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정 팀을 상대로 데뷔 골을 기록한 이상호(오른쪽).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 얄궂은 운명이었다. 정든 파란 수원의 유니폼을 벗고, 라이벌 서울의 검붉은 유니폼을 입은 이상호는 데뷔 골을 친정을 상대로 넣었다.

FC 서울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년 시즌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1라운드 수원 삼성과 개막전에서 1-1로 비겼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아니면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경기 일정을 잘 짰기 때문일까. 이상호는 지난 겨울 K리그를 대표하는 두 라이벌 구단인 수원에서 서울로 이적했다. 그리고 개막전부터 '슈퍼매치'가 벌어지면서 첫 판부터 친정 팀을 만나게 됐다. 3만4,376명의 팬이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상호를 지켜봤다.  

황선홍 감독은 경기 전 "이상호가 의욕이 넘친다. 부담감을 극복하고 즐기길 바란다"며 이상호의 활약을 기대했다. 서정원 감독은 "이적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며 "어디서든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호는 조용한 전반전을 보냈다. 서울이 중원 싸움에서 밀렸고, 수원의 왼쪽 수비수 고승범의 거친 압박에 공을 여러 차례 빼앗겼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수원 팬들은 이상호가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퍼부었다.

이상호는 후반전에 진가를 나타냈다. 황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주세정과 이석현을 투입해 경기 분위기를 바꿨다. 중원이 강화되면서 아기자기한 패스 플레이가 살아났다. 후반 17분 프리킥 찬스에서 윤일록의 슛이 흐르는 것을 이상호가 발로 밀어 넣었다. 이상호는 후반 들어 가벼운 몸놀림으로 서울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친정 팀에 대한 예의와 애정이 남았기 때문일까. 이상호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시원한 골세리머니는 하지 못했다. K리그에 풍부한 이야기거리를 만드는 슈퍼매치는 이상호의 이적과 활약으로 더 흥미진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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