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겨울철 스포츠는 2018년 평창 동계 대회에서 윤성빈(가운데)의 스켈레톤 금메달을 신호탄으로 스노보드와 컬링, 봅슬레이에서 올림픽 첫 메달을 따는 신기원을 이뤘다.
[스포티비뉴스=올림픽특별취재팀 신명철 기자] 한국은 25일 막을 내린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매우 의미 있는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은 스켈레톤에서 윤성빈이 금메달, 봅슬레이 4인승에서 원윤종 서영우 전정린 김동현이 은메달을 땄고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이상호가 은메달을 획득해 1948년 생모리츠 대회에 첫 출전한 이후 올림픽 썰매 종목과 설상 종목에서 첫 메달을 기록하는 신기원을 이뤘다. 또 하나, 한국 동계 스포츠의 새로운 지평을 연 컬링(여자)은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전통의 효자 효녀 종목인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은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2014년 소치 대회(금 2 은 1 동 2)보다 앞선 성적을 올렸다. 2006년 토리노 대회(금 6 은 3 동 1) 이후 12년 만에 종목 순위 1위도 되찾았다.

오랜 도전의 시간 끝에 2010년 밴쿠버 대회(금 3 은 2, 종목 1위)에서 화려하게 메달 전략 종목으로 자리를 잡은 스피드스케이팅은 종목 마지막 날인 24일 매스스타트 남녀부에서 이승훈과 김보름이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더해 금메달 1개와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로 멋지게 대회를 마무리했다.

한국은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과 스피드스케이팅, 스켈레톤, 컬링, 봅슬레이, 스노보드 등 역대 최다인 6개 종목에 걸쳐 금메달 5개와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를 기록해 종합 순위 7위로 대회를 끝냈다. 별 의미 없는 목표치인 8(금)-4(은)-8(동)-4(종합 순위)에는 못 미쳤지만 17개의 메달로 역대 최다 메달을 기록한 밴쿠버 대회(금 6 은 6 동 2)를 넘어서는 성과도 남겼다.

한국은 메달리스트들 외에도 최다빈과 김하늘, 차준환이 선전한 피겨스케이팅 그리고 올림픽 데뷔 무대에서 나란히 첫 골을 기록한 남녀 아이스하키 등 여러 종목에서 세계 여러 나라 선수들과 훌륭하게 겨뤘다.

이로써 한국은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을 앞세운 빙상경기 ‘편식’에서 완전히 벗어나면서 겨울철 종목에서도 진정한 강국으로 우뚝 섰다.

아시아 3강 가운데 중국은 다음 대회(2022년 베이징) 개최국으로 일정 수준 이상 성적을 올려야 했지만 강세 종목인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부진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국은 역대 동계 올림픽 메달 57개 가운데 31개가 쇼트트랙에서 나왔고 금메달은 12개 가운데 9개를 쇼트트랙에서 수확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종목 마지막 날인 22일 남자 500m에서 우다징이 극적으로 1위로 골인해 중국 선수단 전체에 유일한 금메달을 안겼다. 중국은 금메달 1개와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 종합 순위 16위로 대회를 마쳤다.

베이징 대회에 대비해 최근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스키 등 설상 종목에서 선전한 게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강세 종목인 쇼트트랙에서 크게 밀렸고 동계 올림픽의 주 종목인 스피드스케이팅에서도 남자 500m에서 가오팅유가 동메달 하나를 건지는 부진을 보였다. 2014년 소치 대회 여자 1000m 금메달리스트 장홍은 500m에서 15위, 1000m에서 11위에 그쳤다.

21살인 가오팅유 외에 중국이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올린 가장 좋은 성적은 여자 500m에서 유징이 기록한 9위다. 그런데 유징은 1985년생이다. 중국으로서는 동계 올림픽의 주력 종목인 스피드스케팅에서 4년 뒤를 기약하기 매우 힘들게 됐다. 모든 종목이 그렇지만 특히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일본은 스피드스케이팅(금 3 은 2 동 1, 종목 순위 2위) 대성공을 앞세워 금메달 4개와 은메달 5개, 동메달 4개로 종합 순위 11위에 올랐다. 홈에서 열린 1998년 나가노 대회(금 5 은 1 동 4, 종합 순위 7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일본은 스피드스케이팅만으로 2014년 소치 대회 전체 성적(금 1 은 4 동 3)을 넘었다. 소치 대회에서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하나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32살의 베테랑 고다이라 나오와 26살의 중견 다카기 나나가 일본 스피드스케이팅의 약진을 이끌었다.

이번 대회는 애초 예상대로 설상 종목의 강자 노르웨이와 2006년 토리노 대회에 이어 12년 만에 종합 순위 1위에 도전한 독일이 대회 마지막 날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24일까지 금메달은 13개로 같았지만 은메달과 동메달에서 9-14, 7-11로 뒤져 2위를 달리던 독일은 25일 오전 한국이 은메달을 차지한 봅슬레이 4인승에서 우승해 금메달에서 14-13으로 앞서며 1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오후에 거의 동시에 벌어진 아이스하키와 크로스컨트리 스키에서 다시 희비가 엇갈렸다.

남자 아이스하키 결승에서 독일은 3-2로 앞선 가운데 마지막 56초를 버티지 못하고 OAR(Olympic Athletes from Russia, 러시아)에 동점 골을 내준 뒤 연장전 골든 골을 얻어맞고 3-4로 져 종합 1위 굳히기에 실패했다.

이어 폐막식 직전에 열린 크로스컨트리 스키 여자 30km 클래식 매스스타트에서 노르웨이는 마리트 뵈르겐이 금메달을 목에 걸어 독일과 금메달 15-15로 다시 타이를 이루고 은메달과 동메달에서 14-10, 11-7로 앞서 극적으로 종합 1위에 올랐다.

금메달 2개(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알리나 자기토바, 남자 아이스하키)와 은메달 6개, 동메달 9개로 13위에 그친 OAR의 추락은 예고된 참사였다. 도핑 문제가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세계 스포츠계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장이었다.

러시아 제국~소련(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독립국가연합을 거치는 동안 러시아는 역대 겨울철 올림픽에서 수많은 성과를 올렸다. 스포츠 전성기를 구가한 소련 시절에는 9차례 출전한 겨울철 올림픽에서 종합 1위 7번, 2위 2번의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1964년 인스부르크(오스트리아) 대회에서는 리디아 스코빌코바가 전무후무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전관왕(500m 1,000m 1,500m 3,000m)에 올랐다.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미국)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전관왕인 미국의 에릭 하이든(500m 1,000m 1,500m 5,000m 10,000m)과 함께 동계 올림픽 불멸의 기록이다.

그러나 이런 모든 영광이 도핑으로 한순간에 불명예스럽게 됐다.

동계 올림픽 역대 최다인 92개 나라가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딴 국가는 30개뿐이다. 빈손으로 돌아간 나라가 60개국이 넘는다. 그러나 이들 나라에서 온 선수들도 모두 위대한 올림피언들이고 평창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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