택은 다시 이전의 강세를 되찾았다.
그렇다면 박용택은 어떻게 득점권에서 강한 타자로 자리매김한 것일까.
일단 2스트라이크 이후로 몰린 상황에서 집중력이 다른 타자들을 압도한다.
지난해 2스트라이크 이후 슬라이더 대응 타율을 기록한 그래픽이다. 박용택은 2스트라이크 이후 슬라이더를 가장 잘 쳤다. 2스트라이크 이후 슬라이더 공략 타율이 3할4푼3리나 됐다.
위기가 오면 좌타자를 상대로 좌투수가 주로 원 포인트 릴리프로 등장한다. 대부분 좌완 원 포인트 투수들의 장기는 슬라이더다. 박용택은 그런 상대 벤치의 의도를 무력화시키는 데 빼어난 능력을 보여 줬던 것이다.
바꿔 말하면 찬스 때 상대의 승부처인 좌완 슬라이더를 받아쳐 좋은 결과를 많이 만들어 냈다.
박용택은 슬라이더뿐 아니다. 패스트볼, 커브, 스플리터 등 모든 구종에 걸쳐 2스트라이크 이후 타율이 랭킹 10위 안에 모두 들었다. 약점이 그만큼 적었다.
또한 박용택은 희생플라이가 많은 타자다. 통산 희생플라이가 86개로 89개인 김동주(은퇴)에 이어 통산 2위, 현역으론 압도적인 1위다.
희생플라이는 타수에서 제외된다. 그만큼 득점권 타율 계산에서 분모가 작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분모가 작아지면 통계치는 올라가게 돼 있다. 박용택은 득점권 타율을 높이는 데 유리한 조건을 갖춘 타자라는 뜻이다.
박용택은 실력으로 자신에 대한 걱정, 특히 득점권에서 약점이 쓸데없는 것이라는 걸 증명하고 있다. 일정 능력 이상을 지닌 타자는 결국 평균에 수렴한다는 법칙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앞으로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예측해 볼 수 있다. 박용택의 시즌은 이제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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