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개를 들어도 좋다, 그대가 자랑스럽다.' 경기 뒤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린 백승호.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백승호의 얼굴에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한국 축구의 주력 손흥민의 얼굴이 오버랩 됐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한국은 3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2017 16강전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1-3으로 졌다.

신태용 감독은 정면 대결을 택했다. 그는 경기 뒤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수비를 구축해서 이기는 것도 좋지만 한국 축구가 성장하려면 포르투갈과 대등하게 경기를 하면서 이기는 게 발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정면 대결을 치른 이유를 설명했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프로 무대 경험이 풍부하고 신체 조건과 기술이 좋은 포르투갈 선수들은 여유 있게 한국을 상대했다. 전반 9분 만에 실점하며 끌려가는 경기를 하게 된 것도 컸다. 한국은 공격적으로 나섰다가 의외로 이른 실점을 한 뒤 페이스를 잃었다. 한국다운, 신태용호다운 축구를 하려고 했지만 힘이 닿지 않았다.

백승호는 경기를 끝낸 뒤 유독 서럽게 울었다. 그는 경기 뒤 무거운 얼굴로 믹스트 존에 나타나 "긴 시간 힘들게 준비했는데, 긴 시간에 비해 금방 끝난 것 같아 아쉽다"며 "팀적으로 준비한 게 많은데, 경기장에서 보여 드리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백승호는 스스로의 말대로 이번 대회에 유난히 많은 준비를 했다. 그는 FC 바르셀로나 B팀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해 '경기 체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반복된 체력 훈련과 연습 경기로 대회 전까지 최대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길고 힘든 과정이었다. 기니전에서 쐐기 골, 아르헨티나전에서 결승 페널티킥 골을 성공하며 훈련의 결과를 증명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오는 듯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그의 눈물은 지난 6개월 또는 그 이상의 준비를 하는 과정 때문에 나온 것일 것이리라.

▲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 리그 탈락 뒤, 우는 손흥민(왼쪽)을 한국영이 달래고 있다.

뼈아픈 패배에 눈물을 쏟던 백승호에게 오버랩 되는 선수가 있었다. 어엿한 한국 축구의 주력 으로 성장한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울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전에서 2-4로 진 뒤, 그리고 벨기에와 최종전을 마치고 조별 리그 탈락이 확정된 뒤 눈물을 흘렸다. 2년 뒤 맏형으로 참가한 2016년 리우 데 자네이루 올림픽 8강전에서 온두라스에 0-1로 패한 뒤에는 눈물을 펑펑 흘렸다.

손흥민은 팀의 패배를 막지 못해, 그리고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지 못해 울었다. 눈물은 최선을 다한 사람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나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손흥민은 '눈물' 뒤에 강해졌다. 브라질 월드컵 뒤 2014-15 시즌엔 레버쿠젠(독일)에서 42경기에 출전해 17골 4도움을 기록했다. 뛰어난 득점력을 인정받아 2015년 여름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첫 시즌은 쉽지 않았다.

2016년 여름 맏형으로 출전했던 리우 올림픽에서 뜨거운 눈물을 또 흘렸고 더 강해졌다. 손흥민은 2016-17 시즌 47경기에서 21골 10도움을 올렸다. 차범근 U-20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의 '아시아인 유럽 리그 한 시즌 최다 골 기록'을 경신했다. 손흥민에게 '눈물'은 절치부심하는 계기가 됐다.


백승호의 눈물에 손흥민의 눈물이 겹쳐졌다. 승리에서 배우기도 하지만, 패배에서 배우는 때도 있다. 백승호에게 이번 대회는 큰 교훈이 됐을 것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부족한 점을 깨닫게 된 대회였다. 바르셀로나에 가서 경쟁에 이길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갓 20살이 된 백승호는 '눈물의 패배'에서 '성장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6강 탈락'이란 결과보다, 하루하루 힘을 쏟았던 '과정'에 격려와 칭찬을 보내고 싶다.

국회의원이기도 한 도종환 시인은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는 시를 지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고. 젖지 않고 피는 꽃도 없다고. 흔들리며 줄기를 곧게 세우고,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을 피웠다고.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란 시가 뜨겁게 도전했던 '젊은 청춘'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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