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팬들을 웃게 하는 제러드 호잉의 미소.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투수 땅볼을 치면 고개를 숙이고 1루까지 ‘산보’하는 장면을 프로 야구 경기에선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제러드 호잉은 투수 땅볼을 치고도 걷지 않고 달린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그랬다. 호잉에게 이를 묻자 “프로 선수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호잉은 44경기에 출전해 홈런 14개 타점 37개 도루 7개 타율 0.338, OPS 1.112를 기록하고 있다. 모두 팀 내 1위다. 여기에 수비 능력은 덤. 호잉은 발이 빠르고 어깨가 강하다. 지난해까지 한화 코너 외야는 느린 선수들로 가득했는데 호잉의 가세로 리그에서 가장 단단해졌다.

호잉은 수비, 주루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다. 한화 코칭스태프가 걱정하면서도 박수를 보내는 대목. 한용덕 한화 감독은 “선수들이 호잉의 플레이를 보면 본받을 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호잉은 팬들의 사인 요청을 여간해선 거절하지 않는다. 최근 가족과 산책하던 도중 그를 알아본 팬들이 사인을 해달라고 하자 딸 칼리 호잉을 한 팔로 안은 채로 사인을 해 줬다. 사인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호잉은 “팬들이 즐거워하면 그걸로 된다”고 대답했다.

남다른 프로 의식도 호잉의 인기 비결이다. 지난달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을 때 호잉은 이를 흔쾌히 승낙했다. 한화 관계자는 “일정이 빡빡한 와중에 인터뷰가 밀려들어 힘들 건데 호잉은 ‘이것도 경기의 일부’라고 OK했다. 정말 놀랍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호잉의 통역을 맡고 있는 김지환 씨는 “바빠지긴 했지만 호잉이 웃으면서 일을 하니 나도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했다.

한화 팬들은 호잉을 ‘최애’ 한다. 한화 용품을 파는 매장에선 호잉의 유니폼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외국인 선수 계약 특성상 다음 시즌에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불확실한데도 한화 팬들은 지갑을 열고 있다. 또 지난 18일 호잉의 생일을 맞아 한화 팬들은 떡 케이크와 그의 딸을 위한 한복을 선물했다.

호잉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의 가족은 대전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호잉의 아버지 빌 호잉은 22일 경기에서 전광판에 소개되자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빌 호잉은 “(한국에서) 내 아들의 인기가 이 정도일지 몰랐다. 아들 덕에 나도 유명해져 버렸다”고 유쾌하게 웃었다.

팀에 합류한 지 4개월 도 안 지났는데 이글스 맨이 됐다. 호잉은 “살면서 이렇게 큰 응원을 받아본 적이 없다. 한화와 대전이 너무 좋다”며 “앞으로도 성원에 보답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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