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kt 위즈 오태곤(27)이 생존을 위한 변화를 택했다. 김진욱 kt 감독의 중간 평가는 '합격'이다. 

오태곤은 내야수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뛸 때는 3루를 봤고, kt에서는 3루와 1루를 번갈아 가며 맡았다. 올해는 옵션 하나를 더했다. 지난 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넥센 히어로즈에서 윤석민을 영입하고, 스토브리그에서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황재균을 붙잡은 여파였다. 확실한 1, 3루수가 생기면서 오태곤은 외야로 눈을 돌렸다. 스프링캠프부터 좌익수 훈련을 받으면서 경쟁 가치를 높이기 위한 시간을 보냈다. 

김 감독은 오태곤이 내,외야 유틸리티 요원으로 경쟁력을 갖춘 데 흡족해 했다. "좋은 재능을 미처 못 봤다"고 할 정도다. 김 감독은 "내야 수비를 하다가 외야로 가면 원래 조금 더 선수들이 쉽게 느낀다. 캠프 때 훈련은 좌익수랑 1, 3루까지 다 했다"고 설명했다.

오태곤 개인 가치는 물론 팀 전력으로 봐도 큰 플러스 요인이다. 김 감독은 "(오)태곤이의 몫이 더 커졌다. 예전에는 구멍이 나도 불러올릴 선수가 없었다. 태곤이가 유틸리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 엔트리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태곤이랑 (윤)석민이를 1루수와 지명타자로 번갈아서 쓸 수도 있고, 지난해보다 백업이 탄탄해졌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외야수 적응기를 보내고 있는 오태곤 역시 변화를 만족스러워 했다. 그는 "이제 내야는 1루수밖에 안 봐서 부담이 없다. 부담을 떨칠 나이도 됐고, 자꾸 스트레스를 받으면 내 손해라고 생각한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kt에서 좋은 기회가 있을 때 빨리 잡아서 팬들과 감독님, 코치님들, 프런트의 기대치를 올려야 할 거 같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주전이 될지 백업이 될진 모르겠지만, 백업으로서는 쓰임이 다양해졌다고 생각한다. 야구는 경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건데, 내가 여러 포지션을 뛰면 팀이 한 층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외야를 왔다갔다 해도 안정적이라는 걸 보여 드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야수 경험이 전혀 없어 걱정했지만, 막상 해보니 적성에 맞았다. 오태곤은 "마무리 캠프 때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아직 발이 빨라서 부담은 없다. 타구음 계속 듣고, 외야 잘하는 선수들 영상을 보고 있다. 우리 팀에서는 (유)한준이 형이 외야 스타트가 정말 좋다. 그래서 많이 물어보고 배우고 있다. 아직까지 큰 어려움은 없다"고 이야기했다. 

수비 스트레스를 덜면서 타격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오태곤은 "내야에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외야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니까 야구를 조금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다. 그동안 즐겨야 했는데 많이 못 즐겼다. 야구를 즐기면서 타격에도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은 거 같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이 칭찬하더란 말에 오태곤은 더 눈을 반짝였다. 그는 "감독님 스타일이 원래 그렇다. 선수 기를 안 죽이는 스타일이다. 감독님 말씀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만큼 더 노력하고 더 잘해서 감독님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 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