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현도훈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가 찾은 '원석' 현도훈(25)이 조금씩 빛을 보고 있다. 

두산은 지난 시즌을 마치자마자 마운드 정리에 들어갔다.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 베테랑 정재훈 김성배를 비롯해 그동안 받은 기회를 살리지 못한 안규영 고원준 조승수 홍영현 등 20대 중후반 젊은 투수들까지 방출했다.

새 얼굴들로 마운드를 꾸리려는 움직임은 2018년 신인 드래프트부터 뚜렷하게 나타났다. 당시 두산은 1차와 2차 지명을 모두 더해 새내기 11명을 맞이하면서 투수만 8명을 뽑았다. 1차 지명 곽빈과 2차 지명 1라운드 박신지는 호주부터 일본 미야자키까지 1군 스프링캠프에 모두 함께했고, 곽빈은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받으며 1군 무대로 직행했다.

스프링캠프에서 곽빈과 함께 주목받은 새 얼굴이 현도훈이다. 두산은 지난해 10월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에서 뛰던 오른손 현도훈, 왼손 김호준과 육성 선수 계약을 맺었다. 최근 드래프트에서 계속해서 끝순위로 지명하다 보니 원하는 선수를 마음껏 뽑지 못해 독립 리그까지 살폈다. 당시 현도훈은 마른 체형이지만, 타점이 높고 포인트가 일정해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무리 캠프부터 두산과 함께한 현도훈은 묵직한 볼끝과 경기 운영 능력을 뽐냈다. 두산 관계자는 "구속은 140km 초반인데 끝이 좋다. 경기를 운영할 줄 알고, 길게 던질 수 있는 투수"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일본에서 야구를 배운 것도 두산이 주목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현도훈은 신일중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야구를 배웠다. 교토고쿠사이고등학교, 큐슈교리츠대학교를 거쳐 일본 사회인 야구단에서 생활하다 국내로 돌아와 독립 리그에서 뛰었다. 두산 관계자는 "일본에서 배운 투수의 공은 어떤지 지켜봐 달라"며 미소를 지었다. 현도훈의 주 무기는 일본 투수들이 흔히 결정구로 쓰는 포크볼이다.

▲ 호주 스프링캠프 때 훈련하는 현도훈 ⓒ 두산 베어스
두산은 시즌 전부터 현도훈의 육성 선수 신분을 풀 수 있는 5월을 기다렸고, 지난 4일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 현도훈은 혹독한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했는데, 상대 선발투수는 양현종이었다. 밑져야 본전. 그러나 경기 초반 너무 긴장해 제구가 되지 않았다. 현도훈은 4⅓이닝 7실점으로 데뷔전을 마쳤다. 

두 번째 등판은 달랐다. 현도훈은 22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4회 2사 2, 3루에서 2번째 투수로 나서 3⅓이닝 3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5회 무사 1, 2루에서 이성열과 하주석, 최진행을 연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장면은 단연 돋보였다. 7회에는 호잉-김태균-이성열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틀어막았다. 

선발투수 세스 후랭코프가 3⅔이닝 6실점으로 무너진 가운데 현도훈이 긴 이닝을 버티면서 두산은 1-6에서 7-6으로 흐름을 바꿀 수 있었다. 현도훈은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연장 접전 끝에 팀이 7-8로 져 첫 승은 무산됐다.
               
현도훈은 계속해서 대체 선발투수 또는 롱릴리프로 활약할 가능성이 크다. 장원준이 성적 부진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상황이라 현도훈이 나설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 1군에서 몸풀기를 마친 만큼 이제 꾸준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나갈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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