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강릉 아이스아레나를 방문한 이준형이 해설가로 활약했다. ⓒ 강릉, 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뉴스=강릉, 조영준 기자]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2018년 평창 올림픽 도전이 막을 내렸습니다. 메달은 나오지 않았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먼저 단체전인 팀 이벤트에 출전했던 점이 나름 성과였죠.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첫 번째 목표는 남녀 싱글은 물론 아이스댄스와 페어 전 종목에 선수를 내보내는 것이었습니다. 남자 싱글과 아이스댄스는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냈습니다. 남자 싱글에 출전한 차준환(17, 휘문고)은 15위에 오르며 1994년 릴리함메르 대회에서 17위에 오른 정성일(49) 현 피겨스케이팅 코치의 기록을 뛰어넘었습니다.10위권 진입도 노렸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웠습니다. 남자 싱글의 벽이 워낙 높기 때문이죠.

아이스댄스에 나선 민유라(23-알렉산더 겜린(26) 조는 18위에 오르며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 양태화-이천준 조가 기록한 24위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민유라는 평창 올림픽에서 떠오른 '별' 가운데 하나입니다. 프리 댄스에서 아리랑을 선보인 그는 재치있는 입담도 지녔습니다. '흥유라'로 불릴 만큼 끼가 넘쳤습니다.

최다빈(18, 고려대 입학 예정)은 김연아(28) 이후 가장 돋보이는 스케이터가 됐습니다. 그는 개인 최고 점수인 199.11점을 기록하며 7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동안 김연아 다음으로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표를 낸 이는 곽민정(24)이었습니다. 최다빈은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13위에 올랐던 곽민정의 성적을 뛰어넘었습니다.

▲ 이준형 ⓒ 곽혜미 기자

'팀 코리아'의 경기를 현장에서 꼼꼼히 지켜본 이가 있습니다.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맏형 이준형(22, 단국대)은 SBS 피겨스케이팅 해설위원으로 경기가 열린 강릉 아이스아레나를 방문했습니다. 23일 열린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는 김연아와 관전했습니다. 25일 갈라쇼 해설까지 맡은 그는 평창 올림픽에서 선전한 후배들에게 박수를 보냈습니다. 또한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미래와 자신의 올림픽 도전에 대해서도 털어놓았습니다.

이준형은 현재 국내 남녀 싱글 선수들을 통틀어 가장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피겨스케이팅 코치인 어머니 오지연(49) 코치의 영향으로 스케이트를 신은 그는 안무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해설가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국제 대회에 출전하면서 마주치는 선수들이 이번 올림픽에 꽤 출전했어요. 항상 빙판에서 경기하다가 다른 선수들을 보면서 해설을 하는 것이 새로웠고 신기했습니다. (해설을 위해) 공부도 많이 했는데 더 필요하다고 생각도 있었죠."

평창 올림픽 남자 싱글은 매우 흥미진진했다. '4회전 점퍼들의 도전'에 관중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하뉴 유즈루(24, 일본)의 올림픽 2연패를 막을 내렸지만 '점프 괴물' 네이선 천(18, 미국)이 보여준 '4회전 점프 퍼레이드'는 충격적이었다.

"남자 싱글은 확실히 재미있었고 충격도 받았어요. 개인적으로 프리스케이팅에서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3~4개 뛰는 것을 한계로 봤습니다. 그런데 네이선 천은 6개를 뛰었습니다. 정말 충격적이었고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생각했습니다. 몇몇 선수들은 쿼드러플 악셀도 연습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지금 추세를 보면 누군가가 시도할 것 같아요."

▲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한국 최고 성적인 15위에 오른 차준환 ⓒ GettyIimages

이준형은 후배 차준환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이준형은 마지막 3차 선발전에서 차준환에게 역전을 허용했지만 묵묵히 후배를 격려했습니다. 믿음직스럽고 성실하기로 소문난 이준형은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리더 소임을 제대로 하고 있습니다.

"(차)준환이 컨디션이 상당히 안 좋은 것을 알고 있었어요. 공식 연습 때도 그렇고 평소에도 좋지 않았는데 경기하는 것을 본 뒤 정신력이 굉장히 강하다고 느꼈죠. 부담감도 있었을 텐데 그걸 이기고 하는 것을 본 뒤 굉장히 기특했습니다."

이준형은 이번 올림픽 여자 싱글에 출전한 김하늘(16, 수리고 입학예정)의 갈라 프로그램 안무를 제작했습니다. 선수로 활동하는 것은 물론 후배들의 안무까지 짜주는 그는 첫 올림픽 무대에 선 김하늘의 경기를 초조하게 지켜봤습니다. 김하늘은 이준형의 어머니인 오 코치가 지도하고 있습니다.

"(김)하늘이 경기를 볼 때는 제가 더 긴장해요.(웃음) 정신력이 그렇게 강하지 않은 것을 알기에 그렇죠. 프리스케이팅 중간에 실수가 한 번 있었지만 잘해줘서 좀 울컥했습니다. 많이 노력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해요."

김연아 이후 최고 성적을 낸 최다빈의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끝난 뒤 이준형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최다빈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이준형은 '지독한 연습 벌레'라고 평가했습니다.

"(최)다빈이는 실제로 정말 정신력이 강합니다. 무엇보다 연습 벌레인데 본인이 만족할 때까지 하는 스타일입니다. 선수들의 정신력은 타고나는 것과 경험 등 다양한 요소로 완성하는데 다빈이는 많은 연습으로 다져졌죠. 컨디션이 좋은 날과 그렇지 않은 날과 상관없이 다빈이는 항상 연습한 결과가 경기에서 나와요."

▲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7위를 차지한 최다빈의 프리스케이팅 경기 ⓒ GettyIimages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평창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4년 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여자 싱글에서 메달이 기대된다. 현재 국내 대회 정상을 두고 경쟁하는 '트로이카' 유영(14, 과천중) 임은수(15, 한강중) 김예림(15, 도장중)이 있기 때문이다.

남자 싱글도 차준환은 물론 이준형과 김진서(22, 한국체대)가 버티고 있습니다. 민유라-겜린도 베이징 올림픽 도전 의사를 내비쳤죠. 가장 취약한 종목은 페어입니다. 남녀 싱글보다 비용이 많이 들고 부상 위험도 많기에 이 종목에 도전하려는 이는 많지 않은 것은 현실입니다. 4년 뒤 베이징 올림픽도 전 종목에 출전해 팀 이벤트에 출전하려면 페어 유망주를 하루빨리 성장시키는 것이 절실합니다.

이준형은 올림픽 2차 선발전까지 선두를 달렸습니다. 마지막 3차 선발전에서 그가 느꼈을 아쉬움은 매우 컸습니다. 그러나 이를 훌훌 털어내고 다음 올림픽을 기약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저는 할 수만 있다고 하고 싶어요. 2022년까지 가려면 관리가 중요한데 지금처럼 똑같이 하려고 합니다. 이번 시즌에 배운 것이 정말 많아요. 그때까지 스케이트를 타는 것은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관리가 중요하겠죠. 그리고 지금보다 많이 발전해야 합니다. 근력은 유지하면서 체지방을 줄여 체중을 줄이려고 합니다. 기술도 높여야겠죠. 어떤 선수는 쿼드러플 점프를 6번 뛰는데 한 번 뛰어서 경쟁력이 되겠나요?(웃음) 이제는 선수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4년 뒤 베이징에는 후배와 같이 나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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