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창 올림픽 개, 폐막식 공식 석상에서 러시아의 국기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스포티비뉴스=평창특별취재팀 맹봉주 기자] 러시아와 약물은 끊을 수 없는 것일까?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러시아 선수단의 평창 동계 올림픽 참가를 불허했다. 4년 전 소치 동계 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에서 국가 주도의 도핑 결과 조작을 일삼은 러시아를 강력하게 제재하기 위해서였다. IOC는 이에 그치지 않고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자격을 정지했고 러시아 체육계 고위인사 영구제명, 1,500만 달러(약 162억 원) 벌금 등의 강력한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러시아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아예 막은 건 아니었다. 엄격한 약물 검사를 통과해 깨끗한 선수들로 판정되면 개인 자격으로 평창 동계 올림픽에 참가하도록 허용했다. 결국 도핑 검사를 통과한 168명의 러시아 선수들은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 소속으로 평창에 왔다.

이들은 올림픽 기간 동안 유니폼에 러시아 국기를 새길 수 없었고 금메달을 따도 시상대에서 러시아 국가를 들을 수 없었다. 오륜기가 러시아 국기 자리를 대신했고 OAR 선수가 정상에 서면 러시아 국가가 아닌 올림픽 찬가가 울려 퍼졌다.

▲ 러시아 선수들은 유니폼에 러시아 국기와 명칭이 아닌,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라는 표시를 하고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이러한 IOC의 노력도 소용없었다. 소치, 리우데자네이루에 이어 평창에서도 러시아 선수들의 도핑 양성 반응 소식은 들려왔다.

컬링 믹스더블에서 동메달을 딴 알렉산드르 크루셸니츠키(26)의 도핑 샘플에서 금지 약물인 멜도니움이 검출된 것이다. 멜도니움은 혈류량을 늘려 경기력을 높이는 약물이다.

멜도니움은 소련군이 심근경색, 협심증의 치료제로 개발해 산소가 부족한 고지대에서 싸우는 군인들의 혈액순환을 돕기 위해 생산됐다. 2016년 1월 1일부터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금지약물로 등록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러시아 인근 일부 동유럽 국가에서는 처방전 없이 구입이 가능하다. 때문에 도핑 양성 반응을 보인 러시아 선수들이 가장 즐겨 쓰는 약물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인 마리아 샤라포바도 멜도니움 복용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

크루셸니츠키의 도핑 양성 반응이 알려지자 많은 스포츠 팬들은 “역시”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간 러시아에 대한 불신이 재확인된 셈이었다. 크루셸니츠키는 잘못을 인정하고 동메달을 반납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5일 후인 24일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OAR 봅슬레이 대표 팀 선수인 나데즈다 세르게예바(30)의 도핑 양성 결과를 발표했다.

▲ 도핑 양성 반응 후 이를 인정하며 동메달을 반납한 알렉산드르 크루셸니츠키(왼쪽).
세르게예바 몸에서 발견된 금지약물은 트리메타지딘이다. 이 약물 역시 주로 협심증 치료에 사용된다. 흥분제로도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2014년부터 불법 약물 목록에 올랐다. 세르게예바의 기록과 순위는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실격 처리됐다. 또 세르게예바는 선수촌에서 쫓겨나 선수 AD 카드도 반납했다.

평창 동계 올림픽 폐회식에서 러시아 국기 사용을 허락받기 위해 노력하던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노력도 물거품이 됐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세르게예바의 도핑 파문이 일기 하루 전 IOC에 벌금을 모두 완납하는 등 약물 오명을 벗기 위해 애썼다. “현재 자격정지 해제를 위한 재정적인 요건을 모두 갖췄다”고 밝히며 평창 동계 올림픽 폐회식 때 만큼은 러시아 국기를 들고 입장할 수 있기를 바랐다.

스타니슬라브 포즈드냐코프 OAR 단장은 "몇몇 약물 복용이 적발된 선수의 개인 문제로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약물 문제가 러시아 전체로 퍼지는 것을 경계하기도 했다.

하지만 IOC의 결정은 단호했다. IOC는 폐막식이 열리는 25일 오전 평창 국제방송센터(IBC)에서 총회를 열어 폐회식 때 러시아에 대한 징계를 해제하지 않기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OAR 선수의 도핑 규정 위반이)엄청나게 실망스럽다"면서 "다른 사항도 고려해 IOC는 폐회식에서 러시아의 징계를 해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2014년 소치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2018 평창까지. 올림픽에서 러시아가 약물의 연결고리는 계속됐다. 바흐 위원장은 러시아의 올림픽 출전 제재와 관련해 “이 부분은 이미 결정된 사항이다. 더 이상 양성 반응이 없다면 철회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2020 도쿄 하계 올림픽에도 발생할 러시아의 약물 문제에 대해 “출전 가능 명단('깨끗한 선수' 명단)을 만든 것만으로도 러시아 선수들에게 메시지가 전달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IOC와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노력에도 지금까지 러시아 선수 2명이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약물을 사용한 게 확인됐다. 이에 2020 도쿄 하계 올림픽을 비롯한 앞으로 국제대회에서도 러시아를 향한 세계인들의 시선은 차가울 전망이다. 과연 러시아가 언제쯤이면 '약물 국가'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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