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출연한 노선영 ⓒ SBS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스피드스케이팅 국가 대표 노선영이 8일 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출연했다. 그러나 대중의 시선은 예전처럼 따뜻하지 않은 듯하다.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졸속 행정으로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극적으로 다시 기회를 잡은 안타까운 사연과, 병으로 사망한 동생이자 전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대표인 노진규를 위해 뛰겠다는 각오로 많은 응원을 받았던 노선영이다. 그런데 왜 상황이 달라진 걸까.

지난달 19일 스피트스케이팅 여자 팀추월에서 불거진 '왕따 논란'은 노선영에 대한 동정 여론, 그리고 먼저 골인한 김보름과 박지우에 대한 비난 여론을 키웠다. 20일 연맹의 긴급 기자회견에도 김보름 박지우에 대한 비난은 식지 않았다. 김보름과 박지우의 국가 대표 자격을 박탈하라는 국민 청원에는 9일 현재 무려 60만 회 이상의 추천이 몰렸다. 지난달 21일 팀추월 7위 결정전을 마친 뒤, 노선영은 함구했다.

그런 노선영이 대중 앞에 섰다. '블랙하우스' 제작진은 보도 자료에서 "노선영이 그동안 복잡한 감정과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고, 후배들을 위해 이제 이야기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 출연을 결심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진행자 김어준은 "아무도 하지 않은 질문이 있고 그 이야기를 노선영도 하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해 블랙하우스에 모셨다"고 했다.

이 행보만으로도 논란을 낳았다. 노선영은 지난달 12일 여자 1,500m 경기를 마친 뒤에는 믹스트 존에서 취재진의 인터뷰 제의에 응했지만, 19일 이후에는 믹스트 존 인터뷰와 연맹의 긴급 기자회견 모두 회피했다. 한 언론사는 녹화 당일 인터뷰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고, 이후 제작진이 노선영의 프로그램 출연 사실을 공개했다. 노선영은 수차례 질문 받을 기회를 스스로 피한 셈이다.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했을 수 있다. 무심코 한 말이 의도와 다르게 전달될 것을 우려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노선영이 '블랙하우스'에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그럴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김어준은 "선수 개개인에 대한 비난으로는 (연맹 문제가) 또 반복될 것이다. 그 말이 하고 싶어서 나온 것 아니냐"고 했다. 노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노선영이 '아무도 하지 않은 질문'에 답하고, '모두가 하려던 질문'을 피하는 사이 그가 말하는 선수 개개인, 김보름과 박지우는 수십만 명의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노선영은 다른 선수들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해 이제야 방송에서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고 했지만 이미 모두 피해자가 됐다.

또 '아무도 하지 않은 질문'에는 답했지만 모두가 궁금해 하는 질문은 없었다. 김보름과 박지우가 국민적 공분을 사게 된 계기는 그들이 노선영을 '따돌렸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노선영은 여기에 답할 기회가 없었다. 적어도 방송 분량에는 여기에 대한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평창 동계 올림픽이 남긴 논란은 이렇게 영구 미제로 남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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