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롭 vs 지단, 빅이어를 건 대결이 온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3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레알마드리드는 높은 곳에 있고, 13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리버풀은 '도전자'로 결승전에 선다. 챔피언은 챔피언대로, 도전자는 도전자대로 우승을 말할 이유가 있다.

레알마드리드와 리버풀은 27일(이하 한국 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 NSC올림피아스키 스타디움에서 2017-18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을 치른다. 통산 12회 우승을 자랑하는 레알과 5회 우승에 빛나는 리버풀이 격돌한다.

경기 전 레알의 우세를 점치는 이들이 많다. 스포츠 베팅 사이트 'Bwin'은 레알 승리에 2.20, 무승부에 3.75, 리버풀 승리에 3.10의 배당을 걸었다. 레알의 승리에 1유로를 걸어 적중하면 2.20유로를 받는 식이다. 또 다른 배팅 업체 'Bet365' 역시 레알 1.25, 무승부 2.90, 리버풀 2.10의 배당을 걸었다. 이 업체에선 레알의 승리에 1유로를 걸면 2.25유로를 받는다. 두 업체 모두 레알의 우세를 점친다.

▲ UCL의 사나이 호날두.

◆ 왕좌 위 레알: 약한 고리가 없고, 호날두가 있다

레알은 이미 왕좌 위에 있다. 지난 2번의 결승에서 아틀레티코마드리드, 유벤투스를 꺾었고 리버풀까지 누르고 3연속 우승을 달성하려고 한다. UEFA 클럽 랭킹에서도 부동의 1위지만, 해이한 생각은 없다. 지네딘 지단 감독은 지난 22일 '오픈미디어데이'에 나서 "어떤 누구도 우리가 리버풀보다 배고프지 않다고 말할 순 없다. 우리는 레알이고, 더 많은 것을 항상 바라는 팀이다. 더 잘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승전에는 중요 경기마다 꺼내들었던 4-3-1-2 포메이션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레알엔 약한 고리가 없다. 이번 시즌 UCL에서만 15골을 기록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조력자' 카림 벤제마가 최전방에 버티고 있다. 벤제마가 최근 부진을 겪긴 했지만, 도우미로서 움직임은 좋아졌고 여전히 한 방을 기대할 수 있다. 이 뒤를 돌격 대장 이스코가 지원할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루카 모드리치, 카세미루, 토니 크로스가 버틴 중원의 힘도 뛰어나다. 완숙한 경기 운영에 뛰어난 기술, 강력한 중거리 슛까지 이 세 선수 조합은 지난 2년 동안 UCL을 제패한 중요한 원동력이다. 이제 경험마저 넘치는 마르셀루, 라모스 두 베테랑 수비수에, 라파엘 바란과 다니 카르바할이 더해진 조합은 공격력까지 갖춘 포백이다.

가레스 베일, 루카스 바스케스, 마르코 아센시오, 나초 페르난데스, 마테오 코바시치 등 든든한 교체 요원도 있다.


전술적인 뚜렷한 특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강력하다. 이번 시즌에도 다양한 전술을 구사했다. 4-3-1-2를 비롯해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시절부터 즐겨 썼던 4-3-3을 쓰기도 하고, 이번 시즌 새롭게 시도한 4-4-2를 쓰기도 한다. 상대에 맞춰 유연한 전술 변화가 가능하다는 뜻. 풀리지 않던 전반전을 교체와 전술 변화로 바꿔놓는 지단 감독의 눈도 날카롭다.

선수들 면면이 뛰어나다보니 조합만 잘 맞아들어가면 큰 문제 없이 경기력을 내고 있다. 특히 UCL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대단했다. 파리생제르맹(PSG), 유벤투스, 바이에른뮌헨을 연파했다. 이 세 팀은 각국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강호들이지만, 레알이 보여준 짜임새 있는 그리고 집중력 높은 경기력 앞에 무릎을 꿇었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측면에서 크로스에 의존하는 패턴이 자주 나온다거나, 공격에만 힘을 쓰다가 수비에서 어이없게 실점하는 것은 문제점이다.

호날두가 44골을 터뜨리면서 압도적인 팀내 득점 1위고 베일이 19골, 아센시오와 벤제마가 11골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호날두에 대한 득점 의존도가 높은 것은 문제라고 할 수도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호날두가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고, 다른 선수들도 어디 가든 에이스가 될 수 있는 선수들이라 방심은 금물이다.

▲ 호날두의 왕좌를 빼앗으려는 살라.

◆ 리버풀 "왕위를 계승하는 중입니다": 전방 압박과 적극성

리버풀은 도전자다. 위르겐 클롭 감독은 "레알마드리드가 더 경험이 많다. 경험은 삶에서 중요하다"고 인정했다. 포기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클롭 감독은 "경험이 중요하다고 해도 전부는 아니다. 열정, 태도, 활동량으로 같은 수준에 오를 수 있다. 그것이 내가 축구를 사랑하는 이유"라며 레알을 상대로도 리버풀다운 경기력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클롭 감독의 말대로 리버풀은 전술적으로 뚜렷한 색을 갖고 있다. 적극적으로 압박하고, 활동량으로 상대를 압도한다. 최전방에 발빠른 '삼지창' 모하메드 살라, 호베르투 피르미누, 사디오 마네를 보유했다. 이 뒤를 조던 헨더슨, 지오르지뇨 베이날둠, 제임스 밀너가 지원한다. 개인 기량에서 최고라고 하긴 어렵지만, 성실하고 활동량이 많은 미드필더다. 클롭의 전술에 적합한 구성이다.


특색이 있는 선수들을 바탕으로 펼치는 '게겐프레싱'은 클롭 축구에서 핵심으로 꼽힌다. 공격이 끊어졌다고 여겨질 때, 빠르게 재압박해 다시 역습으로 연결한다. 높은 위치에서 다시 시작되는 역습은 수비가 대처하기 어렵다. 영국 스포츠 전문 매체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 이안 라이트는 4강을 마친 뒤 "리버풀은 (바이에른뮌헨보다) 훨씬 더 많이 뛰면서 전방위적으로 압박할 것이다. 리버풀은 두 번의 패스 만에 공격 지역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레알이 수비적으로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 첼시 선수이자 스카이스포츠 축구 해설위원 데니스 와이즈는 레알-뮌헨전을 두고 "너무 열려 있다.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이라는 점에서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레알의 중원의 수비력과 활동량이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레알은 뮌헨과 4강 1,2차전에서 많은 슈팅을 허용했다. 1차전에서 뮌헨은 13개, 레알은 7개 슛을, 2차전에선 뮌헨이 무려 20개, 레알은 9개 슛을 시도했다. 뮌헨은 3골 득점에 그친 반면, 레알은 더 적은 슛으로도 4골을 기록해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레알의 결정력을 높이 평가할 수 있지만, 동시에 수비적으로 불안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리버풀의 약점은 수비에 있다. 피르힐 판 데이크 합류 이후 빠르게 안정을 찾았지만 여전히 정상급 수비로 보긴 어렵다. 최근 좋아졌다지만 이따금 실수를 저지르는 데얀 로브렌과 골키퍼 로리스 카리우스가 있다. 트렌트 알렉산더 아널드, 앤디 로버트슨 등도 젊고 패기는 넘치지만 노련하지는 않다.

▲ 올 시즌 빅이어의 주인공은.

◆ 경기 포인트: 리버풀의 전방 압박에 레알이 견딜 수 있을까

레알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선수 면면이나 경험 측면에서 크게 앞선다. '결승전'이 주는 압박감을 고려하면 레알의 우세를 점치는 것은 당연하다.

변수는 두 팀이 모두 '공격 팀'이라는 것. 공격 대 공격이다. UCL에서는 15골을 터뜨린 호날두가 레알 역시 자신감을 표현하겠지만, 살라와 피르미누가 10골씩 마네가 9골을 기록한 리버풀도 사양할 이유는 없다. 특히 리버풀은 상대의 공격 작업부터 괴롭히는 것이 특징. 8강에서 리버풀이 완파한 맨체스터시티는 현재 잉글랜드를 넘어 전 유럽에서 가장 빌드업에 세밀한 팀이지만 리버풀의 압박에는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레알 역시 후방과 중원의 힘엔 자신이 있는 만큼 힘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큰데, 리버풀의 거센 압박을 견딜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리버풀은 8강과 4강 1차전에서 각각 맨체스터시티와 AS로마를 상대로 전반전에 맹폭을 퍼부으면서 승기를 잡았다. 전방에서 계속 압박해 공을 빼앗거나 실수를 유도한 뒤 직선적 역습으로 기회를 만들었다. 레알의 빌드업이 흔들린다면 분명 위험할 수 있다.

언제나 그렇듯 선제골을 어느 쪽에서 먼저 기록하는지가 중요 승부처가 될 것이다. 최전방에 빠른 공격수를 보유한 팀답게 역습에 능하기 때문. 한 골의 리드가 더 큰 점수 차이로 연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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