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응원단은 아이스하키 링크를 사이에 두고 응원전을 펼쳤다.
[스포티비뉴스=강릉, 정형근 기자] “조심히 가세요.” “다음에 또 올게요.”

아이스하키 링크를 사이에 둔 남북 응원단은 경기장을 떠나지 못했다. ‘우리는 하나’라는 강렬한 메시지는 경기 내내 울려 퍼졌다. 스포츠는 남과 북을 하나로 만들었다. 처음에는 신기한 눈빛으로 북한 응원단을 바라본 한국 관중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동화됐다.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고, 함께 응원을 하며 북한 응원단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했다. 

끝은 해피엔딩이지만 시작은 험난했다. 지난달 갑작스럽게 단일팀이 확정되자 한국 선수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민적 찬반 논란이 거세지자 선수들은 더욱 힘든 시간을 보냈다. 수년 동안 훈련을 진행한 선수들이 정치적 명분 아래 북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그러나 북한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훈련에 합류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한국 선수 23명은 지난달 25일 북한 선수 12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시간이 지나자 서로 ‘언니, 동생'으로 부르며 돕기 시작했고 남북의 구분은 희미해졌다. 첫 득점을 향한 간절한 마음으로 남북은 하나가 됐다. 머리 감독은 "만약 단 한 선수라도 북한 선수와 함께 뛰는 것을 거부했다면 단일팀은 정말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부터 성적은 큰 의미가 없었다. 장웅 북한 IOC위원은 “실력은 떨어지지만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단일팀의 의미는 수십 가지이다. 단일팀 경기를 보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여러분이 느낀 점과 같다”며 “남북 선수들이 함께 뛰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북 단일팀은 20일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단일팀은 스웨덴과 7위 결정전에서 1-6으로 패해 5전 전패, 최하위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마감했다.

종료 버저가 울리자 경기장에는 1988년 서울올림픽 주제곡 '손에 손잡고'가 울려 퍼졌다. 단일팀 선수들은 서로에게 달려가 얼싸안으며 손을 꼭 잡았다. 머리 감독과 북한의 박철호 감독은 눈물을 흘리며 포옹을 했다.   

영국 가디언은 "수십 년 동안 올림픽은 국제정세보다 스포츠에 집중하기 위해 정치를 피했다. 이번 단일팀은 남북의 평화를 위해 구성됐다. 물론 정치적 메시지를 부인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단일팀은 ‘정치’를 위해 시작됐지만 선수들이 하나의 팀을 만드는 과정은 감동을 줬다. 머리 감독은 "지금부터 2022년 베이징 올림픽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단일팀을 구성할 생각이라면 4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단일팀을 2022년에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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