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상대에서 눈물을 보인 이승훈(왼쪽)과 김보름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평창특별취재팀 맹봉주 기자] 한국이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에서 금, 은메달을 수확했다. 시상대에 선 한국 선수 2명은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눈물의 의미는 달랐다.

이승훈(30)과 김보름(25)이 2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일정을 마쳤다. 먼저 레이스를 펼친 김보름은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펼쳐진 남자 매스스타트에선 이승훈이 막판 스퍼트로 1위로 들어오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초대 챔피언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매스스타트는 이번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처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일반 스피드스케이팅과 달리 여러 선수들이 지정된 레인 없이 400m 트랙을 16바퀴 돌아야 한다. 또 독특하게 기록이 아닌 점수 합산으로 순위를 가른다. 4바퀴, 8바퀴, 12바퀴째에 1등, 2등, 3등으로 통과한 선수들에게 각각 5, 3, 1점을 준다. 결승선 통과 순서대로 1등 60점, 2등 40점, 3등 20점을 받는다.

경기 방식이 쇼트트랙과 비슷해 쇼트트랙 출신 선수들의 참여도가 높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로 전향한 이승훈과 김보름에게 최적화 된 종목이기도하다. 이승훈은 2017-18시즌 매스스타트 세계랭킹 1위이며 올 시즌 월드컵 1차와 4차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지금까지 월드컵 매스스타트에서 통산 8번 정상에 오르며 이 부분 최다 우승 기록을 썼다.

김보름 역시 일찍이 매스스타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매스스타트에서 우승하며 컨디션을 끌어 올렸다. 지난 시즌 세계랭킹 1위도 김보름의 차지였다.

평창 동계 올림픽 매스스타트에서 두 선수는 예상대로 어렵지 않게 결승에 올라 금, 은메달이라는 만족스런 결과물을 얻었다. 하지만 메달 주인공들을 향한 여론의 온도차는 뚜렷하다.

▲ 이승훈이 경기를 마치고 후배 정재원과 함께 태극기를 들고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건네고 있다 ⓒ 연합뉴스
먼저 이승훈에 대해선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2010 벤쿠버 대회부터 올림픽 통산 5번째 메달을 따낸 이승훈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팀 맏형으로서 묵묵히 후배들을 챙기는 모습에 큰 호응을 샀다.

매스스타트에 나서기 전, 이승훈은 400m 8바퀴를 도는 팀 추월에 출전했다. 이승훈은 레이스 절반 가량을 선두에 서서 이끌었다. 맨 앞에서 뛰면 공기 저항을 직접 온몸으로 부딪히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훨씬 심하다. 하지만 이승훈은 올림픽 경험이 처음인 후배들을 이끌며 팀 추월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매스스타트에서 우승을 결정하고 난 후에도 이승훈의 ‘후배 사랑’은 돋보였다. 같이 결승에서 뛴 후배 정재원의 팔을 번쩍 들으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반면 김보름을 향한 차가운 시선은 아직 바뀌지 않았다. 은메달 획득 후 수고했다는 반응도 있지만 여전히 김보름이 지난 팀 추월 때 보여준 태도를 꼬집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김보름도 경기 후 어두운 표정으로 내내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 김보름은 은메달을 따고도 고개를 숙였다 ⓒ 연합뉴스
김보름은 19일 있었던 팀 추월에서 박지우, 노선영과 함께 레이스를 펼쳤는데, 노선영을 멀찍이 뒤로한 채 박지우와 함께 앞에서 들어왔다. 팀 플레이가 우선인 팀 추월 종목에서 나온 개인 플레이 때문에 왕따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방송 인터뷰를 대하는 김보름의 태도였다. 김보름은 "중간에 잘 타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뒤(노선영)와 격차가 벌어졌다. 그래서 기록이 아쉽게 나왔다"고 말했다. 마치 팀 동료 노선영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 한 뉘앙스였다. 또 인터뷰 중간에 웃어 보이기까지 했다.

김보름을 향해 비난 여론이 일은 건 당연했다. 20일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소용없었다. 김보름의 국가대표 자격 박탈을 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60만 명에 육박했다. 그녀와 관련된 기사엔 온통 책임을 묻는 댓글이 수두룩했다.

매스스타트 시상대에 선 이승훈과 김보름은 나란히 눈물을 훔쳤다. 이승훈은 그간의 고생에 대한 보상이 홈에서 열리는 올림픽 금메달로 돌아온데 대한 기쁨의 눈물이었다. 반면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던 김보름은 경기 후 “죄송하다는 말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며 고개를 떨궜다. 같은 눈물이지만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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