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제2의 김동성은 잊어라.”

더 이상 현역 선수는 아니지만 빙판 위에 있는 그의 눈빛은 매서웠다. 1998년 나가노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1.000m 금메달, 2002년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 전 종목(6관왕)우승 등 한국 쇼트트랙의 레전드로 자리 잡은 김동성이 지도자로 변신했다.

목동아이스링크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동성을 만났다. 은퇴한 지 어느덧 4년이 흘렀지만 빙판 위에 서있는 그의 모습은 자연스러웠다. 

근황을 묻는 질문에 “내가 제일 잘하는 쇼트트랙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꿈꾸는 초, 중학교 학생들부터 이제 걸음마를 뗀 아이들까지 지도하고 있다”며 “동계 스포츠 종목 가운데 쇼트트랙이 가장 잘하고 있는 건 맞지만, 최근 하려는 선수들은 점점 줄고 있다. 유망주가 계속 있어야 쇼트트랙 미래도 밝다. 어린 친구들을 많이 가르쳐서 쇼트트랙 발전에 도움을 주는 게 목표다”고 답했다.

김동성의 가르침을 받는 아이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친한 동네 형 같다”는 대답부터 “호랑이 선생님 같다”는 답변까지 다양하게 나왔다. 이를 전해 들은 김동성은 “스케이트가 칼날로 이루어지지 않았나. 훈련할 때 아이들이 위험할 수 있어 무섭게 해야 할 때는 엄하게 하는 편이다. 하지만 아직 아이들이기 때문에 평소엔 좋은 형 같은 선생님으로 다가가려 한다”고 말했다.

▲ 김동성 ⓒ 한희재 기자
스타플레이어는 지도자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자신의 잘나갔던 선수 시절과 비교하며 제자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스타플레이어 출신 지도자도 있다. 김동성은 이에 대해 “은퇴 후에 바로 코치를 하면 성공하기 힘든 것 같다. 자꾸 본인의 선수 시절 때와 아이들을 비교하기 때문이다. 나도 은퇴하고 바로 코치를 했으면 지금처럼 못했을 것 같다. ‘왜 이것도 못해?’라며 안 좋은 얘기만 늘어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아이를 키우는 처지가 되다 보니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했다.

2005년 첫 번째 은퇴 후 미국으로 건너가 지도자 생활을 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김동성은 “사람마다 체형이 다 다르다. 체형에 맞춰 그 친구는 왜 못하고 어떤 내용 안 되는지 세세하게 알려 줘야 한다”며 “요즘엔 일부러 걸음마하는 어린 아이들도 가르친다. 애들을 지도하다 보면 내가 배움을 얻는다. 예전 국가 대표 시절만 생각하다 아이들을 보면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쇼트트랙을 배웠을 때를 상기하며 기본적인 것부터 가르치게 된다”고 말했다.

▲ 김동성 ⓒ 한희재 기자
이제 평창 동계 올림픽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평창 동계 올림픽은 한국에서 열리는 첫 동계 올림픽으로 2018년 2월 9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오랜 기간 동계 스포츠의 스타로 군림하던 그인 만큼 평창 동계 올림픽에 대한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김동성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하는 동계 올림픽이다. 쇼트트랙은 한국이 세계최강이라는 걸 보여 줬으면 좋겠다. 예전에 비해 쇼트트랙을 하는 친구들이 많이 줄었는데 이번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쇼트트랙 붐이 일었으면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남자 쇼트트랙은 4년 전 소치 동계 올림픽 '노골드'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평창에서 지난 아쉬움을 씻겠다는 각오다. 김동성은 평창 동계 올림픽에 참가하는 남자 쇼트트랙 후배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잊지 않았다. 과거 영광에 기대지 말고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는 과거다. 제2의 김동성, 제2의 안현수보다는 후배 선수들 본인이 갖고 있는 기량을 최대한 보여 줄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국가 대표 선수들이 기회는 한번뿐이라는 생각으로 죽기 살기로 했으면 좋겠다. 올림픽은 4년에 한 번 있다. 이번에 못하면 내년이 아닌 4년을 기다려야 한다. 평창 올림픽에 출전한 모든 선수들이 남은 2달 동안 컨디션 관리를 잘해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동성은 평창 동계 올림픽을 기다리는 국민들에게 부탁의 메시지를 건넸다.

김동성은 “이번 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걸 알고 있다. 기대가 큰 만큼 선수들이 매달을 못 따면 아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보다 아쉬운 건 선수 본인들이다. 매달을 못 따더라도 선수들에게 많은 격려와 응원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